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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전복라면의 주간산지니

심층취재 <안심이 먹고 싶다>─주간 산지니 8월 다섯째 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30.

주간 산지니 여름 고별 특집 심층취재

 

 

 

 

“전복 씨, 어디 가요!”

2013년 8월의 어느 날, 동료들의 다급한 외침이 퇴근하려는 전복라면 편집자를 붙잡습니다.

“예? 왜요?”

가방을 멘 전복라면이 올려다 본 시계는 산지니의 퇴근시간인 오후 5시 50분이 아니라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을 한 시간 착각한 것이죠.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된 사무실……전복라면은 얼른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웃기려고 일부러 그랬다”고 수습하지만 한 번 시작된 웃음은 멈출 줄 모르고……귀엽게만 보이던 이 실수에서 제작진은 한 가지 석연찮은 점을 발견합니다. 이건 과연 바쁜 일상이 빚은 해프닝이었을까요?

 

총명하던 전복라면은 어쩌다 시계를 잘못 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요?

 

집요한 추적 끝에 제작진은 평소 식탐요정으로 명성이 자자한 그녀가 노동자생협에서 판매하는 한우 안심에 집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고기가 진짜 맛있더라. 애들도 잘 먹고.”
 “그 고기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

산지니의 두 주부9단 편집장님과 디자이너의 안심 예찬에 솔깃해진 전복라면은 수소문 끝에 노동자생협에 가입하게 됩니다. 소의 다른 부위도 판매되어 재고 균형이 맞아야 비로소 재입고되는 안심은 항상 살 수 있는 품목이 아니었는데요. 전복라면이 가입한 당일 운 좋게도 안심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아침 여덟 시에 가입하고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조합원 승인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으악!”

 

결국 그녀는 눈 앞에서 그토록 원하던 한우 안심이 품절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재입고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으리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전복라면의 조기 퇴근 해프닝이 한우 안심이 품절된 바로 그날 일어났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가입 날 퇴근길. 슬픔과 충격을 딛고 노동자생협에 전화를 건 전복라면 편집자. 조합원 인증은 가입 즉시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날 다른 가입자와 함께 한꺼번에 처리되며, 그녀처럼 전화를 줄 경우 더 빨리 인증된다는 사실을 친절하게 설명받습니다.

“누구 소개로 알게 되셨나요?”
“앙드레 권(가명) 씨요. 아세요?”
“네. 자주 이용해주는 분이시라.”

다시 이어진 그녀의 안심 예찬에 생협 직원은 한우 안심의 인기와 입고 주기를 설명하고, 안심이 오면 연락해주겠다며 거듭 친절을 베풉니다. 그러나 직원의 마지막 말은 전복라면 편집자를 다시 한 번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리고야 맙니다.

 

“오늘 안심, 그거 앙드레 권 씨가 가져가셨어요.”

 

!!!!!!!!!!!!!!!!!!!!

 

어제의 동료를 오늘의 경쟁자로 만드는 한우 안심. 어지간한 맛엔 현혹되지 않는 두 주부9단의 마음을 사로잡고, 멀쩡한 여성을 시계까지 잘못 보게 만든 한우 안심. 등심도 채끝살도 대신할 수 없는 안심. 안심할 수 없는 안심.
사람을 울고 웃고 조기 퇴근하게 만드는 노동자생협 한우 안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전복라면 편집자는 오늘도 한우 안심이 재입고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간 산지니 여름 고별 특집─심층취재 <안심이 먹고 싶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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