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카테고리 4개로 묶은 결과입니다. 카테고리 당 키워드 2개로 16가지 유형을 나누는데요. 동어 반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용태로 행동하는 사람을 이 유형으로 묶었는데,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냐 물으면 이 유형이라서 그래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MBTI는 불편했던 많은 대화를 줄여준 획기적인 개념이기도 했습니다. 만나면 가족 구성을 묻고, 직업을 묻고, 연봉과 결혼 여부를 물었던 대화보다는 훨씬 즐거웠으니까요. 하지만 MBTI가 유형이 아니라 자격으로 작동하는 순간, MBTI는 이전 피곤했던 대화를 닮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신문>에서 『불편한 유행』을 소개했습니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불편하고 피곤한 일에 둘러싸여 계신다면 도우리 칼럼니스트의 『불편한 유행』을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국제신문
“너 T야?” 무심코 한 마디…혐오와 차별입니다
불편한 유행- 도우리 지음/산지니/1만9800원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novel1210@naver.com

- MBTI로 왕따 당한다는 10대
- 피해자 겨냥한 인터넷 용어 등
- 여러 문화현상 속 실체 파헤쳐
- 두쫀쿠 열풍도 마케팅의 산물
“너 티(T)야?” 친구나 동료와 대화 중에 반대 의견을 내거나 좀 더 생각해 보자고 제의했다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MBTI(성격 유형)가 우리나라에 수입된 뒤 긴 시간이 흐르지 않은 2010년대에는 대학 교양수업에서 잠깐 소개되는 정도의 특수 지식이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MBTI를 모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정도가 됐다. MBTI의 8가지 성향(I-내향/ E-외향, N-직관/ S-감각, F-감정/ T-사고, J-판단/ P-인식)과 16가지 유형을 유연하게 변형하며 노는 유행이 여전히 한창이다.
T(Thinking, 사고형)와 F(Feeling, 감정형)를 구분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그런데 “너 티(T)야?” 에는 부정적 뉘앙스가 있다. 한 사람 성격을 확정 짓다시피 하는 것이 문제이다. 청소년 사이에서 ‘T’ 성향이면 왕따라는 호소가 있을 정도이다.
‘불편한 유행’을 쓴 도우리 칼럼니스트는 “우리나라에서 MBTI는 ‘과몰입’ 단계를 넘어 성격 공용어로서 ‘토착화’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일상에 스민 ‘최신 유행’을 앞에 두고 무심코 망설이게 되는 이들을 위한 대중문화 비평서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로 문화 속 중독 현상을 파헤쳤던 저자의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휩쓴 문화 현상을 비틀어 바라본다. 가볍게 소비되는 유행이 실은 어떤 모순과 갈등, 차별을 품고 있는지 조명한다. 유행은 눈에 띄는 겉모습만으로 그 실체를 다 파악할 수 없다. 이 책은 다양한 유행의 등장 원인을 분석해,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와 불안, 혐오가 어떻게 공감 가능한 정서로 받아들여지고 언어와 놀이문화, 대중매체로 번져나가는지 추적한다. 가볍게 소비되는 유행의 내부를 들여다봄으로써, 그 안에 은폐된 우리 사회 공통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인터넷에서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이 단어는 부당함을 토로하거나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목소리에 개인 책임을 되묻는 말로 쓰인다.
대형 사고가 터져 피해를 본 당사자나 유족에게 이런 단어를 쓰는 유행은 사회적 고통마저 선택의 문제로 환원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굳힌다.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의 유행은, 연애가 자기 가치를 증명하고 인정받는 정체성 문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선택받지 못하는 것은 곧 ‘도태’로 읽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
이런 유행도 있다. 벌집아이스크림-뚱카룽-도넛-크로플-버터바-소금빵-약과-카이막-탕후루-두바이 쫀득쿠키. 먹는 건 둘째 치고, 먹어봤다는 사실을 SNS에 올리지 않으면 소외감이 들 만큼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슬며시 사라진 유행이다. 저자는 “디저트 전문 매장을 프랜차이즈화해 단기 매출을 끌어올려 ‘엑싯(Exit)’한 뒤 투자금를 회수하는 자본 구조나 짧은 소비 주기를 부추기는 마케팅의 문제도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행을 좇아 다니다 호구 노릇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유행에 불편함을 느껴온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과 통쾌함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즐겨온 이들에게는 낯선 시각과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책이다.
출처 : 박현주 칼럼니스트, 2026년 7월 9일, <국제신문>
“너 T야?” 무심코 한 마디…혐오와 차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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