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들기 위한 편집과 교정작업 때문에 늘 노트북을 끼고 사는 엄마.
4살짜리 아이는 그런 엄마한테 늘 놀아달라고 치대기 마련이다.
급하게 해야 할 작업 때문에 또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데 원서가 다가왔다.
"엄마 나도 할래."
무릎 위로 기어 올라 제가 자판을 만지작거린다.
"안 돼 ~~~~~"
지금까지 해놓은 작업 다 망치면 안 되는데... 할 수 없이 아이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
"원서야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
하고는 엔터키, 스페이스, 델리트 키를 가르쳐 주었다.
내가 작업을 하다가 엔터키를 쳐야 할 시점에서 "원서야. 엔터키" 하면 아이가 엔터키를 누르는 것이다.
시켜보니 곧잘 했다. 그리고 재미도 있는 모양이었다.
"엔터키" 하면 엔터키를 누르고, "야 잘했다." 한번 해주고,
"스페이스" 하면 스페이스키를 누르고 "진짜 잘하네." 한번 더 칭찬해주고,
"델리트키" 하면 "엄마 이거?" 하고는 "응~" 하면 또 누르고
그렇게 한참을 일했다.
며칠 후....
또 책상머리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엄마한테 아이가 다가와서 하는 말,
"엄마. 나 딸기 할래."
"딸기? 여기 딸기가 어딨어? 원서 딸기 먹고 싶어?"
"아니... 딸기.. 딸기.."
갑자기 웬 딸기를 찾는담?
"여기 있잖아, 엄마"
그러고서는 누르는 게 바로
이거였다.
'델리트키'가 '딸기'로 변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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