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인생ㅣ송태웅 지음ㅣ산지니ㅣ160쪽

 


▶ 고요에 잡아먹히지 않고
   함께 느긋해지고 함께 팽팽해지다


 

산지니시인선 열다섯 번째 시집 송태웅 시인의 『새로운 인생』이 출간되었다. 2003년 『바람이 그린 벽화』, 2015년 『파랑 또는 파란』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비겁한 내면의 풍경을 과장과 꾸밈이 없이 담백하게 담았다. 시집을 내기까지 오랜 준비 기간과 좌절도 있었지만 시인은 좌초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송태웅 시인은 담양, 광주, 제주, 순천을 돌아 지리산 구례에 터를 잡았다. 전원생활이라고 해서 마냥 편하지 않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혼자 사는 외로움과 자연이 준 고독함 속에서 삶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야 했다. 그 속에서 시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시인의 말」에서 “언제부터인지 시가 괴로웠다 / 그건 네 옷이 아니니 벗어버리라고 / 연기암 오르는 길의 시누대들이 / 죽비처럼 등짝을 때려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시인은 삶의 무게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지금부터 살기 위하여” 시를 쓴다. 시인은 고요에 잡아먹히지 않고 느긋해졌다가 팽팽해졌다가를 반복하며 과거에 짊어진 인생의 상처를 돌아보면서 묵묵히 나아간다.

 

 

 

 

▶ 도약을 준비하는 시인의 「새로운 인생」

 

 

나는 당분간 일용노동자로 살기로 했다
내 등을 떠밀어 다오
서투른 몸동작으로

 

삽과 괭이와 해머와 철사와 커터 들을 다루는 나를
이제야 그들의 눈빛에서
체념과 순응의 본능을 읽을 줄 알게 된 나를
내 어머니에게 이런 나를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인생을 향해
꿀꺽 침을 삼키는 나를

 

_「새로운 인생」부분

 

시인은 선언한다. “당분간 일용노동자로 살기로” 한 것이 바로 새로운 인생이라고. 비록 “서투른 몸동작”이지만, 그도 이제 “삽과 괭이와 해머와 철사와 커터 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도구의 “체념과 순응의 본능을 읽을 줄 아는” 노동자가 된 것이다. “방 안에 웅크렸던 나라는 짐승”이 자신의 삶 속에 비로소 고요를 넘어서는 생동을 끌어들였다. 시인 스스로를 구원하는 시들로 읽는 이의 마음에도 생동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 혼자 밥 먹는 날, 고독함에 대한 솔직한 고백


 

시집에는 유독 밥 짓는 내용의 시가 많다. “혼자만의 식사를 위해 이거 웬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 간혹은 내가 내 스스로를 대접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메추리알 장아찌를 담그며」), “소고기를 볶아 미역국을 끓이고”(「새벽에 쓰는 시」) “일생의 저녁을 먹네”(「혼자 먹는 저녁」)처럼 시인이 혼자 밥 짓고 상 차리는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혼자 먹는 밥상 풍경이 쓸쓸하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평범하기도 하다. 자연 속에 살든 도심에 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나 있는 장면이다.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런 타인을 훔쳐보기도 한다. 시인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고독에 대해 솔직하게 보여준다.

 

 

 

추천사


오월 광주에 있다가 살아남은 시인은 신산스런 삶을 짊어지고 절대 고독 속으로 투신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송태웅의 시들은 이 비극의 끝에서 자연 그리고 인간과 하나가 된 맑고 깊고 높은 경지를 내보이고 있다. 시인 스스로를 구원하고 있는 이 시들이 많은 사람들을 역시 구원하리라 확신한다. 고독하고 외로운 자만이 모든 것의 혈육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의 영혼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하는, 지리산 같은 ‘지리산 고독 시인’이 여기 있다._나해철(시인)

  

 

저자소개

 

송태웅
1961년 전남 담양에서 출생하고 광주고와 전남대 국문과를 나왔다. 2000년 계간 『함께 가는 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람이 그린 벽화』, 『파랑 또는 파란』 등이 있으며 이번 시집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현재는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에 거주하며 틈만 나면 지리산을 오르내리면서 지리산과 섬진강의 나날들을 구가하고 있다.

