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맛있게들 드셨나요?
오늘 부산은 추운데다 바람도 미친듯이 불어댑니다.
이런 날에는 따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죠.
철학이 담긴 국수
얼마 전 출판사 근처에 국수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점심때마다 '오늘은 뭘 먹나' 고민하던 저희들은
물어볼 것도 없이 개업집으로 달려갔지요.
근데 이게 왠일입니까?
주인처럼 보이는 젊은 아저씨가 입구에서
"죄송합니다. 오늘 재료가 다 떨어져서... ^^;;
다음에 꼭 와주세요."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마치 전쟁이라도 한판 치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사무실 밀집지역인 이 동네에 흔히 있는 일입니다. 새로운 식당이 문을 열면 매일 비슷한 점심 메뉴에 질려 있던 오피스맨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기대에 차 우루루 달려갑니다. 그래서 개업 후 몇일 간은 식당이 북적북적합니다. 검증의 시간이 끝나면 식당의 운명은 갈립니다.
출판사 앞 거리
출판사가 있는 거제1동은 근처에 관공서(부산고등법원, 검찰청)가 있고 법조타운으로 형성된 지역이라 건물 임대료도 꽤 높은 편입니다. 평일 낮에는 거리가 활기에 차 북적이지만 직장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저녁과 주말(토, 일)은 적막강산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식당은 주5일 점심 매상만으로 수익을 내고 버텨야합니다. 나름의 영업 전략으로 성업중인 식당도 꽤 있지만 1~2년 만에 간판이 바뀌는 집들도 꽤 많습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던 칼국수집이었는데 바지락, 오징어 등 해물이 많이 들어 시원한 국물맛이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단골집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엔 손님도 북적북적해서 오래 가겠구나 했는데 2년쯤 버티다가 문을 닫아서 안타깝고도 좀 의아해습니다. 좋은 재료에 단가는 싸고(해물칼국수 한그릇 오천원 했거든요) 월세는 비싸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더군요.
정년이 빨라지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자영업자 비율이 늘고 있다죠.
경쟁이 치열해지는만큼 실패하는 사람도 늘구요.
열심히 일하는 젊은 사장님의 국수집이 제발 오래 버텨주면 좋겠습니다. 7~8천원하는 한끼 밥값이 부담스러운 요즘, 맛있고 저렴하고 게다가 철학까지 담겨 있는 국수를 계속 먹고 싶거든요.
정말 간단한 그러나 필요한 것은 다 들어 있는 메뉴판
찐한 멸치 국물로 맛을 낸 물국수. 몸에 해로운 화학조미료는 전혀 안쓰는, 주인장의 철학이 담겨 있답니다.
매콤짭짤 비빔국수. 흔히 먹는 새콤달콤 양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꼬마 주먹밥 2덩이가 국수에 딸려 나와 국수만 먹었을 때의 허전함을 채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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