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셋째 날, 그리고 주말의 시작!
전시장 곳곳이 관람객들로 가득 차며 도서전 전체가 한층 활기를 띠었습니다.

산지니 부스에도 손님들이 북적북적~!


오후 2시에는 『배고픈 노랑가오리』의 조미형 작가와 함께 우리가 왜 바다를 지켜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특히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부산시 어린이기자단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질문했던 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네요.
오후 4시에는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의 방현주 작가가 그림책을 통해 가족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소개해주었어요. 가족 단위 관객들이 함께해 더욱 따뜻하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생생한 북토크 현장, 지금 바로 보여드릴게요~!
우리가 바다를 지켜야 하는 이유
『배고픈 노랑가오리』

<배고픈 노랑가오리>는 작가님께서 가장 최근에 발표하신 그림책입니다. 이전에 발표하신 동화책들도 그렇고, 작가님 작품에는 유독 바다가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바닷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문을 열면 바다가 바로 보이고요. 5분 정도 걸어가면 바닷가 산책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바다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담고 있던 아주 커다란 고민들이 작아지고 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바다는 보고 있으면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죠.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또 재미있었던 게 책 앞에 작가 소개가 있잖아요. 거기에 보면 작가님께서 어린 시절에 바다 탐험대가 되고 싶었다고도 적혀 있는데 바다 탐험대가 되고 싶다 생각하셨던 이유도 좀 궁금하거든요. 혹시 기억나시나요?
바다 탐험대라고 하지만 사실은 해적이 되고 싶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를 제가 좋아하거든요. 거기에 루피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해적이 되어서 저 수평선 넘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대륙을 탐험해 보고 싶다는 상상을 많이 하죠. 그런 상상을 하는 이유는 아마 현실적으로 가기 힘들어서인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책으로 바다 탐험을 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본격적으로 <배고픈 노랑가오리>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여기 와 계신 분들께 이 책 소개를 한번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가요?
<배고픈 노랑가오리>는 <해오리 바다의 비밀>이라는 해양 모험 판타지 책 다음에 나온 책인데요. <해오리 바다의 비밀>은 해양 오염을 주제로 한 판타지 모험 동화입니다. 그 책을 가지고 초등학교에 북토크를 다니면서 아이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좀 더 이야기가 간결하고 그림이 많이 들어 있는 책을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과 함께 해양 환경 수업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요청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 바다, 남해에 살고 있는 해양 동물 조사를 했죠. 그러다가 저도 처음으로 고래상어와 쏠배감펭, 노랑가오리라는 해양 생물들을 알게 되었고요. 그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랑가오리를 주인공으로 책을 쓰게 됐습니다.
<배고픈 노랑가오리>는 바다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 중에서도 해양 오염을 주제로 삼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해양 오염을 주제로 하신 이유 그리고 또 그중에 여러 생물들 중에 가오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신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보니까 가장 좋아하는 해양 동물을 물어봤더니만 고래상어와 노랑가오리를 꼽더라고요. 생긴 모양도 예쁘고, 또 앞면과 뒷면이 다르고 뒷면에 또 노란색이 있어서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하고요. 몸통 두 배인 꼬리로 찰싹찰싹 움직이면서 먹이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아이들이 손뼉을 치면서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노랑가오리를 주인공으로 했고요.
해양 오염 중에서도 쓰레기 관련된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바다 관련 사이언스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닷속에는 많은 쓰레기가 있고 그 쓰레기들이 파도와 햇빛에 부서져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데 그 미세 플라스틱이 멸치나 물고기에 붙어서 우리 식탁에 올라 우리는 하루에 신용카드 한 장 분량만큼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과학 논문을 읽었어요. 이걸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책을 썼죠.

그러면 이제 선생님께서 낭독해 주시는 <배고픈 노랑가오리> 들으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노랑가오리가 친구들과 먹이를 찾아 떠나는 장면입니다.


배가 몹시 고프지만 주변에서 먹이를 찾을 수 없었던 노랑가오리가 친구인 쏠배감펭, 그리고 고래상어와 함께 먹이를 찾아 나섭니다. 오늘 처음 만나는 것은 멸치 떼가 아니라 하얀 알갱이를 만나거든요. 이 알갱이는 무엇일까요?