  

 

목차

 

 

         

 

 

 

새로운 인생 - 10점
송태웅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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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12월 18일 월요일에 조향미 선생님의 시집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자리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

시심을 가득 채우고 온 날이었습니다^^

마음까지 푸근해졌던 북 콘서트 현장,

사진과 함께 만나보실까요?

 

***

 

12월 18일 오후 여섯 시,

전교조 부산지부 강당에서 『봄 꿈』 북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입구로 들어서자 화사한 플래카드가 반겨주었어요^^

따뜻한 분홍색이 추운 날씨도 잊게 만들었죠.

이 날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답니다.

동료 교사분들, 그리고 조향미 선생님의 제자들까지!

강당을 꽉 채우는 따뜻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답니다 :)

행사에는 대표님과 저 병아리 편집자가 달려갔습니다.

자리를 빛내주신 분들 중 낯익은 얼굴!

바로 박두규 작가님~!

산지니에서 『생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을 출간하셨던 분이죠.

시집의 수록작 「한 몸」을 낭독하셨습니다.

얼마나 멋진 시인지 짧게 보여드릴까요?

(…)
사과와 뱀과 고양이는 얼마나 다른가
강아지풀과 사람과 흙은 어떤가
빗방울과 불꽃과 바람은 또
이 모든 것도 별의 한 몸이다

이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한 올의 머리카락이
나는 혼자라고
한 몸 같은 것은 없다고
쓸쓸해하는 것과 같다
한 송이 민들레꽃이
나는 스스로 피었다고
흙과 햇빛과 나비와 무관하다고
고집부리는 것과 같다
(…)

자리를 함께 빛내주신 동료 선생님들도

분위기 있게 시를 낭독하셨고요

조향미 선생님의 제자인 귀여운 학생도 나와서

「둘러앉는 일」이라는 좋은 시를 낭독했답니다.

모교인 만덕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시를 골랐다고 하던데

내용도 좋은 시를 골라서 차분한 목소리로 낭독하더라고요^^

(…)
둘러앉는 시간과 공간은 따로 없으니
학교 텃밭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웠고
백양산 달빛산행 국수집 구포시장 막걸리집
만덕동 화명동 동래역 밥집 술집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논쟁하고 고민했습니다
교사들 둘러앉은 자리 기승전결은 언제나 아이들
엎드린 아이 홀로인 아이 외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한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시키지 않을까
(…)

담당 편집자였던 저도 앞으로 나가게 되었답니다.

앞뒤로 멋지게 낭독을 하시는데

바쁘게 나가느라 시집을 못 챙겼던 저는 8ㅅ8

작업을 하는 동안 외웠던 시들을 머릿속에 얼른 떠올리면서 책 소개를 짧게 했습니다.

「정정」과 「아무것도 안 하기」라는 두 편의 시에 곡을 붙이신 선생님!

시의 분위기를 잘 살린 노래에 귀가 녹는 것 같았어요^^

직접 곡을 붙이셨다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었죠ㅎㅎ

마지막 순서로 오늘의 주인공이신

조향미 선생님이 나오셨답니다 :)

어린 시절 날이 저무는 가운데

바람처럼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무섭고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나네요.

