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타고르(1861~1941). 그는 시집 〈기탄잘리〉로 1913년 아시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기탄잘리〉는 모두 103편의 산문시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세계 인류를 위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타고르는 예이츠, 로맹 롤랑 등 서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반한 작가였다. 식민지 인도를 위해 분투한 교육자이자 민족주의자이기도 했다. 타고르는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20년 동안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했다. 부드러운 유미주의 시를 쓴 타고르는 강연에서는 작품과 달리 영국, 미국, 일본 등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한 강대국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동서양이 문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전초 역할을 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박정선 문학 평론가가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사진·산지니)을 냈다. 1부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에서는 타고르 작품이 제국주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 준다. 2부 ‘타고르의 문학적 성장 과정’에선 타고르의 삶을 연대별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그의 생애와 작품의 연관성을 밝힌다.

 

김상훈 기자 neato@

 

[부산일보 원문 보기]

 


 

 

Posted by 연이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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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 모든 시대, 모든 낮과 밤에 그가 오고 있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인턴 이승은

 

 

 

유구한 풍요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메말라간다. 부족함 없는 자원 틈에서 외로이 파묻힌 탓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하던가. 개인의 삶이 두드러지면서 자아는 타자와 이별한 채 굶주린 존재가 되어간다. 마치 정착하지 못해 바다를 떠돌던 아스테리아처럼.

우연히 그 속에서 피어난 한 떨기의 꽃을 보았다. 그것은 고독과 슬픔을 마시고 자라났음에도 고상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그 모습은 어린 왕자가 그리워하던 장미와 같기도 하고, 싱클레어가 꿈꾸던 알을 깨고 나온 새와 같기도 하다. 혀가 윗니와 부딪히며 터트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그 이름, 타고르. 나는 시성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일생을 접하게 되었다.

박정선 비평집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의 여운에서 빠져나오기란, 많은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의 조용한 발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그가 오고 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오고 있다.

모든 순간, 모든 시대, 모든 낮과 밤에 그가 오고 있다.

(…)

그가 오고 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오고 있다.

햇빛 가득한 사월의 향기로운 낮에 숲의 오솔길을

밟고서 그가 오고 있다. (…)

비에 젖은 칠월의 울적한 밤에 천둥치는 구름의 수레를

타고서 그가 오고 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슬픔 다음에 또 슬픔이

이어질 때 내 가슴을 밝고 오는 것은 그의 발소리,

그리고 내 기쁨을 빛나게 하는 것은 그 발의 황금빛 감촉

 

―『기탄잘리』 45편 중에서

 

 

명예와 명성의 껍데기를 벗겨낸 타고르는 섬세하고 죽음으로 점철된 고독과 자유로운 영혼 사이의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 대신 하인들이 어린 그를 돌보는 동안 그는 인생을 지배할 고독이 싹 틔우게 된다. 그것은 타고르에게 갑작스럽고 연속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내, 자식 그리고 친우의 죽음, 같은 민족의 불신과 비방 등이 그를 짙은 슬픔과 고독에 갇히게 했다. 슬픔을 견디던 타고르는 고독을 펜 끝으로 섬세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 타고르가 하인들이 그려놓은 동그라미 안에서 몸을 웅크리며 반얀나무를 떠올리던 기억은 그의 작품의 양식이 되었다. 타고르에게 고독은 문학적 산통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기탄잘리』 등 다양한 작품을 잉태하게 된다.

그는 고독을 사랑으로 종결시켰다. 그의 사랑은 범인류적이었기에 성별도, 인종도, 심지어는 국경도 가리지 않았다. 그는 비록 자신의 조국을 억압했지만 문학적 소양이 있는 영국인들과 어울릴 줄 알았으며, 제국주의에 취해 식민지를 양산하는 이들 또한 포용할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타고르가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자 어린아이 토라지듯 타고르를 외면하는 이들도 존재했지만, 그는 그들조차 품을 수 있는 그릇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같은 민족인 인도인부터 일본인, 영국인 등, 심지어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까지도 연민하고 동정했다. 혹자는 연민과 동정이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연민과 동정이 없으면 타자를 사랑할 수 없기에.

 

이 부서지기 쉬운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워

언제나 새로운 생명으로 채웁니다.

이 작은 갈대 피리를 언덕과 골짜기로 가지고 다니며

당신은 그것에 끝없이 새로운 곡조를 불어넣습니다.

―『기탄잘리』1편 중에서

 

그렇기에 『기탄잘리』는 타고르의 영혼의 정수를 듬뿍 머금은 작품이다. 종교시로써 신에게 헌사한 이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종교적 교리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단순히 한 종교에 머문 것이 아닌 다양한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 속에는 예수의 말씀도, 부처의 말씀도 들어있다. 시는 이웃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 줄 안다. 『기탄잘리』에 등장하는 신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초월자이다.

 

이 시를 읽는 동안 나에게는 뜨거운 즐거움이 흘러 넘쳐 마치 맑고 신선한 샘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그의 온갖 감정과 사상에 스며있는 저 뜨겁고 사랑스러운 경건성, 마음의 순수성, 그의 스타일의 고상하고 자연스런 장엄함― 이런 것들이 모두 배합되어 깊고 희귀한 정신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있다.

―베르네르 폰 헤이덴스탐(당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박정선 비평집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은 타고르의 섬세하고 복합적인 사상과 작품을 날카롭게 해체하여 독자가 타고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준다. ‘시성’ 타고르를 ‘인간’ 타고르의 위치로 끌어내린 뒤, 독자와 함께 ‘시성’ 자리를 되찾아가도록 타고르의 삶은 조명해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타자의 평가로 인해 신격화된 상태에 머물러 있는 타고르에 대한 인식을 그의 고뇌와 아픔의 간접 체험을 통해 복합적 존재로서의 타고르로 변모 시켜 독자에게 선물한다.

1부와 2부로 나뉜 책은, 먼저 타고르의 문학 세계의 중심을 파고든다. 그는 어떻게 해서 이러한 문학적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가? 그 근원을 때론 그의 어린 시절에서, 때로는 타고르 가문의 역사에서 찾아내기도 한다. 근원을 탐색하는 과정은 미궁을 탐색하는 과정과 동일한데, 다른 것 하나 있다면 도착지에서 출발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독자는 그 속에서 또 다른 도착지를 찾기도 한다. 그만큼 타고르의 포용과 영향력이 넓은 범위로 뻗어있다.

1부에서 문학 세계를 빠져나오면, 2부에서 ‘인간’ 타고르가 독자를 반긴다. 1부가 흩뿌려진 수염뿌리라면 2부는 곧은 원뿌리와 같다. 저자, 독자, 타고르 모두 하나의 지점을 보고 곧게 달려 나간다. 타고르의 죽음이다. 그 죽음 직전까지 타고르는 전 세계를 돌며 세계, 지구촌이 나아가야 할 길을 거듭 설파한다. 다시금 그의 위대함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일은, 독자들에게 거대한 슬픔으로 다가갈 테다. 책과 타고르에게 이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났을 때, 독자는 타고르의 마력에 온몸을 적셨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은 내게 있어 ‘동행’이었다. 그저 타고르의 뒤를 따라 그의 업적을 재현해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타고르의 고민을 독자인 내 영역으로 끌어와 함께 그 해답을 마련해보는 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독을 사랑으로 변모하여 타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나 또한 그의 그러한 모습에 많은 사유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사랑하기보다 미워하고 혐오하기가 더 쉬운 오늘, 그의 작품과 사상을 다시금 되짚어봐야 하지 않은가 하다. 노래도 있지 않은가.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백만송이 장미> 가사 중에서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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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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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이승은입니다

코로나 시대속에서 여러분은 어떤 일상을 보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어

마음 한 켠이 외롭고, 쓸쓸하여 어쩌면 고독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마치 한줄기의 빛처럼 나타난 책 한 권이 있는데요!

(두둥!)

시성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을 다룬,

박정선 작가님의 비평집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이에요

 

책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고,

또 영광스럽게도 저자이신 박정선 작가님과 인터뷰할 기회도 생겼는데요!

인터뷰는 산지니와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진행되었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그리고 제 질문에 즐겁게 답변해주셨던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함께 보도록해요

 


 

 

Q. 작가님께서는 시, 소설, 비평 등 많은 장르를 아우르고 계시고, 이번에는 마치 변신을 하듯, 새롭게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으로 다시 독자에게 다가갔는데요. 가볍게 출간 소감 한마디만 해주실 수 있나요?

A. 아주 기다렸던 그런 질문 같아요. 질문해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스스로 주요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시조를 시작했구요. 시조란 게 정형시잖아요? 정형시는 몇 년 동안 몰입하면 그 틀에 고정이 돼요. 그래서 다른 장르 하기에 참 어려워요. 자유시를 쓰다가도 저도 모르게 시조를 쓰게 되더군요.

15년 동안 시조를 쓰다가 장르해서 여러 장르를 쓰게 되었어요. 그럼 지금은 시조를 안 쓰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쓰고 있어요. 소설 쓰다가, 시조 쓰다가.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해요.

이번에 비평집을 왜 쓰게 되었냐면, 우연한 계기예요. 종교 시인의 해설 평을 쓰고 있었는데, 종교 시들은 그리 좋은 평을 못 받거든요. 그런데 타고르도 종교 시를 썼거든요? 그로 인해 타고르도 낮게 평가받지 않는가? 하는 불합리한 생각, 이러한 거로 출발하게 되었어요. 마치 독자 여러분께 선물한다는, 그런 마음으로요.

타고르를 소설로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소설로 쓰면 사실을 밝힐 수 없잖아요. 소설은 픽션의 영역에 존재하기에. 평론처럼 인용할 수도 없고… 그래서 비평집으로 쓰게 되었어요.