바다에 버려진 스티로폼이 파도와 햇빛과 바람에 부서져서 작은 알갱이로 바뀌어서 물에 둥둥 떠다니는 건데요. 그렇게 물 위에 떠다니는 스티로폼 알갱이에서 먹이와 똑같은 냄새가 난다고 그래요. 그래서 바닷새는 냄새를 가지고 먹이 사냥을 하는데 바닷새는 그걸 모르고 먹이로 착각해서 먹기도 하고, 물고기들은 플랑크톤인 줄 알고 또 착각해서 먹고 죽는다고 합니다.
방금 읽어주신 이 부분에서 또 하나 좀 재미있었던 게 청어들이 '하얀 알갱이를 먹으면 안 돼' 이렇게 말하잖아요. 몸에 안 좋은 건 안 먹으려는 청어의 성격은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했어요.
저도 이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는데요.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까 과학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들 때문에 물고기가 정말 죽는가 그걸 조사해서 올려놓은 자료를 봤어요. 멸치, 고등어 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는데 유일하게 쓰레기가 나오지 않은 물고기가 청어였습니다. 청어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키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었어요. 그래서 청어들이 생각보다 똑똑하다 싶어서 청어를 이렇게 설정했어요.


아쉽게도 이번에도 노랑가오리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쓰레기들이 풍기는 냄새 때문에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이게 먹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헷갈리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이렇게 바다에 버린 쓰레기가 바다 생물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미치나요?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이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가 강물을 따라서 바다로 들어가요. 우리가 바다에 가서 버리는 건 아니죠. 그러면 그 쓰레기는 파도를 따라서 떠돌면서 부서지고 햇빛을 받아 부서지고 바람에 부서지죠. 그렇게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되어서 물이끼가 생기면 물이끼에서 나는 냄새가 물고기에서 나는 먹이 냄새랑 똑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양 생물들은 '우와 저기 맛있는 먹이가 있다' 하고 꿀꺽 삼키게 돼요. 바닷새도 그러는데, 더 중요한 건 '아, 이 맛있는 먹이를 아기새에게 갖다줘야지' 해서 둥지로 들고 가서 아기새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닷가 주변 둥지에서 어미새와 아기새가 같이 죽어 있는 걸 발견하기도 해요. 그게 가장 큰 문제고요.
그러면 우리에게는 문제가 없을까요? 우리도 고등어나 멸치, 미역 등 바다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식들을 먹고 있죠. 그 미세 플라스틱이 다 붙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가 함부로 사용하고 마구 버린 쓰레기가 우리 입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거죠. 또 다른 문제는 쓰레기가 파도를 떠다니면서 둥글게 자기들끼리 뭉쳐서 해양 생물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덮어버린대요. 그러면 서식지가 사라져 먼바다로 이사 가면서 물고기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서 만들어낸 물건들인데 이 물건들로 인해서 바다 생물들이 고통받는 모습이 굉장히 생생하게 그려지거든요. 선생님께서 이런 표현들에 굉장히 공을 들이셨을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비닐봉지가 바닷속에 떠다니는 게 해파리 같다고 표현하신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이런 표현들 관련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책을 쓰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초등학교에서 <해오리 바다의 비밀>로 북토크 할 때 아이들이 수시로 손을 들고 묻더라고요.
'선생님 폐기물이 뭐예요? 수면이 뭐예요?'
우리는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모르는 단어들이 많고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그림책을 쓸 때는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쓰려고 노력했고요.
비닐봉지가 해파리처럼 보인다는 것은 해양청 홈페이지나 블로그, 다양한 영상 자료를 보면서 비닐봉지가 바닷속에 들어갔을 때 물고기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가 본 적이 있어요. 거기서 보니까 비닐봉지가 물속에서 부풀어서 해파리처럼 똑같이 둥둥 떠다니더라고요. 거북이가 '맛있는 해파리다' 하면서 먹이인 줄 알고 꿀꺽 잡는 영상을 제가 한번 봤어요. 그래서 이런 표현을 넣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지금 이 자리에 어린이 독자분들이 많이 와 계시는데요. 지금도 바다에는 노랑가오리처럼 무수한 바다 생물들이 인간이 만든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고 있을 것 같아요. 바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어린이 친구들이 할 수 있을 만한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일 먼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잘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주머니에 넣어놨던 주머니가 길을 가다가 쓰레기가 빠지면 이 쓰레기가 바람에 날려서 강물을 따라서 바다에 들어가게 되죠. 그래서 쓰레기는 항상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중요하고요.