...분명히 저도 어릴 때 그런 이유로 해질녘을 싫어했는데

어째서 저는 시인이 되지 못했을까요..... (오열)

시를 쓰는 마음, 시를 대하는 자세

시인 조향미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시집 작업을 하는 동안 좋은 시를 많이 만나서

저도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

좋은 자리에는 단체사진이 빠질 수 없겠죠?ㅎㅎ

사진 찍어주시는 선생님의 하트♡ 요청에

수줍게 팔을 올리는 분들~ㅎㅎㅎ

따뜻한 시만큼이나 따뜻한 분들과 함께한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 현장이었습니다~

 

 

봄 꿈 - 10점
조향미 지음/산지니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10점
박두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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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시인선 004 조향미 시집 『봄 꿈』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자 조향미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네요^^

시만큼이나 따뜻한 내용의 인터뷰, 만나보실까요? :)

 

***

 

교편 잡는 시인의 정갈하고도 따뜻한 詩

 

조향미 네 번째 시집 ‘봄 꿈’

 

 

- 교사 눈에 비친 삶·세상 담겨
- 안일한 현실에 자성 목소리도
- “아이들에 열린 시각 주고싶다”

땅에 발을 딛고 있을 때, 시(詩)도 아름답다. 세상의 온갖 말을 수집해 혼신의 공을 들여 조합한다 해도 그 말이 구름 위에 떠있다면 손짓 한 번에 흩어질 뿐이다.

 

1986년 등단한 시인 조향미가 11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봄 꿈’(산지니)을 냈다.

조향미의 시는 내가 아는 얘기를 하거나, 내가 모르는 얘기라도 누군가는 아는 얘기를 한다. 아는 얘기를 하는데 내가 실은 그 얘기를 잘 몰랐구나, 안일하게 생각했구나, 깨닫게 만든다. 그의 자성과 사무침은 정갈한 시어로 전달되고 사람들은 시인과 함께 깨어난다.

(중략)

 

조향미 시인은 고교 교사다. 혁신학교인 만덕고 교사다. 그래서 시에 학교가 많이 등장한다. 교정을 내다보며 점심 도시락을 먹는 것도, 여자친구가 생긴 후부터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귀여운 남학생도, 공부의 사막을 낙타처럼 맥없이 걸어가는 아이들도 그에게는 모두 시, 시다.

방년 십팔 세 꽃다운 나이/남학생 녀석들/운동장에서 뻥뻥 공만 찬다/러닝셔츠 흠뻑 젖어/꽃그늘에 앉아 땀 닦으면서도/등꽃 한 번 안 쳐다본다… 겅중겅중 뛰기만 하는/수노루 같은 놈들/내 차마/짐승 같은 놈들이라고는 안 한다만(‘남학생들’ 중)

슬몃슬몃 누르다가 마지막에 조그맣게 폭발하는 애정. 그 한마디 유머에 본 적도 없는 시커먼 남고생들이 사랑스럽다. 얼마나 사랑해야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랑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까. 천생 교사인가 한다.

그의 시 다수에는 따뜻한 충만감이 찰랑거린다. 일상의 아주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해하는 사람의 특권이리라. 행복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는 세상의 불행을 아파한다. 밀양 송전탑 마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울분과 슬픔은, 정제하느라고 애썼다는 그의 시를 비집고 나온다.

체중 34키로 골다공증 굽은 몸으로/산을 오르고 나무 부여잡으며 보낸 십년/구덩이 파고 목줄까지 묶으며 싸운 할매는/말이 곧 사람임을 믿었다…그러나 씹다 만 껌보다 가벼운 권력자의 말/할매는 믿던 도끼보다 독하게 찍혔다(‘부엉이’중)

‘결핍의 겸허함’을 알기에 풍요에 도취돼 질식하기를 경계한다.

요금제를 확 낮추었다…예금 잔고와 통신 데이터 반 너머 줄어들 때/무언가 그리운 것이 파고든다/무제한은 신의 영역/생은 제한이어서 이렇듯 애틋한 것이다(‘무제한’ 중)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안정지향적이고 비판이 둥글거라는 편견이 있다 했더니 웃으며 말한다.