 

Q. 제가 예전에 하셨던 인터뷰를 조금 살펴봤는데요. 작가님께서 ‘힐링 서사’를 써오셨던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러한 힐링 서사를, 그 외에 모든 작품을 쓰게 된, 작가님이 ‘문학’에 이끌린 계기가 궁금해요.

A. 사르트르가 말하길, 작가는 사회 모순을 가장 먼저 발견할 줄 알고 사회 모순을 비판할 줄 알며 언어로 행동하는 실천하는 사람(지식인)이라고 해요. 작가는 글로써 사회를 인도해가는 하나의 일종의 인도자인 거죠. 마치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목사처럼 말이에요. 소설은 사실을 예술로 승화해서 인간을 감동으로 설득시키고 인간의 인생 방향을 돌릴 수도 있어요. 교회에는 ‘은혜받다’라는 표현을 써요. 이걸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감동받다’라는 말이 돼요. 작가란 사회에 이러한 감동을 제공하는 사람인 거죠.

작가로서, 내가 누구인가? 나 스스로는 어떤 사람인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져봤어요. 제가 살아온 가정 분위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래동화뿐만 아니라 백조 왕자 같은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 퀴즈 등이요. 선과 악, 또는 지혜 등 수많은 것들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펼쳤던 거 같아요.

또 저희 집안이 귀양 간 족보더군요. (웃음) 귀양은 정치범들만 가잖아요. 그것과 더불어 시제를 지내면서 여러 가지 전해온 말들을 듣고, 또 물려받은 백자 같은 것들도 보고. 그 탓인지 저도 반골 기질이 있더군요. 할아버지에게 많이 반항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제사를 지내는데, 낭비가 너무 심했거든요. 보여주기 허세가 강하니까 하지 말자고. 길러준 할아버지를 비판하고 나선 거죠, 그래서인지 시대극을 쓰게 된 것 같아요. 관심이 꽂히더군요. 작가는 정의감이 강한 사람이니까요.

물론, 중요한 건 열정이에요. 정의감이 강하면 열정도 강하더군요. 불합리한 것들, 부당한 것들을 보면 못 견디는 거예요. 어떤 장치를 수단으로 쓰든 표현하고 싶어요. 소설은 참 좋은 게 그런 걸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인물들을 빌려 말할 수 있으니까 좋은 문학인 거 같아요.

이 많은 것들이 합쳐져 지금의 제가 된 거 같아요. 

 

▲박정선 작가님께선 유머와 재치가 가미된 무게 있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Q. 작가님 인터뷰를 읽으며 작가님께서 철학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작품을 쓰실 때 철학과 사상이 어떻게 영감을 주는지, 철학이 또 작가에게 왜 필요한지가 알고 싶어요.

A. 철학은 특별한 분야가 아니에요. 옛날에는 철학과가 없었어요. 철학과가 좀 늦게 생겼거든요. 철학은 갈래가 아닌 인문학의 바탕이에요. 철학은 사람 이야기이고, 지혜예요. 성경 속 솔로몬의 지혜, 이런 것들이 철학인 거죠. 작품 쓰는데 철학이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뼈가 없는 살덩어리 작품이 되죠. 작가는 철학을 바탕으로 글을 써나가야 해요.

자기만의 독특한 철학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상식이 곧 철학이죠. 현재 우리 사회는 상식을 무시하는 일들이 많죠. 쉬운 예로, 현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를 끼지 않는 그러한 행위들이요. 그와 관련된 많은 사건이 있었죠?  남을 위해, 또 나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이러한 상식, 즉 철학을 통해 자신의 규칙을 세우고 모든 사물을 바라보고, 시대를 분석해야만 탄탄한 글이 나오겠죠.

우리가 성경,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성경 구약은 이스라엘 신화고, 신약은 철학과 지혜거든요. 이 안에 비유가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우리는 한 몸이란 뜻이죠. 정치를 하든, 무엇을 하든 철학을 모르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문학에서는 그러한 비유를 유효적절하게 잘 찾아내야 해요.

 

 Q. 이번엔 타고르에 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책 머리글에 앞서, ‘기탄잘리를 통해 접한 타고르의 정신세계의 신비로운 마력에 대해 언급해주셨는데요작가님께서는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에서 어떠한 점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와, 타고르의 매력 속에 빠지게 되었나요?

A. 타고르의 그의 센티멘탈한(감상적인) 우울과 고독. 거기에 저는 푹 빠졌어요. 타고르는 항상 혼자였어요. 그런데 혼자라는 것, 고독에는 두 가지 양면성이 있어요. 고통을 느끼는 즐기는 고독. 하나는 외로움과 슬픔이 내면에 스며들고, 또 다른 하나는 고독 속에서 내면의 자기 세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게 해줘요.

타고르는 14번째 자식으로 태어났어요. 그 탓에 어머니는 늘 아프고, 형제자매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요. 아버지는 신학자, 교수로서 항상 집을 나가 있었기에 타고르를 돌보는 것은 하인들이 했는데, 타고르는 그게 지독하게 외로웠어요. 하인들은 그를 애칭으로 라비라고 불렀어요. 그 어린 라비를 돌보기 힘드니까 어떨 때는 백묵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서 나오지 못하게 해요. 나오면 안 된다고. 왜 하필 동그라미냐면, 그 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어요. 라크슈마나 왕자가 시타 공주 주위에 그려 놓은 동그라미를 공주가 넘어가서 벌을 받은 이야기가 있어서, 라비는 그 원을 나오지 못해요. 라비가 이때 어린 마음에 느꼈던 외로움과 고독을, 성장해서 반얀나무를 통해 그 시를 풀어내요. 동그라미를 벗어나 그늘로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함에도, 꿈을 꿀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요.

고독이 열정을 창조하는 거지요. 고독하지 않으면 열정도 뭣도 없어요.

반얀나무, 출처 pexels


너의 가지에서 얽혀진 뿌리를 내리는

오오 해묵은 반얀나무여

너는 명상에 젖은 구도자처럼

그날이 그날이듯 말없이 서 있다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네 그늘에서 꿈을 즐기고 있던

그 어린아이의 일을,

-『기탄잘리』 발췌-

 

Q.  혹시 책 안에 담지 못해서 아쉬웠던 타고르의 일화, 혹은 그의 문학 작품 등이 있나요?

A. 굉장히 많아요. 그중 타고르의 사랑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요. 타고르, 얼마나 잘생겼습니까? 젊어서 결혼을 막 했을 때 찍은 사진은 또 이지적이고, 성자처럼 생겼죠. 그런 사람이 노벨 문학상도 타고 유명해져서 초청 강연도 다니니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그렇게 강연을 다니다 어느 순간 아프게 되는데, 이때 타고르에게 반했던 한 여성 기자가 하인들을 시켜 타고르를 간호하게 돼요. 그 여성은 엄청 아쉬워해요. 자신이 직접 간호하고 싶었으니까요.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아쉽죠. 비평집하고 어울리지 않을까 봐 자제를 했어요.
또 타고르는 앤드루라는 선교사를 만난 적이 있어요. 이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간디의 숲속 자연학교를 도왔던 사람인데, 이 사람을 보고 타고르는 자기 분신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그를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보고, 그 사람에게 많은 기독교적 영향을 흡수하게 되죠. 타고르는 기독교적인 풍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조명하지 못한 게 또 아쉽네요.
그 외에도 참 많아요. 가족 문제, 학교 비스바바라티를 세우는 과정에 있었던 일화 등. 그 이야기까지 모두 담으면 비평집이 아니라 타고르 자서전이 될 것 같아 아쉽지만 제외하게 되었어요.

 

Q. 사랑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므리날리니(바바타리니)와의 결혼은 타고르가 원하던 결혼은 아니었지만 타고르는 그녀가 아플 때 극진하게 간병해주었는데요. 이는 타고르가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타고르는 그녀를 사랑했나요, 아니면 죄책감 등 다른 감정들로 므리날리니를 대면했나요?

A. 사랑하진 않았어요. 나이 차이가 무려 14살이나 나는데, 아버지의 명이니까 따라야 했었죠. 당시 타고르가 영국에 있을 때, 아버지가 그런 타고르를 다시 인도로 불러요. 왜? 영국 여자랑 결혼할까 봐요. 영국 하숙집 딸이 타고르한테 반한 상태여서 편지도 하고. 타고르의 마음이 움직이기도 전에 아버지가 불러들인 거죠. 그러나 타고르가 거부할 수도 있는 결혼이었어요.
타고르의 아내 이름은 당시 촌스러운 이름이어서, 타고르가 새 이름을 지어주기도 해요. 므리날리니라고. 또 부인의 공부도 가르쳐요. 므리날리니는 그렇게 후에 번역도 하게 돼요. 그런 거 보면 타고르는 페미니스트에요. 그런 남편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31살쯤에 일찍 죽어요. 그때부터 타고르에게 고난이 들이닥치게 되죠. 아이들은 5명인데 장남 하나만 살아요. 손자도 죽어서 외손녀 둘만 있지 손자가 없어요. 우리식으로 하면 대가 끊긴 거죠.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Q.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바로 타고르와 간디의 관계입니다. 두 성인은 상반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어 책을 읽으며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떻게 두 분이 그렇게 서로를 존중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도 책을 쓰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함께 발맞춰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두 사람을 생각해보면, 타고르는 평화주의자고 간디는 무저항주의자에요. 당시 인도에서는 국산품 애용 운동이 지배적이었어요. 영국이 200년 동안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면서 영국이 완전히 영국화가 되어버려요. 간디가 그때 물레 운동을 일으키는데 타고르는 여기에 동의를 안 해요. 타고르는 그걸 퇴보라고 생각한 거죠. 그게 국익을 위한 것도 아니며 그것을 통해 독립을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두 사람이 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간디는 어디에 글을 기고해서 타고르에게 인도 천으로 짠 옷을 입을 것을 권하고, 타고르는 또 그거에 반대하고.
언제는 간디 추종자들이 영국제 천을 파는 가게를 약탈해서 천을 불태우는 장면을 간디와 타고르가 보게 돼요. 타고르는 그 모습을 보고 간디에게 저 모습이 비폭력이고 묻자, 간디는 대답을 못 하죠. 간디는 비폭력적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싶었는데, 간디의 추종자들이 그러지 못한 거예요. 두 사람 참 재미있는 일화가 많아요. 식사하는데도 간디가 타고르더러 그래요. 조금씩 드세요. 하고. 또 서양 빵 드시지 마세요, 우리 것 먹어야죠. 그럽니다. 또 외모도 많이 차이가 나죠. 타고르는 온화한 외모를 가진 반면 간디는
 날카롭죠. 그런 점들에서 차이가 많이 났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스케일은 타고르가 더 커요. 타고르는 왜 간디를 따라 민족운동을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업적도 민족을 위한 것이었죠. 인도를 빛냈잖아요. 타고르의 행적을 보면, 참 놀라운 것들이 많은데, 특히 제국주의자들한테 개의치 않고 비판을 가하는 것이 가장 놀라웠어요. 제국주의 그만하라고. 또 영국이 인도 양민 학살을 저질러요. 마치 우리나라 광주 민주화운동 때처럼요. 그에 타고르가 즉각 기사 작위를 반납해요. 이 기사 작위는 왕이 준 명예에요.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 타고르는 민족 운동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근사하게 했다고 볼 수 있죠. 타고르와 간디는 길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았던 거예요.

