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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2026 서울국제도서전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강연 후기 :: 『대만 박물관 산책』 류영하 저자와의 만남

by euk 2026. 6. 30.

지난 28일 일요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

이번 도서전은 작년보다 더 많은 인파와 함께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는데요.

부산의 출판사들이 함께 운영한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부스에서는 해피북미디어의 『대만 박물관 산책』 류영하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직접 준비하신 강연 자료와 함께 대만 박물관, 대만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세한 후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만 박물관 산책』 집필 계기

저는 흔히 홍콩이나 대만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제 연구의 중심에는 늘 '정체성'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은 왜 갈등하는지,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는 왜 충돌하는지, 그 이유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중국과 홍콩의 정체성 문제를 연구했는데, 자연스럽게 대만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3EBS 세계테마기행촬영이었습니다. 3주 동안 대만을 한 바퀴 돌며 곳곳을 여행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사회 분위기는 여유로웠으며, 한국과는 다른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대만을 제대로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연구년을 맞아 대만에서 6개월 동안 대학 강의를 하며 생활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대만 정부 장학금을 받으며 현지에서 생활했는데, 하루하루가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다시 태어난 시간'이라고 표현할 만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생활하며 계속 머릿속을 맴돈 질문이 있었습니다. '왜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겪었는데 대만은 이렇게 다른 사회가 되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이 바로 박물관이었습니다.

 

대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들

처음에는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대만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직접 살아보니 정말 그렇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대학 식당만 가도 수백 가지 메뉴 가운데 원하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었고, 교내 서점에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다양한 굿즈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는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도록 만든 '멍 때리는 공간'이 있었고, 학생들이 돌보는 유기견이 도서관과 강의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버스를 탈 때와 내릴 때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설날에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새해 인사를 나누는 문화, 골목마다 꽃과 장식으로 집 앞을 꾸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군고구마와 찐고구마를 팔고, 지금도 종이신문을 쉽게 살 수 있으며, 주말마다 열리는 야시장과 벼룩시장에서는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상품들이 자연스럽게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상의 풍경 하나하나가 모여 '사람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겪었는데도 대만은 다르다고 느낀 이유

한국과 대만은 생각보다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일본의 식민지배를 경험했고, 해방 이후에는 권위주의 정권과 독재를 겪었습니다. 이후 경제성장을 이루고 민주화를 경험했다는 점까지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두 사회가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과 갈등을 해결하는 태도는 상당히 다릅니다.

대만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도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같은 역사적 경험을 했는데 왜 사회 분위기는 이렇게 다를까, 왜 대만 사람들은 과거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와 다를까 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찾고 싶었고, 결국 한 사회의 가치관과 기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인 박물관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박물관에 주목하게 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박물관이야말로 한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국가가 만든 교육과정을 배우지만, 어른들은 박물관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사회를 이해합니다. 우리는 박물관을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박물관은 한 사회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후대에 남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교육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물관을 보면 그 나라가 어떤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드러내는지, 어떤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려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대만 전역의 박물관 38곳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대만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물관을 보면 대만이라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대만 박물관 산책입니다.

 

대만의 여러 정체성은 어떻게 공존하고 있나

대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정체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대만에는 원주민을 비롯해 1949년 국민당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 400여 년 전부터 대만에 정착해 살아온 본성인, 그리고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객가인까지 크게 네 가지 정체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다 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만은 이러한 차이를 부정하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방향을 선택해 왔습니다.

한국도 앞으로 점점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만은 우리보다 먼저 '다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해 온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만이 완벽한 사회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만의 박물관에서 가장 놀랐던 점

대만의 박물관을 둘러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과거를 없애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신사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신사를 철거하는 대신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식 신사 건축과 국민당 시절의 흔적, 대만 전통 건축 양식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한국인의 시선에서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또 타이베이시 탐색관에서는 '대만에 도움을 준 외국인'을 소개하는 전시가 있었는데, 소개된 11명 가운데 9명이 일본인이었습니다. 식민지배라는 아픈 역사를 겪었음에도 일본이 남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함께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역사를 지우거나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그 의미는 관람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태도가 대만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만에는 현재 여러 원주민 부족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들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원주민 사회의 어두운 역사까지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부족 간의 머리 사냥 풍습, 성인이 되기 위한 의식, 일본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변화한 생활문화 등 오늘날의 시선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있는 그대로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또 원주민 여성들이 직조 기술을 익혀야 성인으로 인정받았던 문화, 남성은 공동체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야 어른으로 인정받았던 이야기 등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문화를 현재의 기준으로 단순히 비판하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외래 종교가 원주민 문화와 어떻게 융합되었는지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성모 마리아를 원주민 복장으로 표현하거나, 기독교가 기존의 신앙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모습을 보며 대만 사회의 높은 수용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류영하 교수가 바라보는 장제스 기념관

대만에서도 장제스를 둘러싼 평가는 지금까지도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민주화 이후에는 기념관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결국 대만 사회는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현재 중정기념당에는 장제스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하는 전시와 함께 민주화 과정, 2·28 사건, 계엄 시대를 다룬 전시가 나란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고, 관람객이 스스로 역사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일부 학교에는 아직도 장제스 동상이 남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학교 측이 이를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의 교재'라고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졸업식 때 장제스 동상에 선글라스를 씌우고 기타를 들려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적 인물을 무조건 신성시하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만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다루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피해 사실을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 당시의 자료와 기록을 중심으로 역사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신문에 실린 모집 광고, 취업 사기를 통해 피해자들이 동원된 과정, 가족이나 친척에게 속아 팔려 간 사례 등을 차분하게 전시하며,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도 함께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사실과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그 사실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각자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사실과 가치가 뒤섞이면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기 어려워지고, 결국 건강한 토론도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대만 박물관에서 한국이 배울 점

대만의 박물관은 자랑스러운 역사뿐 아니라 부끄러운 역사도 숨기지 않습니다.

원주민의 토지를 빼앗았던 과정, 식민지 시기의 공과, 국민당 독재와 민주화 과정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불편한 역사라고 해서 없애거나 외면하기보다,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토론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또 박물관은 관람객에게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고,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습니다.

저는 박물관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암기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만의 박물관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대만을 여행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

타이베이에 간다면 가장 먼저 디화제를 걸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200년 넘게 이어져 온 거리에는 지금도 오래된 상점들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역사적인 건물 안에서 현대적인 가게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도시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재의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대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박물관으로는 난양박물관과 국립대만역사박물관을 추천했습니다. 난양박물관에서는 원주민과 지역의 역사, 토지 수탈의 과정까지 숨김없이 소개하고 있으며, 기념품 역시 지역 특산물과 연결해 지역 경제를 함께 살리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립대만역사박물관은 대만의 역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박물관입니다. 일본 식민지 시기의 공과를 함께 다루고,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어 대만 사회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찾아가 볼 만한 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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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박물관 산책 | 류영하

박물관은 사실만을 전시하는 공간일까? 우리는 박물관의 스토리를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대만과 홍콩의 정체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류영하 교수는 이러한 질문을 출발점으로 대만 전역에 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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