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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여행이란 결국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 『여행의 마음』 저자 조화진 소설가와의 <부산시민도서관 릴레이 북토크> 현장

by jh5169455 2026. 5. 7.

지난 4월 29일, 부산시민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가 있는 날에 만나는 작가 릴레이 북토크> 시작을 조화진 소설가가 함께 했습니다. 이번 북토크는 소설집이 아닌 에세이 『여행의 마음』을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아직 오지 않은 더위 대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독자님들께서는 여행이 그립지 않으신가요?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금세 따뜻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현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편집자

오늘은 부산시민도서관이 진행하는 <문화가 있는 날에 만나는 작가 릴레이 북토크> 1회입니다. 여행의 마음의 저자이신 조화진 소설가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산지니 출판사의 이소영 편집자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여행의 마음이 첫 번째 에세이인데요. 소설과 에세이를 쓰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화진 소설가

생각을 조금 했어요. 소설은 작가 자신을 숨길 수가 있어요. 캐릭터를 만들어서 작가는 뒤에 숨어 버리잖아요. 근데 에세이는 자기 얘기를 써야 됩니다. 소설을 쓸 때도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에세이는 그런 게 없으니 쓰면서 좀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제가 느끼기로는 되게 순수한 장르 같아요. 제 경우에는 에세이를 읽으면 작가와 바로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분 앞에 앉아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담소 나누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편집자

어떤 계기로 에세이를 낼 마음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조화진 소설가

사실 쓰기 전에는 쓸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저도 중간중간에 낙서는 많이 하고 또 칼럼 같은 글을 쓰긴 했죠. 왜냐하면 이슈가 있으면 신문사에서 칼럼 청탁이 조금 오거든요. 그럼 그때 몇 번 쓴 적은 있어요. 저는 정말 제 얘기를 조곤조곤하게 나를 다 드러낼 자신이 없거든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요. 어느 정도 자기를 드러내면서 얘기를 해야 한다면 여행 얘기로 쓰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그렇게 쓰게 됐어요.

코로나가 한참 길었잖아요. 그때는 밖도 여행도 못 가고 이러니까 뭐 그냥 썼어요. 그냥 재미삼아 쓰다 보니까 탄력이 붙어 가지고 여행 가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하여튼 쓰면서는 무척 즐겁고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했습니다.

편집자

그러면 소설 쓰는 거랑 에세이 쓰는 거 둘 중에서 뭐가 더 쉬우셨어요?

조화진 소설가

글쎄요. 소설은 일단 만들어야 되니까 캐릭터를 만들고 다 구성을 해야 하는데, 에세이는 아까 순수한 장르라고 제가 했잖아요. 나도 모르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어떤 걸 느꼈냐 하면 이제 엄마 얘기, 그런 이야기가 저도 모르게 막 이야기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비워내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구나 이런 생각하면서 쓴 것 같아요.

편집자

자기 얘기를 써야 되다 보니까 나를 드러내기도 하면서 그게 비워내는 감각으로 이어지신 것 같아요. 드러낸다는 단어가 나왔다 보니까 아까 소개해 주시면서 드러내는 걸 좀 꺼린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싫거든요. 그런데 작가 선생님 소개에 보면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믿는다고 되어 있어요. 제가 방금 딱 들었던 생각이 자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도 약간 비주류의 특성 중에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선생님께서는 본인을 왜 비주류라고 느끼시는지 궁금하네요.

조화진 소설가

주류는 주된 파고 비주류는 소수파잖아요. 저는 조금 숨는 타입이에요. 젊을 때는 되게 심했어요. 누가 나를 안 보게, 나를 좀 안 봐달라고 그랬는데 제가 아줌마가 되고부터는 간이 조금 커졌어요. 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에요. 저는 저만의 취향이 담긴 인디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남들 다 하는 거를 피하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저를 비주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편집자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약간 비주류적인 면모들이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추구미 같기도 해요. 세대가 나아가면서 비주류의 모습이 점점 주류로 변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혼자 있는 거 좋아하는 성향이 여행에도 반영된 건지 책에는 유명한 대도시나 관광지 이야기보다는 소도시가 훨씬 많이 등장하거든요. 작가님은 어떤 기준으로 여행을 떠나시는지, 소도시나 작은 마을이 작가님에게 주는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화진 소설가

저는 40대에 늦게 외국 여행을 갔어요. 혼자서 친척집에 가는 건 워낙 많이 했지만 제가 나이도 있어서 여행 가는 게 힘들었죠. 일단 돈이 없고. 그때는 되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40대가 되니까, 한 번 발동이 걸리니까 그때부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탐색했어요. 여기 보면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와요. 유명한 대륙 관광지에 저도 몇 번 갔는데 어느 순간 사람 많은 곳이 제 취향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처음에는 패키지로 가족으로 그냥 휩쓸려 다녔는데 하나도 기억에 안 남았어요. 바로 정체성을 알기는 좀 힘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랬어요.

저는 여행에서 돈이 좀 덜 드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저같이 소극적인 사람은 게스트하우스가 조금 무서워서 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요. 딸하고 같이 가는 경우에는 반반 부담이라 돈도 그렇게까지는 많이 없어도 되고 좋아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비싼 나라는 안 가고 물가가 싸고 좀 매력적인 곳 이런 걸로 이제 찾는 거죠. 포르투갈과 그리고 스페인 남부 물가가 되게 싸요. 제가 작년에 시칠리아를 두 번째 갔는데 다시 반하고 왔어요. 물가도 싸고 음식은 정말 맛있고 시칠리아 와인은 본토 와인보다 훨씬 맛있고 저렴해요.