 

Q. 타고르와 간디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 타고르와 간디 두 분 모두 제자를 양성하고 교육에 힘썼는데요. 비스바바라티에서 타고르는 항상 마름모꼴 사탕, 초콜릿 등을 가지고 다니며 자유분방하게 학생들을 가르친 반면 간디는 학생들에게 점잖고 근면, 성실, 검소를 중점으로 교육했습니다. 그래서 두 선생의 제자들이 만났을 때 분위기가 달랐다는 일화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번에는 작가가 아닌 한 분의 교육자로서, 두 교육 방침 중 어떤 것을 더 선호(동의)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아까 말했듯이 저는 유교 집안에서 자랐어요. 절도, 예의. 그런 것들을 들으면서요. 저도 이제 아들 두 사람을 키웠는데, 이 사람들이 나중에 하는 말이 ‘어머니는 저희를 군대식으로 가르쳤어요.’라고 하더군요. 근데 나는 아이들 공부하고 노는 데에 크게 간섭 안 했어요. 거리에서 음식 먹지 말라, 밥 먹을 때 너무 머리 숙이지 말라 이 정도만 했지. 뭘 보고 군대식이라고 하는지. (웃음)
아마 제가 할아버지께 교육받으면서, 그때 기억들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할아버지께 문안 드리며 컸거든요. 또 공자의 논어를 들으며.

간디가 그런 식이었죠. 철저한 금욕주의자로, 18살에 결혼했는데 너무나도 금욕적이어서 부인하고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대요. 20살 넘어야 한다고. 마치 자신에게 일종의 형벌을 주는 것 같죠? 그런데 간디는 그렇게 해야지만 만족할 수 있었고, 또 그래야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철학이 있었어요. 그런데 간디도, 타고르랑 똑같이 자연주의자였어요. 두 사람 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방법이 달랐던 거죠.
타고르의 교육 방법은 참 신기해요. 공부하다가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오면 그 선생님한테 뛰어가요. 타고르는 그런 행동에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교실도 없었어요. 나무 그늘에서 공부했어요. 옛날 공자처럼요. 앉아있는 사람은 앉아있고,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사람은 또 비스듬하게 있고. 간디는 그런 걸 절대 허용하지 않았죠. 정자세를 해야 교육이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저는 타고르의 방식에 동의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교육이죠. 아이들은 어른이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만들어져 가는 거죠. 자연스럽게.

 

 

Q. 「기탄잘리」는 종교시로서 당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당혹감을 내비치게 했는데요. 제가 기독교인 탓인지 저는 책 속 삽입된 「기탄잘리」의 시를 읽으며 저는 자연스럽게 예수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타고르는 벵골인이기에 힌두교를 많이 접했을 것이며 또한 전 세계를 누비며 힌두교 외 기독교, 천주교, 이어 불교까지 다양한 종교를 접했을 텐데요. 「기탄잘리」 속 언급되는 ‘님’은 타고르가 접한 종교 중 딱 하나의 신을 언급하는 걸까요, 혹은 그들을 초월한 절대적인 누군가를 상징하는 걸까요? 작가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A.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어떤 특정한 절대자가 아니고, 자기의 마음속에 정신적인 하나의 중심인 거 같아요. 하지만 기독교적인 요소가 짙다고 봐요. 선교사 앤드루에게 받은 영향으로 기독교를 흡수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못 다뤄서 아쉽네요.
시 「동방의 등불」 있죠? 불교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 하지만 가장 기독교적인 것이 크죠. 성경하고 비슷비슷한 내용이 너무나 많아요.

 

Q. 이번에는 비평집을 내셨는데요. 다음 작품으로 장편 소설을 준비 중인 거로 알고 있어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지 조금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A. 작년 12월부터 집필에 들어가서 오늘(인터뷰 당일) 표지 시안이 내려왔어요. 『순국』이라는 제목인데. 표지가 마음에 들어요. 『순국』은 늦어도 8월 10일까지는 출간될 거 같아요. 상하권 두 권으로, 한 권 당 약 450페이지 차지하는, 굉장히 두꺼운 책이에요.
무슨 작품인가 하면, 독립 운동가 이석영 선생에 관한 내용이에요. 올해 8월의 인물로 선정되었는데. 내용을 좀 더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가 국권침탈이 될 당시 주인공이 영의정의 양아들이에요.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만석이라는 재산을 다 물려받아요. 조선 3대 부자인 셈이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불행하게도 나라의 국권을 뺏기게 되지요. 그 재산을 다 처분해서 만주로 가서 신흥무관학교를 지어요. 자기는 거지가 돼요. 자식 아들 둘이 있는데 둘 다 독립운동하다가 죽고 주인공은 79세에 얻어먹다가 굶어 죽어가요. 이보다 더 비극적일 순 없죠. 그거를 쓰는 소설이에요. 이 정도로 해둘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 주변에 시인, 소설가 등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은데 선배 작가로서 후배 작가 지망생들에게 한마디만 해주실 수 있나요?

A. ‘모든 걸 걸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가라는 것은 끝이 없어요. 저는 제 작품 끝에 항상 이런 말을 뒤에 붙여요. ‘또 실패했다.’ 정말 걸작을 쓰고 싶었는데 또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를 채근하는 또 다른 항해를 떠난다. 오늘 쓴 작품에서 자기가 만족하고 취하면 더 이상의 어떠한 성장은 없어요. 히딩크가 했던, ‘나는 아직 배고프다’와 같은 말이죠.
그리고 상상을 하세요. 상상은 하면 할수록 개발이 되고 향상이 돼요.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상력이란 무엇인가』란 책이 있어요. 그 사람을 제2의 코페르니쿠스라고 불러요. 당시엔 이성주의 시대여서 상상력 이야기를 하면 바보 취급을 받았는데, 그걸 정립했잖아요. 상상력이 인류에 이바지한 공이 대단합니다. 우린 그걸 공부해야 해요. 또 다치바나 다카시의 글도 읽어보세요. 참 좋답니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독자를 위한 어떠한 헌신이에요. 묘한 것은, 작가 또한 일차적으로 자신의 독자가 된다는 거지요. 자신이 먼저 즐기고 나머지를 독자에게 선물하는 거예요. 

글을 쓰다보면 잘 쓰려고 해도 마음대로 잘 안 되죠? 지금은 습작기니까. 그럴 땐 무조건 써야 해요. 쓰다 보면 길이 보여요. 통과의례에요. 고민하고 몸부림을 쳐야 무언가가 나와요. 마치 아이를 출산할 때 가지는 산고처럼, 산고를 견뎌야 출산할 수 있으니까요. 창작의 세계는 그걸 감내해야만 하는 거죠. 오로지 상상력 하나만 믿고 가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취향을 연구하세요. 내 취향에 맞는 소설, 그리고 작품. 수긍가고 이해 가는 그런 작품을 읽어야지, 단순히 훌륭하다는 이유로 읽으면 감동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시를 읽으세요. 문장이 유기적일 때 독자들은 작품을 읽기 시작해요. 시를 공부한 사람들은, 문장을 참 예쁘게 잘 써요. 시를 읽고 소설을 쓰면, 어딘가 달라요. 우리말에는 음수율이란 게 있으니까, 입으로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문장을 어디를 풀어야 할지 등등 그런 게 보여요. 그러면 위 문장과 아래 문장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착착 맞아떨어지거든요. 그래야 독자가 매끄럽게 읽어요.

 


 

타고르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듯,

작가님 말씀 하나하나에 허우적거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특히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들을 명쾌하게 답변해주셔서,

코로나로 우울했던 기분까지 싹 날아가 버린 것 같아요.

저는 타고르를 읽으며 '사랑'하는 법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그의 문학과 사상은 마치 무겁고 가까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 타고르'를 알게 되어 좀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답니다.

 

여러분에게 타고르는 어떤 사람인가요?

지금까지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 작가님과 인터뷰였습니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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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 비평집 

타고르를 이해하는 것은 문학의 힘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시성詩聖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을 읽다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반한 인도인 타고르. 그는 소설가였고 극작가였으며, 음악가, 화가였다. 또한 식민지 인도를 위해 분투한 교육자이자 민족주의자였고 국제주의자였으며,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이었다.

타고르는 1913, 시집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했고 최고 지성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타고르는 유럽 제국주의의 우월과 식민지의 열등을 파괴했다. 또한 동서양이 문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전초 역할을 하였고, 중재자로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 평론가인 박정선이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을 깊숙이 담고 있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를 평한다.

