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마을도서관 운영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가 저녁 8신데 마침 남편이 일찍 퇴근했다. 4살짜리 막내 녀석을 회의에 데리고 가면 회의 내내 무릎에 앉아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통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 회의를 하는 건지 놀다가 오는 건지...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누나랑 형한테 맡겨 놓고 갈 수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잘 됐다.

따라오긴 했는데 슬슬 지겨워진다.

아이들 저녁을 다 먹이고 나서 “얘들아. 엄마 갔다 올게.” 하고 집을 나서는데, 막내가 쫓아 나온다.

“엄마~ 잉잉잉~ 나도 갈래~”

“엄마 금방 올 건데 집에 있지.”

“싫어 싫어, 잉잉잉~ 나도 갈 거야.”

이쯤 되면 어쩔 수가 없다. 데리고 가는 수밖에.

 

<금샘마을도서관>은 남산동에 있다.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구에서 운영하는 <금정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큰 길을 건너서 산으로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 아이들이 쉽게 이용하기는 힘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놀면서 쉽게 들르기도 하고, 엄마들이 모여서 수다도 떨 수 있는 편한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주민들이 뜻을 모아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만들어서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부산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도시 창원은 마을도서관이 많았다. 창원을 들어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을도서관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마을도서관과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 일이 있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까지 못 올 것 같으면 “도서관에 가 있어. 엄마가 도서관으로 데리러 갈께” 하고 미리 말해둔다. 그렇게 아이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었다. 주변 엄마들 중에는 이사할 집을 고르는데 이 아파트 단지 내에 마을도서관이 있어 이쪽으로 결정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시시때때로 들러 책을 빌려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도서관에서 발행하는 마을신문 편집 일을 맡게 되었다. 지금 출판사 일을 하는데 그 때의 경험이 커다란 도움이 된다.

마을도서관이 동네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때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부산으로 이사를 오고 나니 그런 사실이 더 피부로 느껴졌다. 그런데 옆 동네인 남산동에 마을도서관이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전의 짧은 경험도 경험인지라 선뜻 운영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편집쟁이’는 어쩔 수 없는지라 도서관 소식지 편집 일을 맡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대학 다닐 때 과에서 학회지 편집 일을 한 적도 있었네. 어쩔 수 없이 편집자는 나의 천직인 것인가? 쩝-)

금샘마을도서관 주최 단오잔치. 아빠 참외깎기 대회에서 젤루 못하는 사람이 울 사장님. 평소에 연습 좀 하세요~



<금샘마을도서관> 문을 처음 열었을 때는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 아이들 가르치는 학원인가? 도서대여점인가? 등등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고, 하루 종일 이용자가 서너 명에 그치는 일도 잦았지만 몇 번의 마을 잔치와 행사를 통해 이제는 지역 주민들에게 많아 알려져서 친근하게 생각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개관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올해는 <아름다운재단> 지원도서관으로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뽑혀 예산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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