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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인문

부산 갈매기와 미학美學

by 산지니북 2008. 12. 9.

지금 부산은 ‘가을 축제’, ‘가을 야구’ 가 한창이다. 부산국제영화제(PIFF), 부산비엔날레, 요산 김정한 탄생 100주년 문학제 등 예술문화제전과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가을 야구’라는 신조어를 낳은 ‘부산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의 전설’로 익어가고 있다.
- <미학, 부산을 거닐다> 머리말 중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 문화회관 옆 '필하모니'


한겨울에 왠 가을타령이냐구요?

'부산의 예술문화와 부산美 탐색'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 <미학, 부산을 거닐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사람도 나름의 형편에 따라 출생신고를 달리 하듯이 이 책도 늦가을인 11월 초에 세상에 나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금요일(12월 5일) 저녁 6시에 부산문화회관 옆 필하모니라는 아담한 레스토랑에서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가 조촐하게 마련되었습니다. 책을 편집하면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부산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꽃다발을 받고 좋아하는 임성원 기자


책을 쓴 임성원은 1963년 부산에서 나고 자라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부산일보 기자로 있습니다.

우리에게 산복도로 시인으로 잘 알려진 강영환 시인(부산민예총 초대회장)의 자작시 '산복도로'(본문 41쪽)를 낭송하면서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산복도로 낭송


눈 선한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 살았다
바다도 더 많이 찾아와 주고
진하게 놀다가는 별이 있는 하늘동네
갈라섰다 다시 만나는 사람 일처럼/만났다 갈라지는 것이 골목이 할 일이다
오르막은 하늘로 가는 길을 내어 놓고
곧장 가서 짠한 바닷길을 숨겨놓아/가끔은 외로워 보일 때도 있다

고깃배 타는 신랑을 물 끝으로 보낸 뒤
식당일로 밤늦게 귀가하는 기장댁
길 끝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없고
아랫동네에서 사업하다 부도 만난 박씨가
막다른 골목 셋방에 몸 부지해 살았다
왼 길에는 항운노조 간부를 들먹이다 힘에 겨워
스스로 생을 포기한 이씨가 남긴
어린 두 아이가 아버지도 없이 떠돌았다

사람 하나 겨우 빠져 나가는 샛골목은
어찌 보면 질러가는 길 같으면서도
몇 번을 아프게 굽이쳐 돌고 난 뒤에야
처음 길과 만났다 늙은 골목은
갈라졌다 다시 만나는 일로 환해지지만
담벽에 해를 그린 아이들이 떠난 뒤
구부정해지는 줄도 모르고 허허대며
숨어 간 뒤에는 걸핏하면 나오지 않았다

(강영환 ‘구부러진 골목―산복도로ㆍ76’)


다음으로 책을 쓴 임성원 기자가 팬들의 환호 속에 손수 기타를 치며 구슬픈 목소리로 '보고 싶은 얼굴'을 불렀습니다.

기타치고 노래하는 임성원



성악가 한 분이 2층으로 오르는 중앙 계단에 자리를 잡더니, 꼬부랑말이라 노래 내용은 내도 잘 모르지만 한번 해보겠다며 축가로 'You raise me up'을  불렀습니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이크 없이도 청중을 단번에 휘어잡았습니다. 사람들은 숨도 안쉬고 들었고, 자그마한 레스토랑이 떠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사람들이 앵콜을 외쳤고, 준비해왔다는 듯 성악가는 종이 한장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아직 다 못외워서 가사를 적어왔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앵콜 안했으면 큰일날 뻔 했지요^^ 뮤지컬 '지킬박사와 하이드' 중 '이순간'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지금 이순간이 소중하다는 노래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You raise me up


멀리 진주에서 잔치 소식을 듣고 축하해주러 달려온 동창생의 한마디, 이어지는 축하 공연들...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한편의 출판음악회 혹은 북콘서트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딴동네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루하루 버텨내기도 벅찬 요즘 세상에 말이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밥만 먹고 살수는 없으니까요.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있었지요. 어렵게만 생각하던 클래식음악을 대중들이 좀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드라마였습니다. mp3로 대중가요 듣기에만 열중하던 초등 4, 6학년 조카들이 그 드라마를 열심히 보더니 이제 오케스트라 공연 보러 가자고 난립니다. 그동안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몰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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