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리랑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군 여량읍 아우라지를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고속도로를 타고 쉬지 않고 운전해 달려도 5시간 넘게 걸리는 긴 거리. 중앙고속도로 단양 나들목에서 내려 정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고갯길은 왜 그리도 많은지. 180도로 휙휙 돌아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에다가 귀가 먹먹해지는해발 4~500미터 높이의 고개와 터널을 몇개나 지났는지. 이것이 바로 '강원도의 힘'인가 싶었다. 외지인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그 무엇. 그러나 막상 발을 들이면 그 시원스런 풍광에 절로 나오는 감탄.
아우라지 지장구 아저씨 나 좀 건네주오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아리랑의 한 구절이다.
가사중 지장구 아저씨의 본명은 지유성으로 1960년대까지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지씨 아저씨는 20세에서 63세까지 40여년간 아우라지에서 뱃사공을 하였는데 장구도 잘치고 정선아리랑도 잘 부르는 명창이었다고 한다.
흔히 우리나라엔 3대 아리랑이 있다고 하는데 강원도의 정선아리랑, 호남의 진도아리랑, 영남의 밀양아리랑 등이다. '밀양아리랑은 씩씩하고, 진도아리랑은 구성지고, 정선아리랑은 유장하다. 그런 중 가장 충실한 민요적 음악언어를 갖고 있는 것은 정선아리랑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여 팔도아리랑 중 오직 정선아리랑만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지는 곳, 정선 '아우라지'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 700수 중 위 애정편의 주 무대가 된 곳이다.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송천과 중봉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골지천이 합류하여 어우러진다 해서 아우라지로 불리고 있다. 예부터 송천을 양수, 골지천을 음수라 부르며 여름 장마시 양수가 많으면 대홍수가 나고, 음수가 많으면 장마가 끊긴다는 전설도 있다고 한다.
나는 뗏목은 못 타봤지만 나무껍질 벗겨서 뗏줄을 해서 팔아는 봤지요. 떼는 아무나 타능가요. 당신들 떼돈 번다가 뭔지 아시요. 옛날에 군수 월급이 20원일 때 떼 한번 타고 영월 가서 팔면 30원 받는 것이래요. 그게 떼돈이래요.
- 133쪽,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목숨 걸고 번 돈. 그래서 그만큼 많은 돈이 떼돈이다.
아우라지가 뗏목터로 유명한건 조선시대부터였는데 남한강 1천리 물길 따라 목재를 서울로 운반하곤 했다. 조선말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시 사용된 많은 목제를 떼로 엮어 한양으로 보냈는데 이때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뗏꾼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숱한 애환과 정한을 간직한 곳이 바로 여기. 매년 8월초에 아우라지 뗏목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아우라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섶다리
강을 잇는 다리가 군데군데 있어 궂이 섶다리가 필요없지만 아우라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배려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섶다리의 ‘섶’은 솔나무 가지를 말한다. 굵은 나무로 기둥을 세운 뒤 소나무와 솔가지로 상판을 만들고 흙을 덮어 만든다. 다리 길이가 100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사람 손으로 만든 다리지만 참 짱짱해 보였다. 섶다리의 수명은 1년. 매년 추수를 마친 10월 말에 세웠다가 이듬해 5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거두어들인다고 한다. 일부러 거두지 않아도 장마철 불어난 강물에 저절로 떠내려갈 것이다. 걸음을 뗄 때마다 흔들흔들거려 좀 무서웠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참 착한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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