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판일기

산지니 출판사의 1호 저작권 수출도서, 『부산을 맛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1.



산지니 출판사의 1호 저작권 수출도서,
『부산을 맛보다』

  


 산지니는 2005년도에 부산에서 설립된 출판사이다. 올해로 만 8년이 지나 9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간 연평균 20여 종의 단행본을 출간하여 현재까지 200여 종의 출간목록을 가지고 있고,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을 발간하고 있다.


    2005년 2월에 출판사 설립 신고를 하고 그해 10월에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과 『반송 사람들』 두 권의 책을 낸 후 전국 일간지에 보도 자료를 돌리면서 지역 신문사를 찾았다. 그리고 신문에 기사가 났는데, 책에 대한 소개보다는 부산에서 출판사가 설립되었다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지역에서는 그게 더 뉴스거리였던 것이다.


    이후 이런저런 산지니에서 출간한 번역서들이 전국 일간지에 소개되면서 산지니의 이름이 차차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지역에 있으면서 번역서 기획 출간을 계속하고 우수도서에게 곧잘 선정되는 등 꾸준할 출판활동을 하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등에 출판사에 대한 기사가 실리면서 출판사에 대한 인지도가 더 올라갔던 것 같다. 하지만 “산지니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그게 부산에 있는 출판사였어요?” 하는 소리를 아직도 간간이 듣곤 하는데, 그만큼 지역에서 전국 유통을 하는 출판사의 경우가 흔치 않을뿐더러 힘든 일이라는 방증일 것이다.


    설립 초기에는 인문, 사회과학 위주로 출판을 시작했으나 점차 문학으로 분야를 넓혀 현재는 그림책을 비롯한 아동도서까지 발행하고 있다. 그동안 소설 7종, 수필 7종, 평론 6종이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혹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바 있으며, 시 2종, 동화 1종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 외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2종,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4종,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4종 등 지역출판사로서는 쉽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산지니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지역문화 콘텐츠이다. 지역에서 출판활동을 하는 것이 도서의 제작이나 유통 측면에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바로 지역에 기반하고 있다는 특성을 십분 활용해서 지역의 저자들을 만나고 지역의 문화와 콘텐츠를 가공하여 책으로 만들어내는 데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산지니의 저작권 수출 1호 도서 『부산을 맛보다』도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하였다.


    『부산을 맛보다』는 부산지역에서 제1의 신문일 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역신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맛 담당 기자인 박종호 기자가 부산일보에 매주 연재한 기사를 재가공한 책이다. 박종호 기자는 연재를 시작하면서부터 블로그를 개설하여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였으며 신문에 싣지 못할 기사는 블로그에 올려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 나갔다. 출판사는 연재 초기부터 이에 관심을 가지고 저자와 함께 논의하면서 책의 방향을 잡아 나갔다. 책이 출간된 후에는 부산 지역의 향토서점인 <영광도서>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기획하여 책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역신문 기자가 지역의 맛집을 소개한 책을 지역출판사에서 출간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부산은 지리적인 특성으로 일본과 가까워 부산-대마도는 2시간 만에, 부산-후쿠오카는 4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역사적으로도 근대 이후 왜관이 설치되면서 일본인들이 많이 건너와 살았고, 일제강점기 때에도 그 어느 도시보다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여 적산가옥 등 아직도 일본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향수를 가지고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 특히 부산항여객터미널과 가까운 중앙동이나 남포동 거리를 걷다 보면 가이드북을 들고 길을 찾는 일본인들도 많이 보인다.