저는 오늘도 텀블러를 들고 왔거든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물통을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페트병보다는 이런 텀블러를 사용하면 더 좋고요. 그리고 요즘은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제품들이 있어요. 종이 상자에 담겨서 나오니까 그런 걸 사용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안 나오게 되겠죠. 그리고 요즘 친구들은 대나무로 만든 칫솔을 많이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그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또 나오지 않죠.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니까 같이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노랑가오리도 배부르게 먹는 날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다 됐는데 오늘 <배고픈 노랑가오리>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작가님께서 쓰실 다음 책이 또 굉장히 궁금해지거든요. 혹시 지금 쓰고 계시는 작품이 있으신지, 있다면 짧게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요?
기후 위기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물에 잠긴 미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달리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구성은 끝난 상황이고요. 이제 집필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질의응답 시간

어떻게 작가님이 되셨나요?
반갑습니다. 부산 어린이 기자단 꼬부기단 여러분이 참석해 주셔서 너무 영광입니다. 여러분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시골 산골 학교에 다녔는데 제 학년에 19명이 전부였어요. 시골이라서 크게 뭐 할 일도 없다 보니까 책 읽는 걸 좋아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다가 보니까 나도 재밌는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다양한 짧은 글을 먼저 써봤죠. 시도 써보고 산문도 써보다가 어른이 됐을 때는 좀 더 긴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해서 동화도 쓰고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보면 어느 날 저처럼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언젠가 작가가 되어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많은 분이 찾아주셨던 조미형 작가의 <배고픈 노랑가오리> 북토크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북토크를 마치며 작가님께서 직접 준비하신 💰바닷속 금화 초콜릿💰이 인기 많았답니다!

오후 4시, 두 번째 북토크
그림책으로 다시 만나는 가족의 진짜 얼굴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 방현주 작가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를 쓰신 방현주 선생님과 함께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림책으로 가족을 배우면 어떨까 하는 물음에서 책은 출발했는데요. 오늘 함께하신 지은이 방현주 선생님은 가족학을 공부한 그림책 테라피스트이자 가족을 위한 교육과 상담도 하고 계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방현주입니다. 저는 가족학을 공부했고 신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오래 가르쳤고요. 지금은 이제 외부 기관 등에서 가족을 위한 교육이나 상담, 또 가정법원 등지에서 상담과 강의를 하면서 글도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 직업 중 하나가 그림책 테라피스트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림책 테라피스트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림책 테라피의 개념을 만드는 작가가 일본에 있는데요. 오카다 다쓰노부라는 작가인데 그 작가의 설명이 정확한 것 같아요. 그림책 속에 있는 무언가가 내 안에 무언가와 만나서 공명을 이루게 하는 것, 그것이 그림책 테라피스트이다. 이런 정의를 내린 적이 있는데 그림책 테라피스트는 그런 공명이 이루어지도록 그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와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고요.
여기 아이들도 있는데 재미있게도 아이와 어른이 그림책을 읽는 방식이 너무나 다른 거예요. 아이들이 같은 그림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 그런 적 있으시죠? 저도 있었거든요. 어떠셨어요? 곤혹스럽죠? 그만 읽고 싶은데 아이는 계속 읽어달라 그러고.
아이들은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서 그 그림책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 읽어달라 하는 거죠. 어른은 이미 경험이나 지식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림책을 딱 읽으면 바로 분석을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읽는 방식의 차이가 큰데 그림책 테라피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정말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책은 14권의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이 책을 쓰시게 되셨는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림책으로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신 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공부한 게 가족학이고 그다음에 그림책 공부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제 공부에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에요. 제가 공부한 부분을 통합해보고 싶었고요.
무엇보다도 제가 예전에 사이버로 가족학을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학도들이 좀 많이 계셨거든요. 그런데 그때 그분들이 '내가 가족을 이렇게 모르고 있었다니, 내가 이런 걸 좀 빨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가족을 조금 더 알고 있으면 어려운 가족생활이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가르치는 방식으로 전달하면 너무 어려우니까 쉽게 전달할 수 없을까 했을 때 그림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가족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어떤 따뜻한 힘이 있거든요.