“국어교육과를 나왔지만 교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젊을 땐 없었어요. 내 글을 쓰고 싶었지. 어쩌다가 교사가 됐는데, 교사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소명의식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고 아이들이 잘 컸으면 좋겠어요.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인문학적 소양도 익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그걸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국제신문 신귀영 기자

 

기사 전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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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한겨레 문화면에 조향미 시집 『봄 꿈』의 수록시 「이 가을」이 실렸네요.

시집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시들 중에

기자님의 마음을 흔든 특별한 시일까요?ㅎㅎ

 

이제는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계절이 왔지요.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겨울이 다가오는 늦은 가을날 어스름이 떠올랐어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조금 쓸쓸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죠.

 

여러분은 이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을 가지실지 궁금하네요^^

시를 읽고 떠오르는 것들을 짧게라도 댓글에 적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가을」 감상하시고 금요일도 힘차게!

 

***

 

 

 

[시인의 마을] 이 가을

 

 

가을     조 향 미

 

 

마음이 쭈글쭈글해졌으면
나른하게 납작하게 시들어갔으면
꽃잎은 이우는데 낙엽도 지는데
시들지 않은 마음은 하염없이
뻗쳐오르고 시퍼레지고 벌게지며
이렇게 푸드덕거리며 기세등등할까
그만 고운 먼지에 싸여
하야니 핏기를 잃고
쭈글쭈글 주름이 잡혀서
더 이상 출렁대지 않고 들끓지 않고
조그맣고 동그랗게 여위어져서
소리도 없이 툭 떨어졌으면
이 무명 진토에 다시 피어나지 말았으면

-시집 <봄 꿈>(산지니)에서

 

 

한겨레 최재봉 기자

 

기사 원문 주소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금요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마이뉴스에 특이한 책 제목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산지니에서 나온 김일석 시집

『조까라마이싱이 있기에 담았습니다^^

 

기사 전체를 읽고 싶으시면

하단의 기사 전문 읽기를 눌러주세요~

 

***

 

 

(상략)

 

'놀랍고도 이상한' 제목의 책을 수소문 하기 위해 동네서점 책방지기들의 도움도 요청했다. 청주 꿈꾸는책방 책방지기 정도선씨는 여러 권의 책을 추천했다.

<화합의 리더 박근혜>,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소맥황금비율>, <잃어버린 보온병>, <조까라마이싱>, <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 <클럽에서 만난 남녀는 왜 오래 가지 못할까>,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중2병 대사전>, <남자는 섹스말고 무엇을 생각하는가>, <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일>, <오빠 알레르기> 등등.

그중에서 김일석 시인의 시집 <조까라마이싱>이 눈에 띈다. 사실 이 말은 시에 등장하는 시어다(물론 욕이기도 하다). 2014년 10월 출간 당시 출판사 산지니 블로그에는 제목에 얽힌 일화가 하나 소개된다.

사무실에서 "팀장님 제 공유폴더에 조... 까라마이싱 넣었어요", "편집장님 조까... 라마이싱 수정했어요"라고 부르면서도 '멈칫멈칫'했더라는. 처음엔 너무 제목이 세지 않나 싶었지만, 나중에는 친근해지더라는 이야기. 그 친근한 시어가 담긴 시는 이렇다.

걸레 빗자루 들고 구석구석 박박 기던
늙고 값싼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가
덜거덕거리는 무릎과 허리 곧추세워 대오를 짜니
교육 모리배들아, 느낌 어떠냐?
황당하냐?
기분 더럽나?
여태 모르겠느냐?
노동자가 노동을 멈추면 모든 게 멈춘다는 걸
에라이 니기미
조까라마이싱이다!
- <조까라마이싱> 일부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

 

기사 전문 읽기

 

 

조까라마이싱 - 10점
김일석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윤현주 선생님의 시집 『맨발의 기억력』에 대한

부산일보 기사가 나왔습니다!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는데요,

가을의 들머리에 읽기 좋은 시집입니다^^

 

***

 

 

'나는 노쇠한 개, 이빨은 파뿌리처럼 뽑혔고/야성은 서리 맞은 들풀이오/어둠마저 빨려 들던 눈의 광채는 어둠에 갇혀 버렸고/십 리 밖 악취를 낚아채던 후각은 권력의 향기에만 민감하오'('기자들')
 
현직 언론인인 윤현주 시인이 시 68편을 묶어 시집 <맨발의 기억력>(사진·산지니)을 펴냈다. 시집은 기자이자 시인의 삶에서 빚어진 고뇌의 응축물이었다.

