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시인은 “시가 나의 오른팔이었다면, 이 산문들은 나의 왼팔이었다”고 했다.

부산일보DB

 

최영철 시인은 1985년 겨울 아침, <한국일보> 하단에 적힌 ‘신춘문예 내일 마감’이란 광고를 보게 된다. 10년 동안 신문사에 투고해 두어 번 최종심에 올랐지만, 본인 재능은 거기까지라고 단정했다. 시인은 그 광고를 보고 “그만 적당히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향해 날아든 느닷없는 돌팔매질”이었다고 회고한다. 단칸방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고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넘기고 있었고 변변한 직업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간, 시인은 자신에게 닥쳐온 절망으로 시를 썼다.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 그는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었다. 

최영철 시인, 산문집 ‘시로부터’ 

시와 시인·시 쓰기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쓴 깊이 있는 글들 

명쾌한 정의·주옥같은 문장 눈길 

이후 시인은 문명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에 중독된 세상을 비판하고 주변부와 생명을 보듬는 시인이 됐다. 2015년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로 부산 대표 도서를 선정하는 ‘원북’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 시인은 최근 펴낸 산문집 <시로부터>(사진·산지니)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게 온 모든 절망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나의 절망들에게 빚지고 있다. 그 겨울의 절망이 나를 두드려 깨우지 않았다면, 그 겨울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나를 들쑤셔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만 중도에 시의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시로부터>는 30여년 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와 시인, 시 쓰기, 시의 유용함과 무용함,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써 내려간 책이다. 시인이 30여 년 동안 썼던 산문 중에서 시와 관련된 글을 추리고 정리해 묶었다. 시인은 “시가 나의 오른팔이었다면 이 산문들은 나의 왼팔이었다. 독자들이 시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시인들은 자기 시에 자의식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펴냈다”고 했다. 

시인은 “시의 재료를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찾았다”고 한다. 일상에 상처받고 일상에 배신당하고 일상에 걷어차여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고통과 절망을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관리하는 게 시인의 책무라 여겼다. 

책에는 시와 시인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린 주옥같은 문장들이 즐비하다. 먼저 시인에 대한 정의. ‘시인이 원하는 것은 완전한 사랑이 아니다. 시인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것은 궁합이 잘 맞는 천생연분의 세계가 아니라 서로 어긋나서 삐걱거리는 불화의 세계다. 그 어긋나고 삐걱거리는 세계를 해체하고 조립하고 중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존재가 시인이다.’

시의 세계에 대한 정의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가 추구하는 세계는 본래 크고 높고 화려하고 빠르고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들을 피해 그것들을 물리치며, 그것들을 넘어서는 세계였다. 작고 적고 낮은 것의 가치, 약하고 여리고 조용하고 느린 것의 미덕을 발견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꿈꾸었다.’ 

시인으로서의 의지를 다짐하는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시인에게는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의 관계를 역전시키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산적한 문제들에 감응하고 인지하는 능력과,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자구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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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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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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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화/책과 생각] 5월 10일 문학 새 책

 

 

 

 

 

 

 

시로부터 1986년 등단 이후 30년 넘게 시를 써 온 최영철 시인의 산문집.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갔다. “눈앞에 널린 수백의 유용을 자진반납하고 단 하나의 무용을 거머쥔 것./ 더 잃을 것도 없는 적빈의 열매.”(머리글 ‘시를 위한 변명’ 중) /

산지니·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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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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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부터최영철 산문집

   

   나는 정말에게 빚지고 있다

   내게 온 모든 절망들에게 감사한다




최영철 시인의 ‘시를 위한 산문집’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를 말하다


최영철 시인의 ‘시를 위한 산문집’.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하며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인은 쓸모 있음과 유용함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쓸모없음을 설파하며 무용을 거머쥔 시, 그 시의 자리를 묻는다. 그리고 지금껏 밥벌이와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시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시인은 시의 재료를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찾았다고 한다. 일상에 상처받고 일상에 배신당하고 일상에 걷어차여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고통과 절망을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관리하는 게 시인의 책무라 여겼다. 『시로부터』는 시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시인의 의무를 고심하면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가 가진 희망을 나누어준다.



애써 쓰려고 하지 않았으나 내 안의 다른 무엇이 

써버리고 말았던 것.


써놓은 것이라도 얼른 감추고 폐기처분해야 했으나

그만 깜빡 잊고 발설해버린 것.


종이를 낭비하고 지면을 어지럽히고 독자의 시간과 감정을

빼앗은 것.


쓸모없는 짓거리였으나 그럴수록 더욱 쓸모있는 것이라

자위하며 의미를 달아준 것.

_머리글 「시를 위한 변명」 중에서





고통을 요리하는 시인, 절망에서 희망이 되는 시. 

혼란한 이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말해야 할까.


무엇이 시인다움일까? 시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단번에 시인이 될 수 없다. 

시인이 되었다고 해서 계속해서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열혈하지 않으면 시인이 될 수 없다. 