또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는 아이가 한 명이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가 다 죽고 나면 아이 혼자 남는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되게 마음 한편이 아픈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쓰면서 혹시 이제 이 아이가 이후에 세상을 살아갈 때 이 책을 보면서 부모의 삶과 부모의 사랑을 기억하고 힘들 때 위로받고 마음을 다졌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정서적인 유산 같은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먼저 책 57쪽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시원 작가의 <숲속 사진관>이라는 책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이 그림책에는 가족 사진을 찍으러 온 다양한 동물 가족이 나와요. 자식이 한 명이 있는 가족도 있고 자식이 아예 없는 가족도 있어요. 그리고 부모가 한 명만 있는 가족도 있거든요. 이 그림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요즘 가족 형태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지금 앞에 앉아 계신 네 사람의 모습이 아마 일반적이겠지만 이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한부모 가족이 이제 많아졌어요. 사별을 해서 한부모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이혼을 해서 한부모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을 키우는 경우도 많아요. 조손 가족이 있습니다. 책에 그림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넣지는 않았는데 사실은 재혼 가족도 많이 있고요. 그다음에 지금은 여러 가족들이 떨어져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살고 있을 수 있거든요. 외국에 가서도 살 수가 있고 그래서 이런 식의 가족들을 네트워크형 가족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요즘 소개가 많이 되고 있는데 공동체 가족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약간 위험성이 높긴 하지만 공동체에 들어가서 아주 넓은 가족 형태를 이루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조금 더 열린 시각을 가지고 보면 동거 가족도 있고요. 동성 가족도 있죠.
다양한 가족들의 형태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사실 우리가 어떤 가족이냐에 따라서 편견도 많이들 가지는 것 같아요. 그 편견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선생님께서 말씀을 해주고 계시거든요. 제가 좀 놀랐던 거는 자녀가 한 명만 있는 가족을 외둥이 가족이라고 부르는데 외동 아이들은 솔직히 조금 이기적인 편일 거라는 편견을 다들 가지시지 않나요? 저도 그게 정설처럼 느껴졌는데 선생님께서 형제의 유무는 아이의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거의 연관이 없다고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네, 연관이 없어요.
제가 외둥이 가족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실제로 연구 결과도 아이의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이 형제자매가 있냐 없냐 이 요소는 굉장히 미미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성이 좋다 그러면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저도 도서전 부스를 보면서 그런 걸 느끼는데 스탬프 이벤트 같은 걸 할 때 '도장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애가 있고 아무 말 못 하고 그냥 종이만 내미는 애가 있어요. 자기가 원하는 걸 잘 얘기하는 타입이 사회성 좋은 걸로 느껴져요.
스탬프를 찍어주세요 하고 주저 없이 나오는 아이는 활달할 아이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막 쭈뼛쭈뼛하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는 이 아이는 수줍음이 많거나 조금 더 내성적인 어떤 성정을 가진 아이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보는 시각은 사실은 사회성에 대해서 보고 있는 게 아니고 사교성에 대해서 보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굉장히 헷갈리거든요. 사교성은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을 쉽게 사귀는 능력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사교성은 자신의 기질과 관련이 많습니다.
반면에 사회성은 관계를 맺고 그것을 유지해 나가는 능력이에요. 사교성이 굉장히 좋은 아이는 막 여기저기 다니니까 친구가 굉장히 많은 것 같잖아요. 나중에 보면 남아있는 사람이 없어요. 이렇게 되면 사회성이 좋은 아이는 아닌 거죠. 수줍음이 많은 아이는 친구가 막 많지는 않아요. 조금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이 관계를 굉장히 오래 끌고 가요. 이런 아이가 사회성이 좋은 아이예요. 그래서 관계를 유지해 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건 어떤 규칙을 알고 있어야 되겠죠.
자기가 지금 속해 있는 상황과 장소에서 어떤 규칙이나 사회적인 규범이 있나 이해를 하고 있어야 되고, 동시에 관계를 맺으려면 쟤는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마음인지 캐치를 해야 해요. 그래야 그에 합당한 반응을 보여줄 거 아니에요. 이런 능력을 기르는 것이 사회성이에요. 그래서 주거니 받거니가 되는 거죠. 그래서 사회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거는 소통과 공감하는 능력이에요.