    또한 부산일보는 후쿠오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서일본신문사와 교환기자 제도를 시행하면서 서로 상주하는 기자를 두고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어왔다. 서일본신문사는 큐슈 지역의 7개 현을 대상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으며 자회사로 방송국과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6월에 출간된 이후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호평을 받던 『부산을 맛보다』에 대해 2011년 11월 서일본신문사(西日本新聞社) 출판부에서 일본어판 출간 문의를 해왔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부산의 맛집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관심을 받을 거라고 판단한 듯했다. 서일본신문사 출판부와 6개월 간 몇 차례 미팅을 계속하면서 번역 계약을 진행하는 사이 일본의 또 다른 메이저 출판사가 번역출간 문의를 해오기도 했지만 최초로 출간 문의를 해온 서일본출판사와 2012년 5월 21일 최종적으로 번역출판 계약을 완료하였다. 책이 출간되면 서일본신문사의 자회사인 (주)니시니혼여행사에서 부산 맛집 탐방을 테마로 한 여행상품을 개발하여 책과 함께 홍보,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초판 인쇄부수는 3,000부, 정가는 1,260엔으로 정해두고 인세는 5000부까지 6%, 이후 7%이며 선인세는 15만 엔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체결 후 책이 나오기까지는 8개월 정도 걸린 듯하다. 그 과정 중에 저자를 통해 부산에 있는 일본총영사관의 추천사를 받아서 일본 측 출판사에 전달하였으며 이후 일본어판 책은 『釜山を食べよう』라는 제목으로 2013년 2월 10일 출간이 완료된 상태이다. 출간 후 서일본출판사에서 증정본 10부를 보내왔다. 상자 안에는 『釜山を食べよう』 책과 함께 한글로 쓴 편지도 들어 있었는데, 감사하다는 말과 책이 잘 팔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서일본신문사에서 출간된 일본판 『부산을 맛보다』표지와 내용일부



    작은 걸 지향하는 일본인답게 책은 한손에 쏙 들어가도록 작게 만들어졌다. 270쪽 신국판형 책이 190쪽 46판형으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게 편집을 잘했다. 원래 책에는 없던 부산 지하철 노선표라든지, 간단한 한국어 회화도 부록으로 넣고 음식점별로 찾아가는 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어 실제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계약 당시 1400원가량 하던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인세 수익이 떨어진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어 책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 더 걱정이다. 다행이 일본 웹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일본, 특히 부산과 가까운 큐슈 지역 일본인들은 부산에 관심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사 왔습니다. 빨리 읽고 싶은 것을 꾸욱 참으며 식사 준비를 하고 나서야 읽었습니다. 단지 맛집과 음식 소개 책이 아니라 그 음식의 유래와 어떻게 먹는지, 주인의 고뇌 등이 재미있고도 진지하게 쓰여 있어 읽을 만한 책이었습니다”


“서울의 책은 가득 나와 있습니다만, 부산 관련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산 사랑 가이드북 등 신서와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부지런히 사 모으고 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비틀호 타면 하루 정도 걸리겠네요. 부산의 좋은 책과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산지니는 설립 초기부터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단체에 가입하여 저작권 수출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다. 도쿄국제도서전, 베이징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에 독자적으로 부스를 만들어 참가할 여력이 되지 않으므로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해마다 서너 종의 도서를 꾸준히 출품해왔다. 올해 1월에 열린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도 <부산을 맛보다>, <길 위에서 부산을 보다>, <밤의 눈> 등을 출품하였으며, 직원 1명이 직접 타이베이로 건너가 현장을 둘러보기도 하였다.


    또한 2007년도부터 한국문학번역원의 영문 초록이나 샘플 번역 지원 제도를 이용해 초록과 샘플을 제작하고, 번역지원 신청도 계속했으며 저작권 수출 에이전시에도 꾸준히 책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지원은 베스트셀러나 유명 소설가의 작품 위주로 선정되다 보니 항상 선정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바탕 위에 1호 저작권 수출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믿는다.


    국내 출판시장은 아직도 국내서보다는 번역서를 선호하고 매주 토요일자 일간지들의 출판면 또한 번역서에 치중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출판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협소한 국내서 시장보다는 해외 진출의 길을 모색하는 것 또한 지역의 출판사로서 또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수걸(산지니 대표)



*한국문학번역원 해외출판정보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 원문 보기)


부산을 맛보다 - 10점
박종호 지음/산지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