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입 편집자 잠홍입니다 :)
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어제는 저의 첫 출근일이었는데요.
첫날부터 출동!! 대표님과 함께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 톡!' 이라는 제목의 요산문학축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과 <길 위에서>, 산문집 <꿈을 굽다>, 평론집 <시간의 향기> 등의 저자이신 정태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하는 자리였습니다.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전 부산작가회의의 회장이셨던 정태규 작가님의 인기와 부산 문인 사회에서의 주요한 역할을 증명하듯 민주공원 소극장의 객석은 어느 새 가득 차 있었습니다. 루게릭 병을 앓고 계셔 몸이 불편하신데도 작가님 또한 행사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이날 문학 톡! 톡! 은 강동수 소설가, 정인 소설가, 그리고 전성욱 문학평론가의 토론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강동수 작가님과 정인 작가님 두 분 모두 정태규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 대한 추억담을 나누어 주셨는데, 강동수 작가님은 20여년 전 문학담당 기자 시절 정태규 작가의 소설을 읽고 정 작가님께 연락을 하셔서 함께 술자리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 때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졌던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고, 함께 부부 동반 모임을 꾸리고 있다는 점도 말씀하시며 토론 내내 두분 간의 친분을 과시(?!) 하셨습니다.
왼쪽부터 강동수 소설가, 전성욱 평론가, 정인 소설가 이십니다 ^^
정인 소설가님은 소설학당 시절 정태규 작가를 선생님으로 만나셨다고 합니다. 그 당시 작가님으로부터 상당한 혹평을 받았다고 하셔서 정태규 작가님을 포함한 많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셨습니다. 소설계에서는 정태규 작가님께서 10년 선배이시지만 동년배이시고, 같은 정씨 이신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인 소설가님이 할머니 뻘이시라 정인 소설가 님을 종종 '할매'라 부르셨다고 하네요 ^^
이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친분도 두터우시지만, 문인 선배/동료로서의 정태규 소설가에 대한 존경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태규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 보았을 때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강동수 작가님은 다양한 화두를 소설책 한 권에 묶는 능력과 서정적이면서 명징한 문체를,
정인 작가님은 정태규 작가님의 비유의 탁월함, 언어의 풍성함을 꼽으셨습니다.
전성욱 평론가 님은 <길 위에서>를 처음 읽으셨을 때 이 소설가가 <집이 있는 풍경>을 쓴 사람과 동일인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학세계의 큰 변화를 느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 소설집이 나온지 10년이 지난 뒤 출판된 <길 위에서>의 작품들에는 일상의 무게와 불안감이 잔잔하게 녹아 있어, 10년간 활동을 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줄곧 소설을 써 오셨구나 하고 짐작하셨다고 합니다.
평론가님의 말씀대로, 두 소설 사이의 기간 동안에도 정태규 작가님은 소설에 대해 꾸준히 사유하셨습니다. 소설쓰기의 미학에 대한 탐문을 모은 평론집 <시간의 향기>에서는 작가님의 비평가로서의 면모를 접할 수 있고, 절판 되었던 <집이 있는 풍경>또한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로 다시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
세분의 대화 이후에도 영상으로 다른 문인분들의 추억담이나 본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인터뷰를 접하며 정태규 작가님이 얼마나 부산 작가회의에서 주력하셨는지, 또 부산과 부산 작가들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태규 작가님의 작품을 미리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아쉽기도 했으나, 이날 행사의 끝으로 작가님의 소설 <누가 용을 보았는가>를 연극으로 보게 되어 조금이나마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극단 해풍이 무대에 올린 <누가 용을 보았는가>
<누가 용을 보았는가>는 평화로운 작은 마을의 사람들이 영생을 얻게 해 준다는 용 비늘과 침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점점 폭력과 권력에 취해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을의 노래꾼은 전설 속의 용은 현실태(態)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속에 있다고 말하지만 무기를 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지요. 연극 이전에 상영되었던 영상에서 구모룡 평론가님이 정태규 작가는 "인간의 순수한 만남을 동경"하는 분이라 하셨는데, 그 말씀의 의미를 연극을 보며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빗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길 위에서>를 펼쳐 보았습니다.
가을입니다. 곧 낙엽이 다 지고 찬바람이 불겠지요.
그걸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삶에 대해서 스스로 강퍅해지지 않기로 합시다.
겨울이 지나면 곧 새봄이 오겠지요.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님 말씀대로, 우리 모두 담담하게 가을을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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