사회성은 훈련하면 좋아져요. 이건 타고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른들도 계속해서 사회성을 학습해야 해요. 어른이 되면 사회성 배우는 건 끝났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건 오해라는 거죠.
근데 형제자매가 있으면 티키타카가 있잖아요. 집 안에서 규칙을 이해하고 상대가 이렇게 하면 싫어하는구나 저렇게 하면 좋아하는구나 이런 거를 경험할 기회가 외둥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조금 기회가 많다는 거지, 외둥이기 때문에 사회성 자체가 발달이 어렵다 이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는 거죠.
아동 전문 상담센터 같은 데에 요즘 진짜 그 사회성 문제로 방문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해요. 요즘 애를 안 낳거나 한 명만 낳으니까 외둥이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 아이들이 그 센터를 방문했을 때 제일 먼저 뭘 할까요? 제일 먼저 그룹에 넣어서 같이 놀이 활동을 하고 그렇게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일 대 일로 작업이 들어가요. 얼마나 건강하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나,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훈련을 거친 다음에 그룹에 들어가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이 사회성이라는 것이 이 형제자매 문제와 그렇게 직결되는 건 아니고 오히려 부모의 양육 태도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이 책은 <무릎 딱지>입니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주인공인 아이가 엄마의 죽음을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거든요. 상실을 마주한 이 작은 아이가 되게 고통스러울 거잖아요. 근데 자기가 아빠를 돌보겠다고 얘기를 해요. 선생님께서는 이를 부모화 현상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부모화 현상이 무엇인가요?
원래 어른이 위에 있잖아요. 부모가 위에 있으면 아이는 밑에 있어야지 하거든요. 큰애가 있으면은 큰애 밑에 또 동생이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가족 안에는 위계질서가 있어요. 그리고 나름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야 돼요. 아이는 아이의 자리에 있고 부모는 부모의 자리에 있고. 근데 아이가 이 부모의 자리로 위로 올라오는 거예요. 올라와서 부모가 해야 될 역할과 일을 본인이 하는 거죠. 사실 굉장히 위험한 지점이 있어요.
가족이 어떤 위기에 닥쳤을 때 사실 모든 가족이 합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단기간은 괜찮아요. 예를 들어서 엄마가 입원을 하셨어요. 그럼 집에 큰 아이들이 가사와 동생을 돌보면서 가족이 엄마가 빨리 회복하기를 기다리겠죠. 그런 식으로는 괜찮아요. 책임감도 기를 수 있고 자기 가치도 굉장히 올라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장기화되면 아이 내면이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슬픔을 안고 성인이 되는 거죠. 그 내면의 슬픔이 아이의 삶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쳐요. 그런 것들을 이제 부모화 현상이라고 보는데요.
제가 그림책 장면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돌아가신 거지만 아빠한테는 부인이 하늘나라 간 거잖아요. 배우자의 상실이 되는 거죠. 아빠가 너무 슬프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다 빨간색이에요. 이 책의 주된 색깔이 빨간색이잖아요.
이 책이 '엄마가 죽었다' 이렇게 강렬한 문구로 시작을 해요. 아이가 슬픔을 계속 참아요. 애가 빨갛게 되어 가잖아요. 그러다 할머니가 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아이는 아직 할머니가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머릿속에 할머니와 아버지를 돌보는 장면을 그리죠. 이런 것들이 부모화 현상이에요. 할머니를 통해서 이 아이의 슬픔이 흘러 나갈 수 있도록 마무리가 되는 책인데 슬픈 일이 찾아왔을 때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가족 안에서 풀어갈 수 있나,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그러면 바로 여쭤보고 싶어요. 이별은 어느 나이에 겪더라도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고 극복하기 힘든 일인 것 같은데 가족이 이별을 경험하게 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지 이 상실에서 우리가 회복할 수 있을까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고 동시에 꼭 필요한 질문이기도 한데요. 우선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 책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의 말미에도 나와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일단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애도의 과정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고 슬픔의 시간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달라요. 그거를 옆에서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다른 주제에서 쓰려고 생각하는 책인데 그림책에 보면 토끼가 주인공 아이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이런 태도와 모습이 가족 안에 필요한 것 같아요.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요. 마지막 남은 질문들을 하기 전에 관중 질문 타임을 한번 가져볼까 하는데 혹시 질문 있을까요?