편집자

작가님께서는 주부로서의 정체성이 1번이라고 책에서 말씀하셨지만 거기에 갇히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을 하셨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런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고민하셨고 극복하신 방법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화진 소설가

지금은 여성분들이 나가서 알바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사회가 되게 열렸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어요. 여자는 무조건 집에 있어야 되고 전업 주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때는 애매했어요. 애를 낳으면 경력단절은 당연하고 나가면 아줌마라는 룰에 다 갇혀요. 늙거나 젊거나 다 아줌마예요

결혼하기 전에는 책도 많이 읽고 혼자 잘 다녔는데 결혼과 동시에 모든 게 스톱되어서 주부로만 사는 거죠. 아이가 초등학교 막 들어가는 나이에 제가 깨달은 게 있어요. 내가 요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 확 들었어요.

계좌 이체를 할 일이 생겨서 은행에 갔는데 글씨가 안 써지는 거예요. 쓸 줄을 모르는 거예요. 너무 당황했어요. 하루는 엄마가 오셔서 집에만 있지 말고 놀고 오라고 하루 휴가를 줬어요. 그래서 이제 나가는데 핸드백을 맬 줄을 모르겠는 거예요. 어떻게 매는지 모르겠네. 너무 답답해서 책방을 갔어요. 그때 토지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렇게 내가 읽었던 책도 다시 보고, 책방에 있는 책을 다 읽고는 사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인제대 평생교육원에서 문학 수업이 있었어요. 그렇게 한번 가보자 해서 몇 군데를 갔어요

거기에서 저의 이야기를 썼어요그리고 집에 와서 문학 강좌를 곁눈질하면서 하나를 썼어요. 썼는데 어디 보내려고 하니까 당연히 떨어질 것 같았어요. 제가 창원에 사니까 경남 신문에 보내자 이랬는데 이제 그게 당선이 됐어요. 그때도 스스로 나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안 했으면 어떻겠어요. 절대 늦은 게 아니었어요.

편집자

이제 북토크가 마무리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혹시 질문 있으신 분들은 이제 손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참석자1

말씀 잘 들었어요. 저는 도서관에 책 빌리러 왔다가 책의 커버가 너무 예쁘고 제가 좋아하는 색이어서 신청을 하게 됐어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까 작가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여행은 치유라는 느낌이 있어서 작가님 말씀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 처음 에세이를 쓰셨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이걸 계기로 다른 에세이를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조화진 소설가

감사해요. 여행 좋아한다니까 통하는 게 있네요. 내년에 단편 소설집이 한 번 나올 거 같고, 오늘 말한 여행 소설은 기회가 되면 내고 싶어요. 사랑에 대한 소설, 인생에 대한 소설도 쓰고도 싶은데,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참석자2

저도 나이가 좀 있고, 많이 공감하면서 들었어요. 선생님 책을 보는데 표지가 참 예쁘더라고요. 저기가 어디인지도 궁금합니다. 보통 여행 에세이면 사진도 조금 있을 줄 알았는데 사진을 책에 안 넣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화진 소설가

일단 표지는 이탈리아 북부의 시르미오네라는 소도시예요. 거기는 여름 되면 이런 꽃들이 많이 피어요. 출판사에서 사진을 몇 개 요구했어요. 사진을 한 20점 보냈는데 이거를 표지로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출판사에 너무 고마웠어요. 근처에는 큰 가르다 호수가 있어요. 그 동네 집을 제가 찍은 거예요. 근데 제가 사진 찍을 줄 몰라서 막 찍었는데, 출판사에서 제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해주셨어요. 

편집자

제가 이 책을 편집하지 않았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여행 에세이는 대부분 열어 보면 일단 컬러고 사진들이 정말 화려하다는 점이네요. 전문가들이 찍은 것 같은 사진을 보다 보면 이제 글보다는 사진에 집중하게 되는 거 같아요. 다 읽고 나면 그 풍경이 내가 떠올린 풍경이 아닌 그 사람이 본 풍경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오히려 차별화를 위해 글만 실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화진 소설가

저도 다시 보니까 사진이 없는 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편집자

이제 마치기 전에 선생님 소감 듣고 자리 마무리하겠습니다. 

조화진 소설가

저는 이렇게 많은 분들하고 얘기해 본 게 처음이에요. 맨날 저 뒤에 가서 혼자 앉아서 들었어요. 그래서 감회가 조금 남다릅니다. 저는 창원에 살아요. 부산은 창원하고 분위기가 다르네요. 다 젊은 분이시잖아요. 약간 좀 놀랐어요. 너무 부럽습니다. 부산 사시는 시민분들 감사합니다.

편집자

늦은 시간에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북토크가 끝난 후 추첨을 통해 다섯 분께 『여행의 마음』을 선물로 드렸는데요, 받으신 독자님들 모두 소설가님의 친필 사인을 받는 시간을 가지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시민 한 분께는 소설가님께서 직접  『S언니 시대』 선물하며 늦은 저녁까지 진행된 북토크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만큼 퐁실퐁실한 봄입니다. 『여행의 마음』 과 함께 여행할 마음을 다듬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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