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마음을 안고 사무실에 출근한 오늘, 또 좋지 않은 소식으로 아침 주간회의 시간을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대전의 대표적인 서점인 세이문고의 부도 소식, 그리고 서울 신림동의 광장서적의 부도 소식입니다. 이렇게 큰 서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는 판국에 작은 동네 서점들은 오죽할까요.

팀장님께서는 이제는 실물 종이책을 보기 위해 서울을 가야할 시대가 왔는가 하며 깊은 한숨을 내셨습니다. 이제는 걸어가서 책을 손에 쥐며 책을 만져도 보고 읽어도 볼 수 있는 서점이란 서점은 모두 문을 닫고, 온라인 서점이나 모바일 서점만이 겨우 남아 책을 구입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요.


제 어린 시절의 유일한 낙도, 동네 서점에서 하릴없이 시간 때우며 잡지며 소설이며 눈에 보이는 활자들을 닥치는 대로 읽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동네 서점들의 폐점 소식은 우울하기 그지 없군요.


이처럼 새해부터 출판계는 우울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대표님은 2012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 서울로 떠났습니다.

이같은 출판계 상황을 출판계 종사자로서 마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의무감에서였죠.

그날, 체감온도 마이너스 20도에 이르는 강추위 속에서 '출판이 살아야 문화 살고 나라 산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던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시위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런다고 뭐가 바뀌나, 출판계는 여전히 힘들테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여전히 책에 돈 쓰는 데 인색하기는 마찬가지일텐데 하고 말이죠. 그러나 바뀌었습니다. 오늘로 158일차 진행되고 있는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1인 시위로 인해, 도서정가제 개정의 입법 발의가 진행되었고,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출판산업진흥 기금 조성 예산 500억 원을 편성받았습니다.


정부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독자 여러분들도 그리고 편집자인 저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싸다고 할인해준다고 인터넷 서점에서만 구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네 서점 아저씨의 안온한 미소를 주고 받으며 책 얘기를 나누는 문화 살롱의 공간인 '서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인 가격이 아닌 '정가'로 책을 구입하는 문화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지요.


우리는 위대한 혁명가는 아니지만, 조그만 변화로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문화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문화의 기초가 되는 콘텐츠 산업이 바로 출판이 아닐까요. 책에 돈을 쓰기 아까워 하면서 스마트폰 게임 결제에는 흔쾌히 결제 버튼을 누르고마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안타까워하면서, 바로 그게 내 자신임을 깨닫고는 이내 부끄러워집니다.


지금이라도 동네 서점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서점이 사라지면, 책도 사라지고 출판사도 사라질테지요. 도서정가제는 이런 출판문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가장 빠른 수단입니다. 정부의 출판 정책 변화, 그리고 사람들의 출판 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 서점이 더 싸대, 여기서 사자."가 아닌, "서점은 원래 할인 안 되잖아? 책은 정가로 구입해야지."로 굳혀진다면 우리 출판생태계도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올해 사무실의 주간회의 첫날 소식은 두 서점의 폐업 소식으로 시작했지만, 올 연말에는 도서정가제 완전 수립이라는 좋은 소식이 우리를 찾아오길 간절히 고대합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