 

(중략)

 

기자로서 사회 부조리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여전하다.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지하철에 치여 세상을 떠난 청년('젖은 눈망울'), 죽음조차 뉴스로 바라봐야 하는 상황('사회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개발의 허상('포크레인'), 불경기('경기 동향에 대한 보고서') 등에서 사회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한편 윤 시인은 오는 21일 오후 7시 부산 서면 굴다리(부산진구 서면문화로 49-2)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다. 

 

윤여진 기자

 

부산일보

 

기사 전문 읽기

Posted by 비회원

 

 

어제였죠?

3월 23일(화) 제71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번의 책은 산지니 시인선 열두 번째 작품인 신정민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였는데요,

저자 신정민 시인과 문학평론가 구모룡 선생님의 대담으로 진행됐습니다.

 

 

오늘 행사의 포문을 열어주신 잠홍 편집자님!

『나이지리아의 모자』 중에서 <좋아한다는 말>을 읽고 식곤증을 이겨내셨다는데요.

'좋아한다'는 말이 '전어를 죽이고, 회 한 접시를 만들어낸다'라는 시를 보면서

제목과는 또 다른 반전이 숨어있는 시집이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사실 이 날의 행사는 시인과 문학평론가의 '대담'이라기 보다

함께 시를 읽고,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혹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편의 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중 기억에 남는(저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시와 이야기들을 옮겨볼까 합니다.

 

<색깔빙고>

 

무지개의 본질은 흑백이므로

 

회색분자들이여

무지개를 그려보자

 

그림자가 우리를 속일 수 있게

 

옷장을 열어보자

새빨간 거짓말 코트를 입어보자

말만 번지르르한 헛소리 흰색으로 칠해보자

 

알래스카의 무지개는 삼원색으로

아프리타 인디언의 무지개는 스물하나 크레용으로

 

검은색은 현상일 뿐

검은 것 아닌 검은색 가까이 다가가 보자

 

가다 만난 회색으로

흰 것 아닌 흰색 멀리 도망쳐보자

도망치다 만난 무지개를 그려보자

 

모든 색을 다 쥐고 있는 태양

 

바다가 갖지 못한 푸른색으로

빨간색만 빼고 나머지 색을 다 감춰버린 원숭이 엉덩이로

익어버린 망고가 내놓지 않은 노란색으로

 

싸우는 자들의 본색이 드러나게

흉내 낼 수 없는 흑과 백 사이의 일탈을

 

구모룡 문학평론가(이하 구) : 눈으로 본다는 것은 문화입니다. 부시맨은 모래를 오십 가지를 구분하는데 호주사람들에게 모래는 딱 한 가지 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것밖에 보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우리가 보는 눈이라는 감각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색깔빙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신정민 선생의 시를 보면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 시를 쓰실때 어떻게 착상을 했습니까?

 

신정민 시인(이하 신) : 우리는 보통 흰 것 아니면 검은 것으로 이분을 하잖아요. 이분된 것 안에는 수만 가지의 또다른 것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굉장히 복잡미묘한 무언가가 있을텐데, 우리는 그저 너는 너고 나는 나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회색분자여서 검정도 흰 것도 아닌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아프리카 무지개가 24가지 색이라는 거예요. 저는 무지개가 12가지라고 생각했는데, 색과 색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다른 색이 존재하는 거죠.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시는 그러한 지점에서 시작한 시입니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빙고게임을 가지고 왔어요. 같은 색이 되어야 빙고!를 외칠 수 있는 게임인데, 이 시에서는 빙고가 되지 못하는 색깔빙고가 되겠네요.

