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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우렁이 값이 제초제 값보다 싸! - 지리산길(2)

by 산지니북 2009. 7. 7.
지리산길의 첫 마을인 매동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매동마을엔 민박하는 집이 30여 가구쯤 되는데 그중 한 집을 소개받았다.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니 민박집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마중나와 계셨다.  경운기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 민박집에 도착했다.

매동마을 가는 길


할아버지 민박집 이름은 '대밭 아랫집'. 이름이 너무 정감 있게 들려 "할아버지, 집 이름이 대밭 아랫집이네요"하면서 웃었더니 할아버지도 "대밭 아래 있으니께 대밭 아랫집이재"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그러고 보니 집 뒷켠으로 대숲이 무성했다. 마을의 다른 집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마을 어귀 첫집'  '파란대문집' 이런 이름들일까.

이 마을도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이 별로 안보였다. 할아버지네도 1남4년데 다 출가해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농사짓기 힘들지 않냐고 여쭤보니 요즘은 기계화가 많이 이루어져 농사도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앞마당에 이앙기, 탈곡기, 도정기, 우리가 타고온 경운기 등 농기계들이 그득했다.

매동마을엔 70% 정도가 우렁이 생태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농촌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은 농사도 짓고 민박 수입도 얻고 일석이조인 것 같다. 아랫집엔 상추 비닐하우스를 하는데 요즘 수확철이라 하루에 몇십상자를 내는데 왠만한 도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하신다. 농사가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늘어나는 도시 빈민이나 일없는 도시 실업자들에게 농촌이 대안이 될 순 없을까 생각해본다. 

대밭 아랫집(왼쪽)과 장정식 할아버지


우렁이 농법에 쓰는 우렁이는 외래종인데 우렁이만 키워 파는 농가도 따로 있다고 한다. 모내기를 하고 나서 모가 좀 자란 후에 우렁이를 풀어 놓으면 이 기특한 놈들이 잡초를 싹 먹어치우는데 먹는 양이 엄청나서 잡초가 자랄 새가 없다고 한다.

"벼도 풀인데 어찌 벼는 안먹고 잡초만 골라 먹어요?"
"우렁이는 논바닥에 기어다니니께 벼를 못먹재. 벼는 키가 크잖여. 지가 점프 안하믄 못먹재."
"해마다 우렁이를 사서 풀려면 우렁이 값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그래도 제초제 농약 값보다 싸게 쳐. 농약은 또 사람이 뿌리야 되재. 우렁이가 훨씬 낫당께. 지가 댕기믄서 풀 다 먹어뿐게"
"그래도 우렁이 쌀이 농약치는 것 보다는 수확이 적지 않나요?"
"그라재. 쪼매 적게 나오긴 한데, 그래도 친환경쌀이라 그냥쌀보다 훨 비싸게 나가니까 괜찮애"

일반쌀이 가마당 17만원 정도면 우렁이쌀은 가마당 24~5만원은 받는다고. 장정식 할아버지는 우렁이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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