작가님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본인을 몇 점짜리 엄마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저희 아이가 서른이 넘었거든요. 결혼도 했어요. 저희는 기념일이 있을 때 손편지를 꼭 쓰는데 아이가 얼마 전에 아빠 생일이어서 아들과 며느리가 카드를 보내왔더라고요. 공통적인 부분이 자기들 곁에 좋은 어른이 계셔서 자기들이 참 좋다, 아빠의 삶이 자기 마음에 큰 울림이 된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걸로 답을 대신해도 될까요? 몇 점인지는 다음에 한번 물어봐야 되겠네요.
저도 하나 여쭙고 싶은데 가족학을 연구하셨지만 그래도 나의 가족은 역시 어렵지 않나요?
저도 저희 아이가 중학교 다닐 때 중2병이 왔는데요. 한편으로는 중학교 때 사춘기를 한 게 되게 감사했고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되는 시점이니까 중학교 때 자기 성질 다 부리는 것이 오히려 더 감사했고 그랬던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때 자기가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걸 1년 동안 이야기하더라고요. 괴롭히는 친구도 있고 그래서 이 아이가 태어나서 15살에 처음 맞이하는 자기 생애에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거기서 물러서지 않기를 바랐고 투쟁하면서 헤쳐 나가기를 바랐기 때문에 학교는 언제든지 그만둬도 상관이 없는데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1년 동안 같이 고민했어요. 제가 한 거는 거의 매일 밤마다 얘기하고 듣고 같이 울다가 자고 다시 학교 가고를 1년 동안 했어요. 이 아이가 헤쳐가는 그 여정에 그 옆에 있어 준 거죠. 중학교 3학년 되니까 학교 계속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많은 그림책을 읽고 연구하셨으면 그림책 진짜 잘 쓰실 것 같은데 혹시 쓰실 계획 없나요?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여기 부스 다 보셨죠? 너무 훌륭한 작가들과 훌륭한 그림책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이 없고요. 작가님들이 많이 수고해서 만들어 놓으시면 저는 그걸 열심히 한번 잘 읽어보려고요.

북토크 직후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를 사가시는 관객분들과 사인회 시간도 가지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셋째 날 마지막 북토크는 따뜻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조금 더 현장감 있는 북토크 현장을 보고 싶으시다면 유튜브 채널 산지니에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채널산지니
도서출판 산지니 공식 유튜브 채널입니다. 부산에서 책 만드는 사람들, 산지니. 오래된 매를 뜻하는 산지니처럼 오래 버티며 지속가능한 출판을 꿈꿉니다.
www.youtube.com
<배고픈 노랑가오리>를 읽고 싶다면?
배고픈 노랑가오리 | 꿈꾸는 보라매 17 | 조미형
해양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는 해양 생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먹이를 찾지 못해 배고픈 ‘노랑가오리’와 그의 친구 ‘쏠배감펭’, ‘고래상어’를 비롯해 비닐에 갇혀 버린 아기 바다거북
www.aladin.co.kr
<배고픈 노랑가오리> 북토크를 보고 싶다면?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를 읽고 싶다면?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 | 방현주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동시에 가장 알기 어려운 존재다.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는 가족학을 전공한 그림책 테라피스트 방현주 저자가 가족을 주제로 한 그림책들을 선별하여 가족의 복
www.aladin.co.kr
<그림책에서 가족을 만나다> 북토크를 보고 싶다면?
'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산지니 출판사 북토크 풀영상 모음집🎀 (2) | 2025.12.17 |
|---|---|
|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4일차 후기 :: <위풍당당 헌책방> 최봄 작가, <아버지를 찾아서> 홍정욱 작가와의 만남 (1) | 2025.12.17 |
|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2일차 후기 :: 이창우 작가의 캐리커쳐 이벤트, <사자성어 탐험대> 김이삭 작가와 함께한 책놀이 프로그램 (1) | 2025.12.16 |
|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1일차 후기 :: <부산에서 예술을 합니다> 임영아 저자와의 만남 (0) | 2025.12.12 |
| 세상과 실뜨기를 하다 ::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 이수진 작가 북토크 후기 (0) | 2025.1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