 

: 시를 쓰실 때 어떤 방식으로 쓰시는지요? 예컨데 제목을 나중에 쓴다던가 한 문장 한 문장 고심을 해서 글로 옮긴다던가.

 

: 저는 생각은 오래하고, 쓰기 시작하면 득달같이 쓰는 타입이에요. <색깔빙고>도 평소에 했던 제 생각들이 불쑥 나온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참 재밌는 착상이고, 재밌는 시네요. 우리는 빙고라고 외칠 수 없는데 빙고라고 외치고 있진 않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방추상회>*

 

내 머릿속에는 얼굴을 지워주는 가게가 있다

 

배꼽 근처의 타투를 지우듯

당신이 누구였는지 알아볼 수 없게

생전 처음 보는 얼굴로 바꿔주는 곳

 

놀러오세요

구경만 하고 가셔도 됩니다

불편한 호객 따위 하지 않는 곳

 

그래서 나는 언제나 당신을 처음 보고

 

두부 대신 사 온 커다란 양배추 주머니의 속의 붉은 두더지들

 

스물일곱 번의 꿈을 꾸고서도 단 하나의 꿈도 생각나지 않는

잔인한 농담을 처리해주는 곳

 

당신이 버린 얼굴들의 매립지

버린 것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조금 전까지 읽고 있었던 책을

감쪽같이 보관해주는 곳

 

아름다운 건 늘 처음 보는 것

 

생각날 듯 끝내 생각나지 않는

화이트 아웃 혹은 블랙아웃을 포장해주는 집

 

다양한 이목구비

헤어지면서 잊어버릴 수 있게

부위별 깜짝 구매가 가능한 곳

 

방바닥에 귀를 대고 아래층 소리를 엿듣는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읽는 깊은 바까지

기어이 잊어주는 곳이 있다

 

(* 뇌 중에 얼굴을 알아보는 기능을 하는 곳)

 

: 제가 기억력이 정말 없어요. 점점 더 기억력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백과사전에 방추상회라는 것을 보는 순간, '아! 참 재밌겠다'란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 마침 <목요일의 남자>라는 소설도 읽었어요. 사람의 이름을 목요일이라고 명명하는 게 참 재밌는 거예요. 그게 방추상회와 만난 게 이 시가 아닐까 싶어요. 나는 잊어버리지만, 그 기억들은 어딘가에 저장이 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해서 방추상회라는 시가 완성됐죠. 착상이 참 재밌었던 시입니다.

 

: 의식이나 기억들이 지워지고, 오히려 최초의 기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있는 말인 것 같아요. 시에서 '아름다운 건 늘 처음 보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이 이러한 의미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나이지리아의 모자>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모자를 뜬다

빈곤이 만들어낸 심연과 굴욕에 씌워줄

빼앗긴 대지에 씌워줄 무늬 없는 모자

뉴욕만큼 비싼 물가와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먼지의 나라

노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들

강제 노역과 매질에 필요한

강한 바람과 우기의 천둘에게 씌워질 모자

회색의 열풍

나무에 매달린 채로 발아하는

맹그로브 숲의 씨앗들에게 씌워줄 모자를 뜬다

시만 있고 사랑이 없다면

단어들만 있고 그리움이 없다면

내일은 오겠지만 당신이 없다면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

답자 대신 모자를 뜬다

시는 사랑이 쓰는 거라서

그리움만이 단어를 찾아 떠나고

당신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고

손끝에서 태어나는 모자

생명과 두려움

그 둥근 실타래를 풀어 뜬다

태어난 날 사망하는 나이지리아의 체온

작고 검은 얼굴에 어울리는 푸른 햇살로

모자를 뜬다

한여름 나이지리아의 고무단이 촘촘하다

 

표제작인 <나이지리아의 모자>에 대해 이야기해봐야 겠죠?  이 시에서의 지향점은 인류애, 타자에 대한 이해인데 이는 시인들의 지향점이라고도 보입니다. 

