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2 구한말 지식인의 협량한 정신세계를 보다 (한겨레) 제갈량과 20세기 동양적 혁명을 논하다유원표 지음, 이성혜 역주/산지니·2만원한 기업한테 3000만원을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총리 자리가 위태롭다. 만일 제갈량이 살아와 그 자리에 앉는다면?1906년 조선의 ‘계몽 지식인’ 유원표가 그런 시도를 했다. 황제도, 무당도 아니요, 한낱 글쟁이인 터라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꿈꾸기다. 그 결과가 ‘꿈속에서 제갈량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일부에서 ‘몽유록계’라 하여 소설 범주에 넣기도 하는데, 대화체를 빌린 계몽서다. 서울의 역관 집안에서 나 가업을 이은 유원표는 승문원에서 역관으로 15년 이상, 군부대 통역관으로 10여년 근무하다가 1906년 54살에 퇴직하여 개성에 정주한다. 그는 등에 시국에 대한 글을 다수 기고하는데, 이 책은 그의 유일한 저서.. 2015. 4. 17. [한겨레] 과거청산, 가장 강력한 '현실정치'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노용석 지음/산지니/18,000원 올해 2월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에서 한국전쟁 시기 학살당한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이 펼쳐졌다.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전쟁유족회 등 민간단체들이 ‘공동조사단’을 꾸려서 한 일이었다. 이들은 단체 분담금과 후원회비, 시민 모금으로 재정을 충당했고, 첫 발굴에서 35구의 유해와 유품들을 찾아냈다. 2010년 말 해체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유해발굴팀장을 맡았던 노용석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인문한국(HK)연구교수도 공동조사단에 참여했다. 할 일을 잔뜩 쌓아두고 활동을 끝내버린 진실화해위는 우리 사회에서 ‘못다 한 과거청산’의 상징적인 이정표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국가를 강제할 수 있.. 2014. 6. 11. [한겨레 칼럼] 국가주의와 문학 국가주의와 문학 오길영/충남대 영문학과 교수 2014. 01. 03 자 한겨레 칼럼 화제작 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송우석 변호사와 고문경찰 차동영이 맞서는 ‘국가론’ 법정 논쟁이다. 송변에게 국가는 주권자인 시민이다. 차동영에게 국가는 정권이다. 이 영화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묻는 시선의 현재성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종종 시민은 주권을 위임받은 국가권력에 지배당한다. 대의의 한계다. 차 경감이 사로잡힌 뒤틀린 국가주의의 탄생이다. 뛰어난 문학과 영화는 다른 애국주의를 말한다. 국가나 정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헌법에 충성하는 “헌법적 애국주의”(하버마스). 민주공화국의 헌법보다 앞서는 국가나 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전쟁의 파멸적 결과는 매카시즘을 낳았다. 매카시즘은.. 2014. 1. 23. 지역에서 출판하기 (2) 산지니는 오래 버티는 매 출판사 작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하겠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우리나라의 전통 매를 뜻하는 이름이다. 전투적인 이름이지만 이 이름은 80년대 대학생활 시 대학교 앞에 있던 사회과학서점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시절에 그 서점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그 기억이 나에게 산지니란 이름을 가슴에 새기도록 해주었다. 또한 이름을 통해 망하지 않고 오래 버티고 싶은 꿈도 담았다고나 할까. 이름은 듣기 쉽고 외우기 쉽고 말하기 쉬워야 한다는데, 이름이 어려웠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뜻인지 물어왔다. 덩그러니 사무실만 열었을 뿐 원고 하나 없이 출발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2008. 11. 2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