최영철 시인은 1985년 겨울 아침, <한국일보> 하단에 적힌 ‘신춘문예 내일 마감’이라는 광고를 보게 된다. 10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신문사에 투고해 두어 번 최종심이 올랐지만 본인의 재능은 거기까지라고 단정했다. 시인은 그 광고를 보고 “그만 적당히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향해 날아든 느닷없는 돌팔매질”이었다고 회고한다. 단칸방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고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넘기고 있었고 변변한 직업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가난하고 고단한 시간이었고 시인은 자신에게 닥쳐온 절망으로 시를 썼다.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해 크리스마스 때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대들이 힘 빠져 비척거릴 때 / 낡고 녹슬어 부질없을 때 / 우리의 건장한 팔뚝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 누가 달려와 쓰다듬을 것인가 / 상심한 가슴 잠시라도 두드리고 / 절단하고 헤쳐 놓지 않으면 / 누가 나아와 부단한 오늘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_「연장론」


이후 시인은 문명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에 중독된 세상을 비판하고 주변부와 생명을 보듬는 시인으로, 진솔하고 해악을 담긴 시로 독자에게 다가갔다. 2015년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민들의 투표로 부산 대표도서를 선정하는 ‘원북’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고 이례적으로 시집이라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그동안 시에 대한 글을 묶은 걸로 시의 투명함을 전한다.






시의 사부, 시의 무늬, 시인 산책


시에 대해서만 이렇게 많은 말과 수식어를 쏟아 붓다니. 책을 읽으며 흠뻑 시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과욕을 부리며 지나치게 조급하게 살아온 건 아닌지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향유했으면 한다.


1부와 2부는 시의 재료인 고통과 절망에 대해 말하며 이를 요리하는 시인에 대해 말한다. 과잉과 포만을 경계하며 도시 문명의 피로와 시의 유용함과 무용함,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을 말한다. 마지막 3부 시인 산책은 유치환, 백석 등 시인을 찾아 떠난 문학기행을 담았다.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P.36 아무 소용이 없는 시. “이런 걸 쓰면 밥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고 타박받는 지경이야말로 나를 힘나게 한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다른 하고 싶었던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게 운명이었을 것이다. 다른 무엇으로도 내 삶을 변명할 방도가 없었던 게 운명이었을 것이다.

 

P.38 시인은 언어를 빚는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철따라 반복되는 사소한 자연의 움직임도 시인에게는 크나큰 희열이거나 절망일 수 있다.

 

P.41 고통의 경험은 불청객처럼 느닷없이 찾아온다. 대부분 그것을 피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어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지만, 시인은 그것을 아주 귀하게 오신 손님처럼 붙들고 더 강한 고통을 내놓으라고 주문한다.

 

P.48 시는 고통을 관리하는 양식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또한 오랫동안 동행한 고통의 등을 토닥이며 새로운 길 하나를 찾아가는 일이다. 고통을 추궁하고, 고통에 힘을 실어주고, 고통을 발가벗기고, 고통에 그럴듯한 옷 한 벌을 입혀주는 일이다.



최영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외. 육필시선집 『엉겅퀴』,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외. 백석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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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부터


최영철 지음 | 판 14,000

9788965455974 03810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문학평론가 구모룡 교수의 최신작은 시 평론집『은유를 넘어서』입니다.

"많은 시인들은 필생의 과업을 은유로 생각한다"고 시인(!)하는 이로써

이런 제목의 책을 낸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지난 화요일에 열렸던 저자와의 만남에서 탐색해 볼 수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 지인분들께서 축하 화환도 준비해주셨어요.


행사 전 주부터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있어 

행사를 진행해도 될지 걱정스러웠지만, 많은 분들께서 참석하셨습니다 :) 



이 날 행사는 『은유를 넘어서』에 등장하는 작가 최정란 시인과

문학을 탐하다의 저자인 최학림 부산일보 기자와의 대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최정란 시인은 "시와 시인 자체가 소통이 되지 않고, 또 시와 독자가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시와 독자가 소통되지 않는 그 이면에 평론가의 역할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대담을 여셨습니다. 또 구모룡 교수가 '미래파'와 '극서정시'라는 두 극단이 아닌 그 사이에 있어 평론가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시들을 다루고 있는 점에 주목하셨습니다. 

이에 구모룡 평론가는 "양끝만 보이는" 진자운동이 아니라 "이 사이에 무수한 궤적들"이 있기에 그 "구체적인 궤적들을 추적"하고자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학림 기자는 구 교수의 글에서 "은유의 도서관에서 나와 진실 속으로 나아가자. 시쓰기는 자신의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이다"라는 부분을 인용하며 제목의 의미에 대해 물으셨는데요.


구모룡 평론가는 "영어로 하면 실존이란 existence입니다. 그런데 existence의 ex가 바깥이란 듯이거든요. 실존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는 것입니다."라며 말문을 트셨습니다. 

아래에 이어지는 답변에서 '은유를 넘어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까요?


"사실 언어가 은유죠. 그런데 많은 이론가들이 시는 은유라 말하거든요. 실존의 욕구라는 것은 외부기 때문에 들어가기 위해서 바깥의 사물에 대해 은유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보면 굉장한 동일성의 확대재생산일 수 있다는 거죠. 

은유를 넘어선다는 건 단지 언어의 차원이 아닙니다. 주체의 문제인데, 서정시인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될 게 나르시시즘입니다. 시인이 자기 이야기 속에 갇혀 있으면 안됩니다."





이에 대해 최정란 시인이 "나약한 시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며 웃자 


구모룡 평론가는 "시인은 나약하지 않다"며 

오히려 "자기만의 고통이 아니고 타자들의 고통"에 대해 말하는 시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리얼리즘 시과 서정시, 일상시와 정치시, 생태시 등 여러 구분을 넘어서

그동안 많은 시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잠수함의 토끼' 역할을 해 왔습니다.

용산 참사에서 4대강 사업, 세월호 사건까지, 

시인들의 방식으로 낮은 곳에서, 약한 이들과 함께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두운 시대에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시와 시인에게 세상을 변화하기를 주문하는 것은, 그만큼

시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유를 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겠지만

시, 그리고 시인이 전혀 '나약하지 않다'고 믿는 이에게서 오는 부탁이자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지 않을까요?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