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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79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서평 제주 4.3사건 추념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제주 4.3사건을 추모하며 김유철 작가의 『레드 아일랜드』에 이어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흰』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한강 작가의 신작이자 제주4.3사건을 그린 장편소설입니다. 이번 서평은 줄거리 소개, 두드러지는 소재와 그 의미 그리고 제가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순서로 얘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줄거리입니다. 학살에 대한 책을 쓴 후 유서 쓰는 일을 반복하던 경하는 병원으로 와달라는 인선의 문자를 받습니다. 병원으로 간 경하는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한 인선을 보게 됩니다. 인선은 경하의 꿈을 재현해 보자는 중단된 프로젝트를 홀로 진행하다 손가락이 잘리고 말았습니다. 인선은 경하에게 제주도로.. 2022. 4. 1.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닌 놀이터다. 책이 많은.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서평 여러 사람의 다채로운 일상을 쓴 에세이 시리즈, ‘일상의 스펙트럼’ 8권의 주인공, 김지우 작가님은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사서이자 작가입니다. 어릴 적 소설가라는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책과 가까이 하는 삶을 즐기고 계신 듯합니다. 전 소설가 지망생, 현 작가이자 사서의 이야기를 전 작가 지망생, 현 준사서 자격증 보유자이자 산지니 출판사의 신입 편집자인 저의 시점에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도서관이 정숙한 분위기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놀이터처럼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저 또한 학창시절에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놀러 가거나, 직접 도서부를 맡아 책과 가까이 지냈던 학생이었습니다. 서가 사이의 공간에 숨어 친구들과 숨.. 2022. 3. 29.
『맥시멀 라이프가 싫어서』읽고 실천하기 오미크론에 걸렸다. 늘어나는 확진자에도 나는 지나가지 않을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는 일주일 동안 방에 갇혀야 했다. 자가 격리를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나는 타고난 집순이였으니까! 그런데 그건 오만이었다. 나흘 차가 되는 날 방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방이 너무 좁았다. 전에도 나흘 동안 안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이유는 금방 나왔다. 그때는 거실과 부엌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하루에 한 번 강아지 산책도 나갔다. 나흘 동안 방을 안 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24시간 내내 방에만 있는 것이었다. 방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좁은 방을 물리적으로 늘릴 순 없으니 넓어 보이게 만들어야겠다는 .. 2022. 3. 29.
소유하지 않는 사랑, 『폴리아모리』서평 여러분은 폴리아모리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폴리아모리는 그리스어 접두사 복수(複數, poly)와 라틴어 명사 사랑(amor)을 결합한 신조어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폴리아모리를 ‘동시에 여러 명의 파트너와 감정적으로 깊게 관여하는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 모든 파트너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성적 파트너를 동시에 두 명 이상 가지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저는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 에서 폴리아모리를 처음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에서는 바람을 피우다 들킨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자신은 폴리아모리스트(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니 여러 사람과 사귀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요구한다는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그때 ‘폴리아모리는 다자연애이며 상호 간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간략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 2022. 3. 16.
폭력 속의 인간애, 제주 4.3사건을 다룬 김유철의 『레드 아일랜드』서평 추운 겨울이 지나고 곧 따뜻한 봄, 4월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70년 전 제주는 따뜻한 봄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1948년 4월 3일 군경이 서북 청년단의 탄압 중지와 통일 정부 수립을 슬로건으로 건 무장봉기를 무력으로 진압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해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하였고 많은 제주도민들이 학살당하였습니다. 7년 7개월 동안 이어진 학살과 구금은 한라산 금족 지역이 개방되면서 막을 내립니다. 김유철의 『레드 아일랜드』는 4.3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행동을 담았습니다. 기회주의적인 김종일, 체제에 순응하는 김헌일,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방만식, 양심을 지키는 지식인 홍상수가 이에 속합니다. 이 서평에서는 ‘방만식’에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방만식은 주인 영감, 김헌일.. 2022. 3. 11.
가장 깊은 어둠 속의 밝음, 『밤의 눈』서평 국민보도연맹, 아마 많은 이들이 낯설게 느낄 이 연맹은 사회주의 이념과 관련이 있다. 해방 후 단독정부가 들어서며 과거 좌익에서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이기 때문이다. 소설 『밤의 눈』은 이 국민보도연맹의 형성부터 보도연맹을 둘러싸고 일어난 비극을 상세히 기록한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군과 경은 대한민국 국민 중 숨어있는 내부의 적, 공산주의자를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연맹원들을 구금하고 이어 무차별적으로 학살한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운 명분과 달리 연맹원 중에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평범한 민간인이 훨씬 많았다. 생필품을 준다는 이유로, 구장이나 읍장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강요로, 사람들은 보도연맹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입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총구는 그들의 사정 따위 헤아리지 않는다.. 2022.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