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곰치 장편소설 <빛>이 2008년 제4분기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좀전에 3쇄 제작 발주서를 인쇄소에 팩스로 보냈습니다. 2008년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올해의 마지막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출판계에선 로또당첨이라고들 하는데요, 그만큼 선정되기가 어렵고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선물이라는 의미겠지요. 경기불황이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삭감이다 해서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조금 펴지는 기분입니다.

우수문학도서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하는 ‘문학나눔’ 사업입니다. 분기별로 30~40종의 책을 선정하여 권당 2,000부(평론은 1,000부)를 구입해 교정시설․복지시설․대안학교․지역아동센터 등에 보내 책을 직접 구입하기 힘든 소외계층이 우수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책이 꼭 필요한 시설은 한번 신청해 보시길. 그럼 보내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문학나눔 홈페이지(www.for-munhak.or.kr)에.

올 4분기에 선정된 작품은 시가 12종, 소설이 10종, 아동청소년문학이 9종, 평론․수필․희곡이 6종으로 총 37종 37권입니다. 아래 글은 우수도서 공지사항 중 소설 부문 선정평을 옮겨온 것입니다.

4/4 분기 소설부문 선정대상 도서는 총 36종이었다. 원로로부터 신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작가들의 열정과 고투를 즐겁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 종교, 과학 등 다루고 있는 주제도 폭넓었다. 심의위원들은 1차 예심을 통해 전체 대상 중에서 19편을 선정하였다. 예심을 거친 도서를 놓고 심의위원 전원이 모여 장시간의 토의 끝에 대상 작품을 압축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은 몇 가지 경우를 고려하였다. 우선, 첫 작품집을 내는 신진작가를 최대한 격려하기기로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액의 상금을 받으며 등단한 신인 작가의 등단작과 이미 문학적 평가를 얻고 독자들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는 가능한 한 제외하여 다른 도서들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장편문학공모 당선작가와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 선정된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대한민국 사회를 힘들게 하는 양극화 현상이 출판계도 예외 없이 심화되고 있는데, 심사위원들이 책을 심사하면서 이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보다 더 자세할 수 없는, 이보다 더 적나라할 수 없는
37살 노총각, 노처녀 그리고 예수의 삼각관계 이야기


김곰치

<빛>은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로 제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던 소설가 김곰치가 9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첫 장편 이후 긴 공백 기간에 작가는 ‘생명, 생태 현장’을 찾아다니며 쓴 르포를 <발바닥, 내 발바닥>이라는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습니다. 새만금, 천성산의 대법원 패소를 지켜보며 현실에서는 주저앉았지만 소설 속에서라도 힘찬 꿈꾸기를 계속해야겠다는 의지의 결실로 세상에 나온 것이 소설 <빛>입니다.

첫 원고가 올 2월에 출판사에 도착했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은 작가의 9년 간의 내공이 오롯이 들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연애 이야기이고 또한 종교 이야기입니다. 시간적인 배경은 2007년, 공간적인 배경은 작가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 부산입니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면서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조경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남잔데 이런 조경태가 ‘교회에 다니는’ 여자 정연경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빛>의 우수도서 선정평입니다.

김곰치의 <빛>은 유물론자와 기독교인의 연애담 이야기로, 주인공의 사생활이나 창작과정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 이 점에서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용은 주로 박식한 주인공의 입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박한 에피소드들이 아기자기하게 전개되어 무리없이 읽히고, 예수와 4대복음서, 신약, 성령잉태와 죽음 등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이 설득력 있게 진술되고 있다. 유물론자인 남자와 기독교인인 여자가 결국 종교적 견해 차이로 헤어지게 되는 형이상학적 연애담으로 가독성을 갖추고 있다.

 

 인사동 '이모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지난 7월 책이 나오고 책 홍보를 위해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자간담회가 책 홍보에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는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고, 뭣보다 기자가 몇 명이나 올지 걱정됐습니다. 지역의 작은 출판사에서 낸 책을 소개하는 자리에 관심을 보일지…

일간지 문학담당 기자들에게 공문을 띄우고, 일일이 전화로 참석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연합뉴스 고미혜 기자는 ‘멀리서 오시는데 당연히 가봐야지요’라고 해서 우리를 감격시키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이름 덕분인지, 보도자료를 잘 쓴 덕분인지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인사동 ‘이모집’에 예약해놓은 방이 꽉 찰 정도로 많이들 와주셨습니다. 무사히 간담회를 마쳤고, 다음날부터 책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홍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당시 소개된 기사를 짤막하게 정리해보면,

문학 밖 외유 9년, 김곰치가 문제작을 들고 돌아왔다 _ 매일신문
15년 동안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해온 주제의식의 결실 _ 동아일보
2천 년 전 바울로와 지금의 김곰치가 맞짱 뜬 종교논쟁 _ 부산일보
똥 누는 예수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소설의 하이라이트 _ 서울신문
소설은 예수를 일개 서민이자 친구로 만들어버린다 _ 세계일보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느님’의 섭리 속에 있는 ‘사람 예수’에 대한 그리움 _ 연합뉴스
한국 주류 기독교에 대한 정면 비판 _ 한겨레
철학적인 주제를 쉽게 재밌게 풀어쓴 게 소설의 장점 _ 한국경제신문
실연 이후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주인공 조경태의 ‘예수 다시 보기’ _ 한국일보



한 권의 책을 위한 블로그


<빛>은 산지니가 처음으로 블로그 마케팅을 시도한 책이기도 합니다. 보통 출판사 홈피나 블로그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모든 종의 책을 소개하거나 서평 이벤트 위주로 많이들 운영하는데요, 이렇게 단 한 권의 책을 위한 블로그는 많이 없었습니다. 김훈의 ‘남한산성’ 블로그 정도가 눈에 띄었구요.

책이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 것이다 보니 항의성 댓글이 많이 달리면 어떻게 일일이 답글을 달거냐는 등의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블로그 초기화면의 스킨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더니 방문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지금은 작가블로그로 바뀌면서 스킨은 사라졌지만요.

처음엔 블로그마케팅에 부정적이었던 작가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무척 만족해하고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내용을 올리고 방문객의 흔적에 일일이 정성스러운 답글을 달고 관심을 보이니 한번 방문객은 꾸준한 팬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빛블로그 http://blog.naver.com/gomchilight.do



 

'출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호3번 <부산을 쓴다>에 한 표!  (1) 2009.03.02
잡지사도 먹고 살아야지  (2) 2009.01.08
2008년 마지막 선물 <빛>  (3) 2008.12.19
편집자는 우아한 직업?  (7) 2008.12.18
축! 환경도서 당선  (4) 2008.12.05
드라마 출연한 <돌이야기>  (2) 2008.11.14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소설가지망생 2008.12.19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곰치 소설가의 블로그에 들어가 봤는데 정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더군요.
    작가가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열정이 넘치는 분 같았습니다.
    <빛>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 아니카 2008.12.23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합니다. 선정평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