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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3천원으로 영화보기, 해운대 시네마테크부산

by 산지니북 2010. 3. 19.


3월부터 토요일 근무가 시작되었다. TT;
퇴근 시간은 오후 1시. 점심 먹고 못한 일 마저 끝내고 나니 오후 4시. 환한 대낮에 귀가를 하려니 차마 발길이 안떨어졌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주말인데 일 속에 파묻혀 숨도 못쉬고 있었다.
 
"바쁠수록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하다.
좀 쉬었다 해야 능률이 더 오른다.
열심히 일한 우리, 떠나자!" 

슬슬 꼬드겼더니 당장 넘어오는 친구.
어디서 만나 뭘 할까 고민하다가 
'시네마테크부산'에 가서 영화 한 편 떼고 스트레스를 풀기로 했다.

'시네마테크부산'은 예술영화와 월드시네마를 언제나 볼 수 있는 곳. 매주 월요일은 휴관. 하루에 3~4회 상영하고  매주 목요일은 독립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한다. 1층 자료실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모든 작품과 영화제 관련도서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다. 또 영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도서와 잡지, 비디오 등을 실컷 볼 수 있다.

네이버 형님에게 물어 지도를 한장 출력해 들고(네비게이션이 없다. 앞으로도 안사고 버틸 것이다) 해운대 요트경기장으로 향했다. 요트경기장의 너른 공터에서 운전연수를 받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15년 전 이야기다. 해운대는 참 많이도 변했다. 그시절 해운대는 부산의 변두리였지만 최근 해운대구는 '신흥주거지와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고 부산 전역의 집값이 내렸지만 해운대구만은 아파트값이 올랐다더니.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십층 높이의 고층아파트들이 꽉 들어차있는 해운대의 풍경은 참 위압적으로 보였다. 특히 해안선을 병풍처럼 두른  OO팰리스, OO타워 등 이국적인 이름이 붙은 아파트들은 경쟁적으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그 옆엔 공사중인 또 다른 아파트들이 제 키를 키우고 있었다.

바다 풍경을 기대하고 해변로로 길을 들었는데 아차싶었다. 길은 주차장이었고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고 개장 전부터 떠들썩했던 신세계센텀시티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차들때문이었다. 너무 혼잡해 무슨 난리가 난 줄 알았다. 몇백 미터 빠져나가는데 한참을 허비했다.

'시네마테크부산'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1층 매점에서 새우탕 한사발과 고소미 한팩을 순식간에 헤치우고 7시 30분에 상영하는 '리틀 애쉬'라는 영화를 보았다. 천재 화가 '달리'의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 이야기였다.

소극장 규모의 좌석과 아담한 스크린.
예매 안하고 무작정 찾아갔는데도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자리에 앉고 1분쯤 지나면 불이 꺼지고 영화가 바로 시작한다는 점. 광고, 예고편, 비상시 대피요령 같은 것 모두 생략. 그리고 영화가 끝난후 음악이 흐르고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불을 켜주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는 것이다. 영화의 여운을 좀 더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비도 참 착하다.(일반 5천원, 회원 3천원)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진작 몰랐을까. 북적이는 영화관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식상해진 영화팬이라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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