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입』은 고향인 부산 영도에서 한약사로 일해오다 70대에 글쓰기 수업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저자가 쓴 첫 책입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가족과 자신 곁에 있는 가족, 떠나버린 친구들과 남아있는 한약방에 대한 기억을 한 자 한 자 글로 바꿔내며, 사람과 공간, 그 속에서 살아온 자신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는 작업을 책 속에 담았습니다. 저자의 글쓰기 스승인 정영선 소설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든이 넘은 몸과 마음에 어떻게 아이의 그리움과 순진함이 남아 있을까, ‘얼어붙은 입은 언제 녹을까’라는 마지막 문장을 볼 때마다 내 입이 다 얼얼해졌다."
얼어붙은 입으로 묵묵히 살아온 날들은 어떻게 글 위에서 녹아내려 활짝 펴질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너무 늦게 찾아오는 이야기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 『얼어붙은 입』을 통해 딱 맞게 도착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국제신문
여든에 배운 글쓰기…내 인생 처음 꺼낸 마음 속 이야기들
얼어붙은 입-여든여섯의 자화상 - 권영현 지음/산지니/2만 원

“글공부를 배우는 곳에서 내가 쓴 글을 발표할 차례가 바로 다음 주로 다가왔다. 기가 찬다. 내가 고희가 넘도록 쓴 글이라고는 서한문 몇 장, 업무용 설명문 몇 장, 집안의 비문, 상량문(上樑文) 정도뿐인데, 에세이를 발표하라니! (…) 그래도 내 차례니 피할 수는 없고… 꼭 그러면 좋다. 한 번 당해보자! 젊은 도반들에게 매도 맞아보자!”
부산 영도의 영세당 한약방에서 육십여 년 동안 한약사로 일해온 권영현 저자는 처음 글공부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여든이 코앞인데 우스운 소리 같지만, 나도 글 좀 잘 써보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글쓰기 교실 문을 두드린 지 어느덧 10년이 넘어, 여든여섯에 첫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얼어붙은 입-여든여섯의 자화상’이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자서전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저자가 글쓰기를 배우며 마주한 자신의 삶을 차곡차곡 쌓은 에세이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말들을 4개 장으로 나누어 엮었다.
저자의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한 세상을 천천히 돌아보는 기분이 든다. 자신과 주변 모든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생각하고 되짚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1장 ‘얼어붙은 입’에서는 여든여섯 해를 보내며 품어온 생각과 삶의 지혜를 풀어낸다. 함께 서원을 다니는 사람들과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 명예를 가지고 싶은 욕망으로 항상 피곤하고 외로웠던 지난날들에 대한 반성, 언제든 부르면 달려와서 술친구, 밥친구가 되어준 친구들에게 대한 고마움이 녹아 있다.
2장 ‘가족’에서는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곁에서 묵묵히 견디며 60년을 함께해 온 아내에 대한 마음, 딸과 아들에 대한 사랑,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았다.
3장 ‘영도, 영세당’에서는 평생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 영도와 영세당 한약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4장 ‘저승으로 건너갈 노(櫓), 글쓰기’에서는 한평생 한약방 일로 바쁘게만 살아 온 삶에서 글쓰기를 만나고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올린다.
‘영도 봉래산’ 중에서 한 대목을 읽어보자.
“내 고향 영도는 숨은 보배가 너무도 많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왕년에는 영도의 아름다움을 미처 느끼지를 못했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 모든 일도 한발 물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 같다. 물속에서 물을 모르고 산속에서 산을 모르듯 아름다움 속에서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다. 그저 살기에만 바빠서였을까? 철부지라서였을까? 나이 먹어서야 비로소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이제 모든 욕심을 내려놓아서일 것이다.”
출처: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6년 8월 20일, <국제신문>
여든에 배운 글쓰기…내 인생 처음 꺼낸 마음 속 이야기들
“글공부를 배우는 곳에서 내가 쓴 글을 발표할 차례가 바로 다음 주로 다가왔다. 기가 찬다. 내가 고희가 넘도록 쓴 글이라고는 서한문 몇 장, 업무용 설명문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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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입 | 권영현
육십여 년 동안 한의사로 살아온 권영현 저자가 여든여섯에 완성한 첫 책이다. 글쓰기를 배우며 그리운 부모와 가족, 친구, 영세당 한약방의 세월을 되짚고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말을 꺼내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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