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상이 그린 구포장날의 풍경
얼마 전에 구포시장을 지날 길이 있어 잠깐 들러 저녁 찬거리를 샀다. 마침 장날이라 시끌벅적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였다. 구포시장은 3,8장이라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장날에는 난전도 서니 볼거리도 많고 물건도 풍성하고 가격도 싼 것 같다.
장날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해 천천히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장도 한 아름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나를 모셔갈 차가 대기 중^^) 다음으로 미루고 급한 저녁 찬거리만 샀다. 고등어 두 마리 3,000원, 고추 한 무더기 1,000원,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한치 5,000원어치, 감자가 싱싱해 보여 한 바구니 2,000원, 장날에는 과일도 싸니 이왕 장보는 거 참외 3,000원어치.
들고 갈 힘만 있으면 이것저것 더 사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이상은 나의 팔에 무리다. 다음을 기약하며 총총...
아지매! 아지매! 이거, 다섯 마리 삼천 원, 삼천 원!
자, 자, 골라가고 들어가고 집어가고··· 오천 원! 오천 원!
천 원! 선풍기 싸개 천 원, 거기 좀 가~입시다.
아이고~ 아저씨! 아~따! 아지매··· 자, 갈치에~고등어!
시금치 천 원! 어차피~떠나야 할 사람이라면~
펑~!! 아이고! 놀래라, 커피 아지매~! 여도 한 잔
자, 자, 고르고 골라, 오천 원짜리가 삼천 원!
아~따! 보고 가이소! 자, 지금부터 들어가~압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세일! 세일! 세일!
아지매~ 말랑말랑한 거 옥수수 네 개 이천 원
자, 두 포기 떨이! 세 개! 세 개! 아이고, 네 개! 네 개!
이천 원, 그냥 천 원! 이제 그만팔고 집에 갈란다.
아~따! 장사도 안 되고···
- 손문상, 「구포장날 사람들」, 『브라보 내 인생』, 산지니.
시장 통의 시끌벅적함이 눈에 보이는 듯 아주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마치 내가 지금 장터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따끈따끈한 옥수수라도 한 개 사서 먹어야 될 것 같고 뻥튀기 기계에 고막이 얼얼한 것도 같다. 손문상
이 글은 시사만화가 손문상의 『브라보 내 인생』이란 산문집에 나오는 내용인데 『브라보 내 인생』은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는 화첩산문집이다.
농민과 노동자, 대안학교 학생, 대학생, 입양인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화풍과 함께 간결한 글로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뉴스밸류가 있는 잘난 사람들이나, 또는 독특하고 특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라서 나의 가족, 친구, 동네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만평은 신랄하지만, 다른 그림은 되게 따뜻해요.”
“사람에 대해 정말 순진할 정도로 민감한 사람”
“그림만이 아니다. 그는 문장력도 뛰어나다. 촌철살인의 경구들이 번득인다.”
손문상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브라보 내 인생』의 저자 손문상은 다 알다시피 만평가다. 그의 만평을 보면 사회에 대해 아주 신랄하고 예리하다. 만평은 시사(時事), 특히 정치적 사안을 소재로 거물 정치인을 비꼬고, 찌르고, 때로 추켜세워 주기도 하는, 많은 경우 캐리커처적인 터치로 인물을 희화화시키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을 하는 만평가 손문상이 사진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든다는 그림으로 일일이 그리고, 인터뷰하여 그들의 인생을 한 편의 시처럼 잘 요약하여 담아내고 있다.
잘난 사람(?)만 관심과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좀 더 귀하게 대접받아야 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브라보 내 인생 - 손문상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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