 

제국주의 시대 노벨상 수상 의의부터 문학적 성장과정까지

역사·전기적 비평으로 읽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

비평집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에서는 타고르가 노벨상을 받을 무렵의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하여, 타고르의 작품이 제국주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2타고르의 문학적 성장과정에서는 타고르 문학의 태동기인 10대부터 최후의 문학을 집필한 70대까지 타고르의 삶을 연대별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그의 생애와 작품과의 연관성을 밝힌다.

1부와 2부에서는 모두 제국주의 시대타고르의 나라 인도가 18세기 중엽부터 1947년 독립될 때까지 200년 동안 영국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던 당시기탄잘리가 아시아에 대한 인식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작품이었다는 점을 말한다. 또한 부드러운 유미주의 시를 쓴 타고르가 작품과는 다르게 영국, 미국, 일본 등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강대국에서 그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강연을 했고, 일련의 활동들로 제국주의 아래 약소국들이 상실한 자유와 희망을 외친 혁명 정신을 강조한다.

 

타고르의 작품을 읽으면 누구든지 개인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기탄잘리로 대표되는 아름답고 엄숙한 작품들을 평하다


 그가 아직도 세계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멸의 등불로 살아있는 것은, 세계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 자기 조국의 운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고, 명성보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노벨상을 훨씬 뛰어넘은 인간의 자유와 인류에 대한 사랑과 근심이었다. _본문에서


타고르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아시아 내 인도 무명 시인의 수상을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고르의 시는 그의 고독과 고뇌가 있고, 거기에는 개인 화자로 상징된 민족과 국가가 있으며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이 깊숙이 묻혀 있다.” “심오할 정도로 섬세하고 신선하며 아름답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대 세계적인 시인들에게 인정받았다.

이후 타고르가 노벨상 수상으로 얻은 명성에만 기댔다면 그의 이름은 단순히 역대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오르는 정도에 그쳤을지 모른다. 그가 노벨상을 뛰어넘어 불멸의 등불로 존재하는 이유는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타고르는 자유주의자였으며 하나만의 철학체계를 고집하거나 조직적인 종교 신념이나 집단에 매몰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누구에게, 또는 어딘가에 속한다거나 자신이 대중의 중심이 되는 것 따위를 거부했다. 그는 마치 지구를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지구가 이루고 있는 자연과 인류에 무한정으로 애정을 쏟아 부었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을 통해 얇은 시집 한 권이 단번에 세계적인 문호들을 감동시키면서 서구 유럽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에 관심을 가지고, 타고르가 평생 매달린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매우 유의미하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타고르에 대한 이해는 문학의 힘이 무엇인지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P. 22-23 타고르가 작사 작곡한 노래 쟈나 가나 마나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9501월 공식적으로 인도 국가로 채택되었다. 또한 우리의 황금 벵골이라는 노래는 인도에서 분리된 방글라데시의 국가로 지정되었다.

P. 24-25 우리는 21세기 언제부터인가 세계가 하나라는 의미에서 지구촌이라는 통일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나, 타고르는 19세기부터 이 세상은 하나의 둥지 속에서 서로 만난다.”는 말로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당시 제국주의자들이 약소국을 자기네 것으로 간주하고 세계를 운운하는 것 말고는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은 동서양에서 어느 누구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궁극적으로 그의 철학은 사랑이며 사랑은 신의 본성으로써 자연에 존재한다고 보았던 탓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학으로 변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생동안 삶의 형태로 실행되었다.

P. 26 기탄잘리에는 타고르의 고독과 고뇌가 있고, 거기에는 개인 화자로 상징된 민족과 국가가 있으며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이 깊숙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P. 29 성자처럼 고요한 그는 고요하지 않았다. 신을 대상으로 아이처럼 선하고 여성처럼 부드러운 유미주의의 시를 쓴 그는 영국, 미국, 일본 등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강대국을 다니면서 거침없이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강연을 했다. 그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지배하는 기구나 제도를 완강히 거부했다.

 


 저자소개 

박정선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소설로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수남이(2006년 한국예술위원회 창작지원 선정), 백 년 동안의 침묵(2012년 문광부우수교양도서 선정), 동해아리랑(2013년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작품), 유산, 가을의 유머, 새들의 눈물, 남태평양엔 길이 없다등이 있고, 소설집으로 청춘예찬 시대는끝났다(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내일 또 봐요, 와인파티, 변명, 표류등이 있다. 시집으로 바람 부는 날엔 그냥 집으로 갈 수 없다10, 에세이집으로 고독은 열정을 창출한다외 다수, 평론집 사유와 미학, 연구서 인간에 대한 질문-손창섭론, 해방기 소설론등이 있다. 소설로 심훈문학상, 영남일보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아라홍련문학상 대상, 천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부산문학상 대상, 크리스천문학상 등을 받았다.

명진초등학교 교가를 지었다.

문예 창작 강사와 인문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목차 

1부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1. 들어가는 말

2. 타고르와 노벨문학상

3. 타고르를 발굴한 화가 윌리엄 로센스타인

4. 가장 쉽고 가장 어려운 기탄잘리의 독법

5. 가문과 정신

6. 고독한 자유주의와 문학

7. 교육과 인간, 그리고 내셔널리즘

8. 타고르와 간디

9. 동방의 등불과 한국의 열망

10. 노벨상을 뛰어 넘은 불멸의 등불

 

2부 타고르의 문학적 성장과정

 

1. 문학의 태동기(10)

2. 문학적 성장기(20)

3. 작가로서의 성숙기(30)

4. 영적 성숙기의 문학(40)

5. 노벨상과 인생의 대 전환기(50)

6. 세계 순회 강연(50)

7. 세계 순회 강연(60)

8. 최후의 강연과 최후의 문학(70)

 

참고 자료

타고르의 연보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288쪽/145*210/978-89-6545-658-203800/20,000원/2020529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반한 인도인 타고르. 그는 소설가였고 극작가였으며, 음악가, 화가였다. 또한 식민지 인도를 위해 분투한 교육자이자 민족주의자였고 국제주의자였으며,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이었다.

타고르는 1913, 시집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했고 최고 지성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타고르는 유럽 제국주의의 우월과 식민지의 열등을 파괴했다. 또한 동서양이 문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전초 역할을 하였고, 중재자로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 평론가인 박정선이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을 깊숙이 담고 있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를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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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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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20.06.25 1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위 잎파리와 표지 초록이 깔맞춤이네요^^

(유산/박정선/산지니)

 

  박정선 작가님의 저서 『유산』

KNN 행복한 책 읽기 1월 13일

방송분소개되었습니다.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에서 운영하는 <행복한 책 읽기> 각계 명사와 전문가, 일반 시청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과 감동을 전하며, 책 읽기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일깨우고, 책 읽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번에는 일제시대의 불편한 진실과 친일 청산이라는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유산>의 저자인 박정선 작가님과 함께 산지니 출판사의 산지니X공간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앵커) - 역사가 에드워드 핼릿 카는 역사 공부는 원인에 대한 연구며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용서는 하되, 결코 잊지 말아야 하며 한 번 넘어진 돌에 또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오점, 짚어보겠습니다.

 

(황 범) - 최근에 식민지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왔습니다.

영화만 해도 [암살] [밀정] [군함도] [아이 캔 스피크] 등이 큰 성공을 거두었죠. 친일과 반일의 구도 속에서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윤리적 선택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친일 청산! 이 문제는 개인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의 경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기도 합니다.

 

(황 범) - 오늘은 박정선 작가의 최신작,
[유산]을 만나보겠습니다.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 문학 석사 학위 취득. 영남일보 신춘문예, 영남일보문학상, 심훈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외 다수를 수상했다. 

 

 

"청산해야 할 주체인 친일파 후손들이 가족으로서의 연대감을 뛰어넘어서

국가적 차원에서 자신들의 해야 할 것이 반드시 있다."

 

 

"친일청산은 국가권력이 아닌 국민 스스로가 해야 된다."

 

 

"국민적 자존심도 잃어버린 독립운동 후손들께 정신적 예우를 해줘야 한다.

또한 그분들을 조명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 "

 

 

(황 범) - 독립운동 우당 이회영 선생의 삶을 다룬 [백 년 동안의 침묵]의 저자, 박정선 작가가 친일청산에 주목해 쓴 장편소설입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불편한 진실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친일파 후손인 주인공 이함은 자기모순을 극복하고 가문의 얼룩진 행적을 단죄하려 물려받을 유산인 고향 집을 찾습니다.

작가는 친일청산 문제의 본질이 이제는 우리 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 범) -[뉴스타파] 취재진이 연락을 취한 350명의 친일파 후손 가운데 선대의 친일행적을 공개로 사과한 후손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등의 문제에는 주목하면서도 우리 내부의 친일에 대해서나 묵과하거나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친일문제는 내재적 모순 상태에 있는 일종의 아포리아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다음 세대에 어떤 유산을 남길 수 있을까요?

행복한 책 읽기, 황 범이었습니다.”

 

KNN 황 범 기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_<사학자 에드워드 카>

"우리는 잘 잊고 반성할 줄 모른다."

"과거는 끊임없는 현재이므로 일제시대 유산을 망각하고

과거를 잘라 내버려서는 안 된다."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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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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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가 남긴 갈등의 유산…청산은 우리 몫입니다”

장편소설 ‘유산’ 펴낸 박정선

 

 

- 일제강점기, 일본 편에 서서
- 부귀영화 쌓은 친일파 가문
- 그 후손의 사유와 반성 통해
- 독립운동 가치·기상 재조명

- “민족 위해 희생한 독립투사들
- 고마움과 빚진 마음 늘 상존
- 친일인명사전 등 자료 탐독
- 한국 이념갈등 뿌리 찾다 보니
- 꼭 써야겠단 강렬한 생각 들어”

 

 

▲ 박정선 작가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유산’을 들고 부산 서구 동아대 석당박물관에 전시된 독립지사 안중근 선생의 ‘견리사의견위수명’ 유묵 앞에서 인사를 올렸다. ‘유산’은 일제강점기 친일파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깊이 고민하는 소설이다. 김성효 전문기자

 

소설가 박정선이 최근 낸 장편소설 ‘유산’(산지니 펴냄)은 한국의 독립운동과 친일 청산을 주제로 다루는 문학 작품 창작 흐름에서 새로운 물꼬를 텄다.

