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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아줌마 혼자 전국일주? 542일 간 여행 마친 약대 출신 선생님 :: <매일경제>에서 『우아한 여행』을 소개했습니다.

by jh5169455 2026. 6. 1.

2021년에 개봉한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스물아홉 '자영'(전종서)은 할머니(김영옥)에게 왜 나는 인생에서 주인공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너는 따까리 조연이라고 말하고 자영은 서운해합니다. 그러다가 영화 후반에 가서 자영이 녹록치 않은 현실에 낙담하며 스스로를 따까리 조연이라고 말하자 그 말은 들은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가 영화를 빛냅니다. "이제 좀 주인공 같네." 

스스로를 따까리 조연이라 생각하는 때가 가장 영화의 주인공같다는 말을 되새깁니다. 착한 딸, 아내, 엄마로 차곡차곡 살아온 아줌마가 '나' 자신을 위해 떠난 여행이 있습니다. 즐겁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50대 아줌마가 씩씩하게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전국 일주 여행기 『우아한 여행』을 <매일경제>가 소개했습니다. 주인공의 동의어가 '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함께 울렁거리신다면 기사와 더불어 박미희 작가님의 『우아한 여행』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매일경제

출판/도서

50대 아줌마 혼자 전국일주? 542일 간 여행 마친 약대 출신 선생님 [여책저책]

 

여행의 의미 또는 기억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누구’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마음에 잘 맞던 친구도 여행만 가면 싸웠다는 이야기가 은근히 많죠. 심지어 신혼여행이 이혼여행으로 바뀌는 이들도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누구’라는 존재보다는 ‘나’에 집중하는 여행법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혼여행’ ‘나홀로 여행’ 등으로 부르죠. 이렇게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남의 시선과 사회적 역할에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오롯이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죠.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 사진 = 한국관광공사
 
박미희 작가의 ‘우아한 여행’은 중년의 아줌마가 배낭을 메고 일구어낸 자신의 첫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여행을 중심으로 풀어냅니다. 혼자가 되는 수고를 통해 희미해진 나의 취향과 내면의 힘을 발견합니다. 여행플러스는 남과 온전히 함께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먼저 홀로 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단단한 용기를 전합니다.
 

우아한 여행
박미희 | 산지니

 

착한 딸, 살림하는 아내, 자식 키우는 엄마.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중년의 여성 모습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들을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대표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아줌마라는 역할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뒤에 부여되는 역할이 어마어마하다. 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돌보고 주변부로 물러서야 하는 희생의 연속을 감내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중년 여성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위해 자신의 이름 석 자와 마음속 꿈을 접어둔 채 살아간다. 책 ‘우아한 여행’의 저자 박미희는 쉰이 넘은 나이에 이 익숙하고도 무거운 이름표들을 미련 없이 떼어냈다.

남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선 그는 배낭 하나를 메고 542일간의 전국 일주라는 파격적인 여정에 올랐다. 우리나라 모든 시와 군에서 사흘씩 살아보겠다는 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은 평생 가족의 그림자로 살던 한 여성이 온전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처절하고도 웅장한 독립 선언이다.

약학과를 졸업하고 대안학교 교사, 숲해설가, 생태공예가로 성실하게 살아온 저자 역시 여느 동년배 여성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숨어 있었다. 책은 저자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기록한 풍경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따뜻한 문체로 풀어낸다.

강원 정선 소금강 / 사진 = 한국관광공사

강원도 정선에서 난생처음 손을 들어 시도한 히치하이크, 경북 고령의 시골길에서 만난 할머니 친구와의 가슴 뭉클한 우정, 그리고 꿈에 그리던 섬 인천 백령도에서 마주한 평생 잊지 못할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경까지, 저자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세계의 서사가 펼쳐진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중년 여성의 홀로 여행이 단순히 노년의 무료함을 달래는 여가나 유람이 아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것은 평생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느라 지쳐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과거의 나와 화해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 주변에서 쏟아진 “여자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는 걱정과 우려가 모두 기우였음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오히려 스스로가 ‘여자라서 못 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움츠러든 마음에 갇혀 있었음을 깨닫는다.

거친 길 위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마다 저자의 내면에는 “여자라고 못 할 게 없다”는 단단한 자긍심과 용기가 쌓여간다. 바쁜 일상과 어른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깊숙이 묻어두었던 마음속 ‘주근깨 소녀’가 기지개를 켜고 눈을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대목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는 풍경을 통해 인생의 후반기를 변주하는 법을 배운다. 홀로 전국의 모텔 방을 전전하며 삼 일씩 살아내는 과정은 외로움과의 사투가 아니라 비로소 홀로 온전히 서는 법을 배우는 즐거운 훈련이었다.

저자는 “진정으로 홀로 되어 선 사람만이 더불어 온전히 둘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내면의 상처와 불안을 그대로 둔 채 타인에게 의지하려 하기보다 홀로 단단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과 공존이 가능하다는 철학적 통찰이다.

인천 백령도/ 사진 = 한국관광공사

숲해설가답게 자연의 변화 속에서 자기 앞의 생을 긍정하고, 마른 잎과 나무토막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듯 길 위의 낯선 인연들을 삶의 소중한 꽃으로 피워내는 저자의 시선은 깊고 유연하다. 책은 특별하고 잘난 사람만이 떠나는 거창한 탐험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어리숙한 아줌마도 원한다면 언제든 멋진 여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다정히 말한다.

저자는 인생의 전반전을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채웠다면 남은 인생의 2막은 오롯이 나를 위한 새로움으로 채워가자는 초대장이라고 말한다. 책의 말미에는 홀로 여행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 세우기와 필수 준비물 리스트 등 실용적인 팁을 아낌없이 담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궤도 위를 돌며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거나 나보다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느라 떠나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돼준다. 성별과 나이라는 제약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자유인임을 선포한 춘천 아줌마의 씩씩한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나만의 우아한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는 설렘의 시동이 켜질지 모른다.

 

출처 : 장주영 기자, 2026년 5월 30일, <매일경제>

 

50대 아줌마 혼자 전국일주? 542일 간 여행 마친 약대 출신 선생님 [여책저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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