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비로 기온은 뚝 떨어지고 가로수의 잎들도 어느덧 곱게 물들어 간다.

 

라디오프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매주 월요일 영화평론가 김세윤 씨가 게스트로 출연해 영화 한편씩 소개해주는데 꼭 메모해놨다가 챙겨보곤 한다.
이번 영화도 기대한 보람이 있었다.
가을과 어울리는 영화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원제는 Last Chance Harvey


템즈강가에서 산책하는 사람들.
오후의 햇살과 보도 위에 굴러다니는 노란 낙엽들.


런던이라는 도시는 차가운 회색일거라 생각했는데
스크린 속의 런던은 따뜻한 느낌이었다.

노랑이 조금 섞인 회색 같은.

 

"우리 좀 걸을까요?" 템즈강변을 걷고 있는 하비와 케이트

 

뉴욕에 사는 광고 음악 작곡가 하비는 하나뿐인 딸의 결혼식을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런던으로 떠난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딸아이는 자신이 아닌 새아빠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섭섭한 소식을 전하고, 회사에선 느닷없이 해고 통지까지 전해지면서 하비의 런던 여행은 꼬여만 간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을 거다.

하는 일마다 꼬이고 비참하고 서글픈 날.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위로받고 싶은 날.

우울함을 달래러 카페에 들렀다가 우연히 공항에서 일하는 케이트와 이야기를 하게 된 하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드라마틱한 줄거리나 화려한 장면은 없지만, 옆집 아저씨나 앞집 언니같은 주인공들의 수수한 외모와 명연기,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나에게도 이런 일이' 하며 상상해보는 우연한 만남을 자연스럽고 잔잔하게 풀어낸 것이 영화의 매력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직접 자작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주한다) 떠나려고 맘 먹었던 케이트가 하비의 연주를 듣고 다시 돌아온다. 역시 남자도 악기 하나쯤은 다룰줄 알아야... 인생이 술술 풀린다.

 

어려서부터 클래식 연주자가 꿈이었던 더스틴 호프만은 커가면서 자신에게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연기자가 되기로 맘먹었다고 한다. 영화에는 이런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살짝 담겨 있다. 그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볼 수 없었겠지.

 

해질녘 템즈강, 세인트 폴 성당 등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런던의 여러 명소들이 가을이라는 계절과 잘 버무려져 런던의 가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영화. 다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건 덤.

 

문학수업을 듣고 있는 케이트를 기다리는 하비(더스틴 호프만)

 

쓸쓸함이 묻어나는 케이트(엠마 톰슨)의 표정

영화 소개 더보기

해외홈페이지 www.lastchanceharvey.com/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