 

 장편소설 ‘유산’은 일제강점기에 고초와 갈등을 이겨내고 민족 독립 투쟁에 헌신한 주역이나 그런 독립투사 편에 선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다. 반대로,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데 협력하거나 앞장서 반민족행위를 해 부귀와 영화를 일군 사람의 자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친일 반민족 행위를 저질러 재산과 ‘명예’를 일군 집안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좋은 학교에 다니고, 사회가 선망하는 직업을 갖게 된 주인공은 삶 속에서 만난 몇 번의 계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진중하게 오래 돌아보고 반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가문의 유산에 대해 ‘거사’를 실행하기로 마음먹는다.

 

소설은 그 과정을 진지하고 촘촘하게 보여주면서 묻는다. “‘우리’가 ‘우리’에게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서 일본이 진정하게 일제강점에 대해 사과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여기서 앞의 ‘우리’는 친일 반민족 행위를 저지른 세력이고, 뒤의 ‘우리’는 한민족이다. 박정선 작가를 부산 서구 동아대 석당박물관 2층에 전시된, 독립투사 안중근 선생이 쓴 유묵(보물 제569-6호)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 앞에서 만났다. 이 유묵은 ‘이익을 보게 되면 그것이 의로운 것인지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의롭지 않은 이익이라면 취하지 말 것이며, 나라나 공동체가 위기에 처하면 목숨을 바친다는 이 유묵은 소설 ‘유산’에서도 중요한 계기가 된다.

 

 

▲ 유산ㅣ박정선ㅣ산지니ㅣ302쪽

 

“소설은…이걸 반드시 써야 한다는 강렬한 생각이 들 때는 써야 한다고 작가들은 믿죠. 그것을 작가의 소명이라 하고요. 누가 얼마나 읽어줄까 계산하는 건 작가답지 않다고 배웠어요.” 박 작가는 2011년 장편소설 ‘백 년 동안의 침묵’(푸른사상)을 냈다. 억만금 재산과 가문의 에너지를 모조리 독립운동을 위해 쏟아부은 ‘견리사의견위수명’의 대명사 우당 이회영(1867~1932) 집의 높은 기상과 가치를 조명한 역사소설이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민족공동체를 위해 싸운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빚진 마음이 늘 컸어요.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으면 지금 한국 사회의 종잡기 힘든 좌우 갈등을 풀기 어렵겠다는 판단도 있었고요. ‘유산’에서 주인공 이함은 ‘친일파 가문’에서 자라 판사가 된 사람이죠. 어릴 때는 집안 사연을 몰랐다가 자라면서 깊이 사유하고 반성에 이르는 인물인데 저 또한 이함과 비슷한 점은 없을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는 “임종국 선생의 ‘친일문학론’, 반민특위의 역사,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을 탐독하면서 그리고 한국 이념 갈등의 뿌리를 더듬어가면서 ‘내가 이것을 알게 된 이상 꼭 써야 한다, 누가 읽든지 말든지’ 하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가 300쪽 분량의 ‘유산’을 쓰기 위해 독하게 준비했음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이 편집돼 출간되기 전의 파일도 구해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읽었죠. 그 자료에는 더 많은 정보가 있었어요.” ‘유산’에는 반민특위의 슬프고 안타까운 약사부터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 철학에 관한 검토,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6년이 흐른 뒤의 평화시장, 작고한 문인 전혜린 등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사람, 친일파 후손들의 조상 재산 되찾기 준동, 친일반민족행위자와 후손의 논리, 일제에 의한 위안부 동원의 참상 등이 쉴새 없이 나온다. “판사 이함의 ‘함’은 모든 것을 고한다는 뜻입니다.”

 

엘리트 과정을 밟은 여성 판사 이함은 어릴 적 고향 친구 준호를 잊지 않는다. 지독하게 가난하고 불우했으나, 꼿꼿했던 준호 가족이 그런 가난과 고난을 안게 된 것이 독립운동을 했던 데서 출발했음도 알게 된다. 소설은 친일파 문제도 추상적으로 뭉뚱그려 다루지는 않는다. 예컨대 이함 판사에게 큰 영향을 주는 친할아버지는 친일을 했다. 그러나 적극적이고 악독한 친일분자는 아니었다. 반성할 줄도 안다. 작은할아버지는 일제 고위 경찰간부를 지냈고 그 뒤로도 한국 독재정권에 줄을 대 권력을 누린다. 이함 판사의 어머니는 친일파 후손의 이기주의와 정당화 논리를 대변한다. 이함 판사의 여동생은 친일로 일군 가문의 영화를 비판한다.

 

다양한 인물이 씨줄 날줄이 돼 끌고 가는 이야기는 진중하게 울린다. 이함은 ‘우리가 우리에게 먼저 사과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진정한 사과는커녕 한국 상황을 즐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친일 조상이 남긴 거대한 유산을 향한 거사에 나서면서 반성의 정점으로 나아간다. 반성을 펼쳐 보이면서 소설은 새 물꼬를 튼다.

 

 

국제신문 조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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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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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낸 발목에 제법 찬 바람이 부는 11월입니다. 그러나 어제 산지니X공간은 사람들이 뿜어낸 열기로 가득했는데요. 바로 박정선 작가님과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참여했던 행사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작가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115산지니X공간에서 있었던 <유산>의 저자 박정선 작가님과의 만남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박정선 작가님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수필가, 그리고 소설가인 작가님은 오늘 많은 청중 앞에 소설가 박정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날 행사의 진행은 김대성 문학평론가가 맡아주셨습니다. 평론가다운 날카로운 질문들로 궁금증을 해소해주셨습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작님께선 이날 참여한 청중 모두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산지니 강수걸 대표님부터, 교회 목사님까지. 산지니X공간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분이 참석해주셨는데, 모두의 이름과 근황을 물어보시고 소개해주시는 작가님을 보며, 독자에 대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제게도 물어보셨는데, 제가 너무 당황해서 작가님 팬이에요라고 말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날 행사는 스포일러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유산>10월 말에 나온 신작이다 보니 아직 책을 읽지 못한 청중이 많았습니다. 독서의 재미를 반감하는 게 아니냔 고민이 있었지만, 행사의 진행을 위해 과감히 간략한 줄거리를 공개했습니다.

 

줄거리 소개에 이어, 김대성 평론가의 질문과 박정선 작가님의 답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있었던 답변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Q.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반드시 써야겠다는 작가의 소명에서 시작됐다. 일제 강점기 당시 친일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면, 현대사회에 와서는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다. ‘누가 읽어줄까’ ‘대중적으로 반응이 좋을까라는 계산은 하지 않았다. 작가인생이 길어야 사오십 년이다. 이 '한정된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혼신을 쏟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인간을 죄어오는 여러 속박들이 있다. 불편한 이데올로기, 흑백논리, 갈등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런 속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란 고민 없이 작가라 불릴 순 없는 것 같다.

 

Q. 작품 속에서 주제를 명백히 드러낸 데 이유가 있는가

A. 좋은 소설은 목적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것이란 걸 안다. 그럼에도 소설 전면에 목적을 드러낸 것은 이 소설은 모든 걸 드러내기 위해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독자층도 넓게 잡았다. 어쩌면 한계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사실 몇 권 분량으로 늘여 쓸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한 권 내에 담기 위해 조금 단순화한 경향이 있다.

 

Q. 작품 전체에서 종교적 색채를 느낄 수 있었다

A. 크리스천이다. 그렇다고 다른 신도처럼 교회에 봉사를 자주 가거나 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작품에 기독교적 색채가 묻어난다면 내 한계거나(웃음) 배제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종교가 나온 이유는 따로 있다. 김준호는 무지 가난한 인물이다. 가난한 인물이 공동체적 만족감을 쉽게 얻는 방법은 당연히 종교라 생각했다.

 

 

 

박정선 선생님은 날아가는 새의 날개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고 하십니다. 두 날개의 균형이 맞아야 하늘을 날 수 있는 새처럼 인간의 삶에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좌우논리'라는 맹목적 단어는 왜 우리 사회에 빼놓을 수 없게 된 것 일까요? 작가님께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셨습니다.

 

▲ 의자가 모자랄 정도로 많이 찾아와주셨던 청중들

 

박정선 작가님은 화려한 공모전 수상경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미 안정적인 작가 궤도에 올랐지만, 여전히 공모전에 도전하는 이유는 '나를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여전히 도전의 긴장감이 두렵고, 결과의 압박에 고통받는데, 그 속에서 자신을 확인한다는 작가님의 말에 놀라면서도, 본받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유산>은 작가의 말의 다른 책에 비해 매우 긴 작품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작가의 말은 '쓴 것'이 아니라 '써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의도한 바 없이 문장이 본인을 끌고 갔다고 합니다. 아마 이 소설로 전하고픈 말이 많았기 때문이겠죠. 일부러 Q&A도 스포일러가 없는 내용으로 골라 소개했습니다. <유산>을 읽으며, 직접 작가님이 전하고자 했던 마음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유산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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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 "

 

박정선 장편소설  『가을의 유머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참 길었다. 지난여름은 선풍기 몇 대를 틀어도 지나갈 줄 몰랐고, 연일 성난 온도가 아스팔트를 데웠다. ‘이 여름에도 끝이 있을까?’ 하던 찰나, 지난한 여름 위로 찬바람이 불었다. 한 계절이 다른 계절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가을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슬며시 찾아왔다. 마치 소녀가 여인이 되고, 여인이 부인이 되는 것처럼.