 

: 우리 딸아이가 아프리카로 보낼 모자를 항상 만들어요. 시집도 안 간 이 친구에게는 13살짜리 아들이 아프리카에 있고 그래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이렇게 멀리서도 사랑을 줄 수 있는거구나.  이 아이가 뜬 모자를 통해 한 생명이 살 수도 있는거구나. 시집의 제목을 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 시가 가장 편하고 솔직하다고 생각했어요. 먼 곳에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하나쯤 나올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 시를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신정민 시인의 창작 방법이 궁금해요. 저는 이 시집을 보면서 제목을 먼저 보고, 시를 읽고 다시 제목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제목이 참 재밌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수께끼 문제를 푸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 이 시집에는 시를 먼저 쓰고 제목을 붙인 것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제목부터 정하고 시를 썼는데요. 가령 <헝그리 복서>, <새로운 신앙>과 같은 작품은 시부터 쓰고 제목을 붙였어요.

 

: <선글라스 선글라스>, <라면은 슬프다>, <뿔> 이런 작품들을 보면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시로 완성했더라고요.

 

: 연상에서 비롯되어 의미를 만드는 시들이 많죠. <마리오네뜨>라는 시는 경험에서 시작해서 여러 연상을 통해 완성한 시인데요. 버스 기사 아저씨가 동전 떨어지는 소리만 듣고 저 승객이 돈을 덜 냈는지 아는 거예요. 그래서 막 소리를 치시는데, 이 승객은 돈이 모자랐는지 어쨌는지 버스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며 서 있는데 그 모습이 마리오네뜨 인형처럼 느껴졌어요. 우리는 바삐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쓴 시죠.

 

 

 

끝으로 구모룡 평론가 님께서 <중심>이라는 시를 낭독해주셨습니다.

 

<중심>

 

귀앓이 때에는 귀가

치질 도졌을 떈 똥구멍이

사랑니 솟구칠 떈 잇몸 가장 깉은 곳이

가장 아픈 곳이

 

가장 아픈 곳이 '중심'이라는 이 시의 말처럼

현재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부분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날 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할 만큼 날이 많이 추웠는데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함께 시를 읽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신정민 시인, 구모룡 문학평론가 님을 비롯하여

참석해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72회 저자와의 만남에서 또 만나요 : )

 

 

나이지리아의 모자 - 10점
신정민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Posted by 산지니북

 

 

블로그 최상단에 벌써 제 글이 세 개 연달아 올라갔네요. 산지니안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삼일천하를 쭉 이어가고 싶은 야욕ㅋㅋ에 가득찬 전복라면입니다.

축하받고 싶은 기쁜 소식이 있어서 또 포스팅을 합니다.

21세기 중국의 이름있는 여덟 시인의 시를 한국해양대 김태만 교수님께서 엄선해 묶은 시집 <파미르의 밤>이 대한출판문화협회 2012년도 <올해의 청소년도서> (봄 분기)에 선정되었답니다! 풍악을 울려라~

중국 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아직 두보이백소동파죠.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중국의 시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집인 것 같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른 아침은 다시 우호적' 인 금요일이네요. '아직 조미료가 많이 남아 있' 는 토요일과 '정력만 좋다면, 다시 생활을 저울질' 할 수 있는 일요일을 지나, '바람에 떨어진 봉인된 쪽지'같은 월요일까지 내내 평안하시기를!

 

*''로 인용한 구절의 출처는 모두웨이밍후 총서」,『파미르의 밤』.

『파미르의 밤』

 <파미르의 밤> 번역자 김태만 교수를 만나다

 40대 중국 남자들의 일상을 엿보다 (1)

파미르의 밤 - 10점
칭핑 외 지음, 김태만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