 

『가을의 유머』의 주인공 승연은 하루하루 삶에 치여 살아오다 ‘40대’를 맞이하게 된 ‘기혼’여성이다. (그녀도 한때 꿈 많은 소녀였고, 수줍은 여인이었겠지) 나이와 결혼의 여부는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쩌면 자신의 이름보다 더. 승연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가 달아준 그녀의 여러 이름표들 중 ‘40대’와 ‘기혼’이라는 이름은 진짜 그녀의 모습을 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다. 머리로 내리는 결정보다 가슴이 떨리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40대 기혼여성 승연에게 설렘의 바람이 불고, 사랑의 싹이 움튼다.

 

사실 처음 이 원고와 마주했을 때는 겁이 났다. 단 한 번도 삶에서 마주하게 될 가을을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라앉은 일상 속에 놓이게 될 그때, 우리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어쩌면 나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만 변해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계속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원고 밖으로 많은 물음들이 오갔다.

 

“떨림은 정말 그런 것이었다. 떨림은 지금까지 고장 나고 비뚤어진 나의 뼈를 다시 맞추게 만들었다.” (p.72)

 

사회적 금지 영역에 속해 있는 기혼 남녀의 사랑을 통해 한 여인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 『가을의 유머』. 이 소설은 남녀 간의 관계와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에 집중한다. 보통의 중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은 자신의 모습을 찾게 했다. 그리고 그동안 감춰뒀던 욕망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는 『가을의 유머』가 불륜을 다룬 여느 드라마,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모든 게 욕망이다”라고 전하며 “지구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욕망이 낳은 이상과 동경을 찾아 헤맬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규범 속에서 감추며 살아야 하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욕망. 그 아이러니 속에 소설 『가을의 유머』가 자리하고 있다.

 

소설 『가을의 유머』를 편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가 서 있는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건너갔고,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소설 속 승연에게서 나의 시간을 비춰보고 있었다. 특히 승연이 다시금 거울을 보게 되는 부분에서는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그녀는 자신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잊고 지낸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까….

 

가을은 풍요로운 계절이지만 한편으론 쓸쓸한 계절이다. 그 찬란했던 녹음들이 사라지고,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만이 발끝에 머문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삶의 가을 역시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눈부셨던 청춘의 시간을 뒤로하고 현실을 버티며 차곡차곡 쌓아온 의무와 책임들이 명치끝에 머무는. 답답하지만 소리치기엔 남의 시선이 더 신경 쓰이는.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내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가을도 여름만큼 눈부신 계절이니까.

 

 

 

『출판저널』 2017년 2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가을의 유머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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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완두입니다. 두 번째 글을 올리게 됐네요. 춥지만 화창한 어느 겨울, 박정선 작가님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탁 트인 송정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요. 겨울 바다를 등 뒤로 하고 진행된 인터뷰는 매우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볕이 잘 드는 창가는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해줬는데요. 그 인터뷰,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Q. 다양한 글쓰기를 하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가님은 시조로 등단을 하신 뒤 소설도 쓰시고, 시나 수필, 평론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시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각 장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마디로 요약해서, 문학은 하나로 통한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중국계 프랑스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 젠이 있어요. 가오싱 젠이 다섯 장르를 했어요. 그분 말이 참 재밌어요. “문학은 결국은 한 정점에서, 다 모여든 정점에서 소설로 집약된다.” 제가 시조를 맨 먼저 했어요. 제가 처음 문학정신에서 시조로 등단한 뒤에 아무 것도 안 하고 15년 동안 시조만 했어요. 근데 시조는 정형시이다 보니까, 정형의 리듬을 가지는 것은 습관화되면 벗어나기 힘들어요. 나는 처음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래 쓰다 보니까, 다른 수필이나 소설을 쓰려고 하면 시조를 쓰고 있더라고요. 심각하죠. 근데 그게 잘못됐다라는 거라기보다, 습관화된 리듬성이라는 거죠. 그거를 뛰어넘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한 쪽으로 굳어진 근육을 이완시키는 게 힘들잖아요. 근데 그게 극복이 되니까 전 장르를 넘어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소설 쓰다가도 시조 쓰고, 시도 쓰고. 그러다 다시 소설도 쓰고 그래요.

장르 구분이 서양에는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특별히 장르 구분이 있어요. 소설가면 소설만 써야한다 생각해요. 사람들은 나보고 "장르를 넘나들지 말고, 한우물만 파야지." 이런식으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해요. 하지만 한우물이라는 말과 장르라는 것에서는 상당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각각의 장점들을 서로 교류할 수 있고, 시의 장점을 소설에 가져올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가수가 배우가 됐다고 생각해봐요. 드라마에서 가수 역할을 한다든지 할 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죠. 이것처럼 문학도 마찬가지로 소설을 쓰면서 시적인 언어의 조탁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또 소설도 리듬이 있어요. 이 문장을 얼마나 세련되게 할 것인가는 쓰면 쓸수록 고민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시조와 자유시는 리듬이 달라요. 자유시는 개인적 리듬이고 시조는 정형된, 그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정형된 리듬을 가지고 있지요. 이것들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아주 아름다운 문장이 나와요. 그러니까 이것들을 다 소설로 적용시키는 거죠. 수필은 산문이니까 소설과 통하죠. 시와 소설이 가장 특징적인 경계니까 앞에서 시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장르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좀 문학을 한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게 한 우물 파는 거와는 상당히 다른 거예요.

 

하고 싶은 바를 표현하고자 할 때, 형식은 형식일 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여러 장점들만 모이게 되는 거죠.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겨울 느낌이 물씬 나네요.)

 

 

Q. 소설에서 꽃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석환을 보기로 한 아침 승연이 자신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개한 장미로 비유한 것처럼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비유를 탁월하게 하셨는데, 이처럼 꽃을 소설의 주요 소재로 삼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가장 여성을 나타내기 좋은 소재로 꽃을 삼은 거예요. 꽃은 자연과 연결되고 여성성의 상징성이 가장 강하잖아요. 그래서 꽃을 파는 근로 여성, 노동하는 여성에서 꽃꽂이 작가로 신분 상승을 시킨 것으로 미적인 효과를 가장 많이 낼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리고 작품 세계를 표현할 때도 여성이 가지고 있는 심적 표현에 대해서 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Q. 석환과 남편의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예를 들면 목소리가 좋고, 과묵한 편이지요. 하지만 석환은 목소리와 어울리지만 남편은 어울리지 않고, 과묵도 남편은 자신의 삶에 순응적이지만 석환은 카리스마가 있는 편이라는 것처럼요. 두 남자의 성격을 이렇게 설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안타깝게도, 능력을 가졌는데 그걸 발휘되지 못한 것이 불행하더라.’ 난 그걸 보여주고 싶었죠. 남편은 아나운서나 성악가가 되면 좋았을텐데 승연이 볼 때는 그건 어떻게 보면 안타까움이에요. 석환은 연구자니까 남 앞에서 브리핑이나 발표를 해야하고, 그랬을 때 좋은 목소리는 설득력이 있어요. 아나운서나 정치가도 좋은 목소리의 덕을 많이 보는 것처럼요. 석환은 자신의 능력을 잘 살린 거죠. 그러니까, 자기가 가진 능력은 거기에 알맞게 직업을 가질 때 최상이 된다, 그런 이야기가 되겠죠.

 

아, 그 뜻이 석환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았는데 남편은 그러지 못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화원을 하는 것으로 표현된 건가요?

 

그렇죠. 그래서 전혀 빛이 나지 않고. 그래서 인간은 석환처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그래서 더 프리미엄을 받는 거죠. 그렇게 되어야 해요. 남편의 목소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인간이 지닌 능력들이 자기가 무얼 어떻게, 그리고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빨리 개발을 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숨어져있겠죠. 이렇게 이 소설은 여러 의미를 다 가지고 있어요. 묘한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죠.

 

Q. 소설 속에 아이러니의 유머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남편은 매우 무뚝뚝하고 무드 없는 사람인데, 로맨틱함의 대명사인 꽃을 파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마지막에는 에이런과 알라존을 언급하며 직접적으로 아이러니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이처럼 아이러니의 반복을 통해서 재치를 보여주는데, 아이러니라는 상황을 통해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우리 인간은 나르시시즘에 자꾸 사로잡혀요. 자기 도취에, 자기 세계에 만족해버리는. 어떻게 보면 매너리즘이에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퇴보하게 되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승연이라는 인물이 남편이라는 존재를 상당히 무능한 사람으로 보고, 자기가 완벽하게 속였다고 알고 있죠. 그러나 나중에 보면 그게 아니죠. 이처럼 인간은 자기 스스로에게 자기가 자기를 속이면서 살고 있다는 거죠. 그거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정말 인간은 삶에서 성공할 수 없어요. 현재 정부, 정치인들도 그런 나르시시즘에 젖어있어요. 나르키소스가 어떻게 죽었습니까? 우물에 빠져 죽었잖아요. 자기의 나르시시즘 때문에, 자기가 자기에게 함몰되는 거예요. 이 작품도 그런 걸 상징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이걸 우리가 깨닫는다는 것은 자기를 벗어나려는 사고 없이는 힘들어요. 자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럼, 승연은 석환을 통해 자기 감정이 깨어났고 그 감정으로 인한 자기 도취에 빠져있다가 마지막의 친구의 전화를 받고 그 도취에서 깨어났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그런 것 보단, 승연은 석환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자기 발견을 하죠. 여성으로서 자기 발견이란 것은 미적 차원, 예술적 차원이라고 보시면 좋을 거예요. 승연은 꽃꽂이 작가인데, 주변에서 무시하면서 얘기하죠. 꽃을 뭘 꽂냐고. 그게 뭐 대수냐고. 하지만 승연은 꽃 자체는 자연이고, 그걸 재료로 하나의 다른 세계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물입니다. 꽃은 자연이지만 꽃꽂이는 예술인 거예요. 자연과 예술을 구분을 못하는 타인들과는 다르죠. 자연 상태의 승연이라는 존재에서 석환이라는 바람이라는 존재를 만나서 한 여성이 변화되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바람이라는 게 이중적인 의미네요.

 

 

그렇죠. 새로운 자기로 태어나는.

 

 

Q. 소설의 주인공이 중년 여성이어서 용기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중년 여성의 가정 외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승연을 통해 이런 사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다면요?

 

제가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간통죄라는 것이 있었죠. 간통죄는 남자 때문에 만들어진 거죠.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했을 때, 최고 징역형이 8개월인가 살아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를 징역을 살게 하려면 이혼을 해야 해요. 그래서 보통은 간통죄를 합의를 하더라고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든지, 그런 식으로 약속을 하고요저는 배우자를 혼내가면서 같이 산다는 건 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이면 모를까 어떻게 남편을 혼내가면서 같이 살게 하느냐는 거죠. 이미 가족의 교유가 끊어진 상태니까요.

가정의 민감한 문젠데 이게, 유럽에서도 매일 문제였죠. 미래학자 조르주 바타이유는 금기를 위반한 성적 행위가 창작을 유도할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성적 에로티시즘은 몸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어요. 이게 놀라운 이야긴데, 여성과 남성의 결합은 정신적으로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부부 사이에서도 남성의 원할 때는 언제든지 부인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방적인 관계가 80%래요. 이거 참 기가 막힌 이야기예요. 우리 사회가 조선시대 때부터 여성을 완전히 지배하는, 지배구조였죠. 가부장제니까. 남성이 가문을 잇고, 남성혈통주의로 여성은 순종해야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소속된 소유물이었죠.

 

하지만 인간은 평등해요.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성은 민주주의 밖이어야 하는 거죠? 성도 민주주의 안으로 들어와야죠. 간통죄가 없어진 것은 여성의 인권 상승이에요. 법에게 나를 지켜 달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된 거죠. 과거엔 남성이 경제권을 모두 쥐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여성이 직업을 갖고,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평준화됐잖아요. 그럼 자연히 성적 문제도 평준화되겠죠. 여성은 남자가 요구할 때, 아내니까 응해줘야 하는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의사 결정에 따라 당당해질 수 있는. 나는 성적 민주주의를 말하고 싶었어요.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비유하자면, 성적 유리천장을 깬다?

 

 

그렇죠, 그렇게 볼 수 있죠. 우리는 아직도 지배구조 하에 있어요. 승연이처럼 자아 발견을 했을 때 자신을 만들어가려고 하죠. 가시적인 몸부터 지적 수준까지 만들려고 하잖아요. 자기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여성들도 나이에 한정되어서 멈춰있지 말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여성다운 면이 있기 전에 인간이잖아요. 여성은 아름다운 곡선과 부드러움을 갖고 있어요. 이것을 여성의 특성으로, 순수한 미로 봐야지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되죠.

 

여성은 존재하기에 존재할 뿐, 남성을 위한 유흥적 감상 대상이 아니란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어떤 학자도 그랬어요. 여성은 남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이게 얼마나 여성에게 모욕적인 언사에요? 그러니까 여성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적 표현이나 직업 같은, 자신의 표현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에 의해서가 아니라요. 남편은 동반자일 뿐이니까요. 여성 스스로가 이 제도에 묶이지 말자.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남성은 여성편력이 심해도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나는 앞으로 여자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사회가 오지 않겠나. 오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이죠.

 

 

결혼 제도라는 게 참, 여성을 남성 아래로 복속시키려는 장치로써 작용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호주제도 폐지 됐지만 그랬었고. 인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조명 받지 못하는 면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죠. 제도라는 게 참 그러네요.

 

 

 

 

Q. 애국적인 삶을 살다 간 이회영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나, 독도를 향한 서사시를 쓰시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품을 많이 쓰셨는데요. 이번 작품은 불륜이라는 민감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이야기 주제로 삼아서 작품을 쓰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나 논란이 되는 소재니까요. 이런 소재를 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혹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어려움보다는 걱정스러움이 있었죠. 불륜을 미화하려한다는 오해를 하지 않을까. 동기는 작가의 말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어느 여성이 나를 찾아왔는데, 내 동의를 구하려고 왔다가 내가 동의를 해주지 않자 나를 가르치고 가죠. 나는 처음에 굉장히 화가 났었어요. 그런데 그 분이 나는 화장실을 갈 때도 휴대폰을 가지고 간다.’라고 말했었어요. 전화가 그 사이에 올까봐. 간절한 기다림이죠. 그 간절한 기다림에 내가 감동했어요. 이 기다림과 떨림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이걸 그냥 흘려보내면 아깝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런 세계를 파헤쳐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Q. 13일자 국제신문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작가님은 중년의 사랑을 다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 욕망에 관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욕망이 없으면 사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며, 근본적 본질인 욕망을 제거하면 인간은 사물화 될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곧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한 제도·질서와,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한 솔직대담한 욕망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사회에서 사라지면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사회의 질서와 인간의 욕망, 이 두 가지 중 작가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회적 질서와 인간의 욕망, 이 둘은 밥과 찬이라고 생각해요. 뭐가 밥이고 뭐가 찬이라고 할 수 없어요. 밥만 먹으면서 살아갈 순 있어요. 하지만 영양을 생각하면 하나만 먹을 순 없죠. 어느 게 더 주가 되어야 한다, 이런 거라기 보단 조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한 것은 제도를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정책을 실현시켰기 때문에 인간이 사물화 되고 표현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자유가 너무나 느슨하게 되면 방임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교육이 필요한 거예요.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할 능력을 갖추게 해야죠. 욕망은 중요한 거예요. 욕망은 씨앗이 땅을 헤치고 나오려는 에너지로 비유할 수 있어요. 땅을 밟으면 싹은 죽어버리겠죠. 이게 반복되면 땅 위는 삭막하게 될 거예요. 인간의 욕망을 제재하고 막아버린다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어요. 욕망으로 인해서 무언가를 이루니까요. 욕망 속에서는 물론 좋지 않은 것도 있어요. 세상은 부정과 긍정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부정이 있기 때문에 이 부정을 누르기 위해 긍정이 발전하잖아요.

 

헤겔의 변증법처럼요? 정반합과 비슷하네요.

 

 

그렇죠. 헤겔의 변증법처럼요. 서로 발전시키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와 욕망의 조화가 필요하죠.

 

 

Q.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면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들이 등장합니다. 철학서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지식이었는데요. 욕망에 대해서 매우 깊게 탐구하신 것 같은데, 이를 보면 작가님이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깊이 말씀하시고 싶으신 바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혀졌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나무 뿌리가 200m 아래로 물을 찾기 위해 바위를 뚫고 내려가는 힘, 그런 진지함. '이런 정신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살려고 애썼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저는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욕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상적인 욕망을 꿈꾸면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해요. 근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많이 없을 거예요. 사물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획일화되어 있잖아요. 자기 안에 모두 갇혀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깨고 나오려는, 일종의 부화적인 의미를 지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을의 유머라는 작품의 제목을 짓기 전에 '부화'라는 제목을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Q.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친일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친일을 어쩌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자. 미래에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사고를 청산하자. 이걸 제대로 정립해서 남기자. 이런 의미에서 쓰는 겁니다. 여기에는 위안부 문제도 있고요. 크게 두 축으로 쓰고 있어요. 독립 운동가의 가문은 가난이 대물림되고, 친일파의 가문은 권력이 세습되는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나오면 두 갈래로 반응이 나뉠 것 같아요. 또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있어요.

 

 

Q. 최상의 작품을 쓸 것이라고 작가의 말을 마무리하셨는데, 최상의 작품이라면 어떤 작품일까요?

 

 

O. 헨리의 작품 마지막 잎새를 보면 노화가 베어맨이 아픈 소녀를 위해 매일 담장에 잎을 그리죠. 베어맨의 인생 최고의 작품인 거잖아요. 한 생명을 살렸으니까. 저도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은 하죠. 작가의 말 마지막에 보면, “최상의 작품을 창작하리라는 욕망이 나를 이끌어 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는데, ‘이 욕망으로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그런 말이에요. 저는 그렇습니다. 작품을 끝내고 나면, “, 오늘도 실패했다.” 이 실패가 나를 채근해요. “빨리 제대로 해 봐.” “진짜 잘 해봐, 한 번.” 이런 채찍이 힘이 되더라고요. 실패가 채근하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다시 바다로 항해를 떠난다. 이런 말을 자주 하죠.

 

욕망처럼 이루고 나면 최상의 대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처럼요?

 

 

. 그것과 비슷하죠.

 


 

구체적이고 학문적인 대답이 두 시간 가량 이어져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미흡한 질문에도 매우 성실히 답변해주셔서 감동을 받았었어요. 함께 오신 작가 선생님도 매우 친절하셔서 아무런 불편함 없이 인터뷰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신 작가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가을의 유머 표지/누르면 링크 이동)

 

이런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품을 읽으면 더욱 흥미롭고, 생각할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번 주에는 가을의 유머 정독이 어떨까요? 그럼 이만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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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7.01.16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송정 바다가 그림 같네요.
    인터뷰 정리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안녕하세요, 첫 서평을 올리게 됐습니다. 2017년 1월 한 달 인턴으로 산지니에 출근하고 있는 완두라고 합니다. 사실 완두라는 이름은 임시로 붙인 거였는데 수정이 안 되어서 그냥 완두가 되었네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완두콩을 좋아하니까요!

오늘 처음으로 책 소개를 하게 됐는데요. 오늘 제가 이야기할 책은 박정선 작가님의 장편소설, 가을의 유머인데요. 제가 단숨에 읽었던 만큼 여러분들도 흥미롭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을의 유머 표지/누르면 링크 이동)

 

 

한국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년 여성입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다수의 중년 여성은 여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성도 아닙니다. 어머니입니다. 아이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비로움을 베풀어야 함과 동시에 남편의 뒷바라지와 시어머니의 만족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역할론이 강조되면서 그렇게 중년 여성은 주체이지만 주체의 모습을 잃고, 또 다른 주체의 부속물로 살게 됩니다. 이는 곧 중년 여성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것을 제재하는, 보이지 않는 사슬로써 작용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중년 여성이 자신이 품고 있는 사랑에 대한 욕망이나 성적 욕구를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커다란 도전임과 동시에 반항입니다. 가을의 유머는 그런 의미에서, 용기 있는 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3세 여성 승연의 가슴 떨리고도 저릿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요.

 

두 여자는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언제나 배설하는 사람이고 나는 받아내어 주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 남편은 가정의 가장이니까, 아정이 아빠니까, 나는 인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반가웠다. (p. 60)

 

 

승연은 무뚝뚝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권태를 느끼고 있는 43세 여성입니다. 남편은 승연에게 무관심하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또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승연은 어느 날 석환이라는 남자를 만납니다. 석환은 남편과는 다른 매력을 지녔습니다. 표현에 인색하지 않는, 승연의 남편과는 다른 종류의 남자입니다. 승연은 그런 석환에게 서서히 빠져들고, 어느새 그녀의 하루의 중심은 석환이 됩니다.

 

 

승연은 석환을 기다리며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됩니다. 보통 날과 다르지 않을 며칠의 시간이 더디고도 더디게 가는 것, 그를 만난다는 사실 하나로도 세상 모든 일이 특별하게 보이는 것! 그 모든 것이 석환을 만나고 난 뒤 승연이 알게 된 새로운 것들입니다. 그녀는 석환을 기다리는 자신을 보며 만개한 장미를 떠올립니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장미가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과거엔 거울을 보는 것도 두려워했던 그녀가 석환으로 인해 완전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꽃에 물을 주면 꽃이 피어나듯, 매우 자연스럽게요.

 

 

거실을 수십 번 돌고 난 다음 쇠붙이가 자석을 찾아가듯 거울 앞으로 다가가 나를 비춰 본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한 것은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라고 감탄한다. 거울 속의 내 얼굴에 이제 막 물을 올려 준 장미처럼 싱싱하고 따뜻한 피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꽃잎을 피우기 시작한 장미가 후끈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와도 같다. 꽃이 개화하는 순간을 아세요?’라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p. 27)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이라는 소재입니다. 승연은 과거에는 남편과 함께 꽃집을 하다 꽃꽂이 작가로 전향을 했는데, 그녀의 직업 덕분에 꽃이라는 소재에 빗대어 비유를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저는 꽃을 잘 알지 못하지만, 생생한 묘사 덕분에 그들의 감정선과 여러 상황들이 꽃으로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이를 위해 작가님이 얼마나 꼼꼼하게 꽃과 나무에 대해 조사하셨을지, 읽으면서 꼼꼼한 지식에 감탄했습니다.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소설 속에 철학이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논의되는 문제입니다. 욕망은 어디에서 오고, 왜 자꾸만 생겨나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욕망이란 소재를 이 소설은 자연스럽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에 쓰인 소재가 바로 차나무 뿌리입니다.

 

 

 

차나무 뿌리는 물을 찾아 땅속 깊이 내려가면서 층층이 물을 만나지만 자기가 원하는 물을 만날 때까지는 결코 다른 물에 입을 대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의 모든 뿌리들은 처음에 벌레들이 사는 흙을 지나 다시 모래가 섞인 흙을 지나면서부터 물을 만나게 되고 대부분 뿌리들은 그쯤에서 입을 대고 물을 빨며 안주하고 말았다. 차나무 뿌리는 줄기차게 계속 내려갔다.

(……중략.)

 

자갈을 지나면 주먹보다 큰 돌들이 나오면서 물은 더욱 많아지고 차나무 뿌리는 더 많은 유혹을 받게 되지만 차나무 뿌리가 만나야 할 물은 그 물도 아니었다. 그런 돌들을 지나면 넓적한 암반 같은 바위들이 나오고 거기서부터 물과의 만남을 위해 차나무는 뿌리를 정결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뿌리는 점점 가늘어지면서 색깔도 표백하듯 하얗게 변했다. 하얀 전깃줄처럼 가늘어지고 투명해진 뿌리가 암반을 바로 뚫거나 암반과 암반 사이를 뚫고 물을 향해 내려갔다. 거기에 자기가 원하는 물이 감춰져 있었다. 그쯤에서 서늘한 물이 뿌리를 끌어당겼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처럼 드디어 차나무 뿌리와 물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평생,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갑니다. 누구나 욕망의 대상은 다를 테지만 그 대상을 원하는 마음은 비슷할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상을 성취하면 다른 대상을 원하게 되고, 그 대상을 성취하면 또 다른 대상을 욕망하게 됩니다. 차나무 뿌리가 물을 찾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원하는 물이 아니면 입을 대지 않고 묵묵히 뿌리를 내리던 차나무 뿌리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물을 찾았지만, 다음번에는 처음 원했던 물이 아닌 또 다른 물을 찾아 저 아래까지 뿌리를 내리겠죠. 이처럼 욕망은 성취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닌 끝없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내용은 불륜입니다. 기혼자의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불륜이라는 자극적이고도 도덕적이지 못한 소재를 미화하려는, 옹호하려는 소설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 있던 그들은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저는 40대의 여성에게도 사랑의 욕망이 존재함을, ‘사랑이라는 기본적인 감정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님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망, 그 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욕망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인간은 언제나 최상의 욕망을 추구하고, 최상의 대상을 찾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유머는 이런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욕망에 대해서 한 번 깊이 탐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궁금증은 제목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가을의 유머라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저처럼 이런 호기심이 드는 분들도 있으리라 보는데요. 제목의 의미를 알고 싶으신 분들도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상, 차디찬 겨울 속에서 만난 가을의 유머에 대한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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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7.01.11 16: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산지니 블로그 등단 축하합니다.
    문단 첫줄 들여쓰기부터 강조글에 볼드, 이탤릭, 색상 바꾸기 등등
    편집하느라 노가다 많이 하셨네요.^^

  2. BlogIcon 스낑 2017.01.12 0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과 나무처럼, 인간의 욕망도 결국엔 자연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작가님은 그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 지연스님이 "꽃은 인간이 가장 기쁜 순간과 가장 슬픈 순간에 찾는 '언어'"라고 말하셨죠.
    어쩌면 승연이 남편에게 가장 바랐던 것은 '승연씨, 사랑해.'같은 '말'이 아니었을까요.
    포스팅 잘하셨어요!^^

    • BlogIcon 완두 2017.01.16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애정 표현이 적던 남편의 말 없음이 승연에게 외로움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말의 힘은 대단하니까요.

  3. BlogIcon 깎은서방님 2017.01.12 2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이 가장 순수해질 때는 사랑의 감정이 분출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완두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네요^^

  4. BlogIcon 단디SJ 2017.01.13 0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기 있는 책'이라는 말이 참 와 닿습니다. (그렇게 표현한 것도 멋있고요!) 사회가 만든 딱딱한 질서에 익숙해질수록 가장 '나다운' 혹은 가장 '진솔한' 나의 모습들을 감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랑이든, 뭐든-

    • BlogIcon 완두 2017.01.16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도와 인간의 성정은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서로 조화가 되어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 40대의 욕망과 인생의 아이러니…

     박정선 소설 '가을의 유머'

 

 

부산 문단에서 '글만 파고들며' 살기로 유명한 박정선(사진) 소설가가 사랑을 다룬 장편 소설 '가을의 유머(산지니)'를 출간했다. 지난 30년간 소설가이면서 시와 시조를 쓰고 문학평론까지 한 그는 '백 년 동안의 침묵' '동해아리랑' 등 역사와 해양을 소재로 한 선이 굵은 장편소설을 썼다.

 

 

그간 작가의 행보를 봤을 때 중년의 사랑을 다룬 이 책은 조금 특이하다.

 

 

'가을의 유머'는 사회적 금기 영역에 있는 기혼 남녀의 연애와 사랑 이야기다. 40대 주부이자 꽃꽂이 작가 승연이 남편과 전혀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설렘과 떨림을 찾고 내면 깊숙이 숨겨두었던 욕망을 하나씩 꺼내게 된다. 인간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승연에게서 사회가 만든 규범과 질서의 근엄함에 가려진 인간의 솔직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박 작가는 "중년의 사랑을 다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 욕망에 관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욕망은 인간의 본질에 속한다. 헤겔은 인간에게서 욕망을 제거하면 사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고, 프로이트도 사회를 욕망의 체계로 보았다"면서 "모든 욕망을 표현하고 살 수 없지만, 이를 배제하고 정형화된 틀에 가둔다면 인간은 사물화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동경과 이상을 은유한 욕망에 관해 쓰려 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하 생략)

 

 

2017-01-02 | 김현주 기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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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유머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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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7.01.03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국제신문에 기사가 났네요 +_+

 

중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의 본질.

 

 

"인간은 이상과 현실 사이, 그 비좁은 행간에서 몸부림치는 존재라는 것, 현실은 곧 정형이란 틀이며 인간은 끊임없이 그 현실을 탈출하려고 몸부림치지만 현실은 늘 자기의 틀 안에 붙잡아 놓기를 고집하는 것이라고 했다."(208쪽)

중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의 본질. 욕망은 그 무엇으로도 누를 수 없는 삶의 일부. 박정선 지음, 240쪽, 산지니, 1만3000원.

 

2016-12-30 | 박정규 기자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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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유머 / 박정선 지음

 

중년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봄 직한 고민과 이야기를 주인공 승연을 통해 그려내는 박정선의 신작 장편 소설. 산지니 펴냄.

 

2016-12-30 |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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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유머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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