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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수저를 상정하면 안 된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6. 30.

점심을 먹고 오니 잠이 사알짝 오네요. 이럴 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필요한데요. 뭐 없나 살펴보니 앞에  월간 <작은책> 7월호가 보이네요. 휘리릭 살펴보니 '수저를 상정하면 안된다'는 제목이 잡히네요. 엥 이건 뭔말.

읽어보니 글을 쓸 때 바른 우리말로 쓰자는 내용이네요. 실제 글을 쓸 때 어떤 게 바른 우리말인지 알기가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편집자로 일을 하다 보니 "난 몰라 이대로 갈래~ "라고만 하기에는 좀 그렇죠.^^

안건모(<작은책> 발행인) 선생님이 흔히 저지르는 우리말 오염에 대해 예를 들어 쉽게 풀어놓았네요.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이미 다 알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몇 자 옮깁니다. 


우리말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법에  가장 많이 오염되어 있는데 특히 '의'라는 말을 많이 쓰죠. 이 말은 일본 말의 'の(노)'를 직역한 말인데요. 우리말은 '나의 것'이 아니라 '내것'이라 해야 하죠. '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 살던 고향'이라 해야 맞는 말이겠죠. 겹조사도 우리말에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우리말에는 겹조사가 없다고 합니다. '와의, 과의, 에의, 로의, 으로의, 에서의, 로서의, 으로서의, 로부터의, 으로부터의, 에게서' 같은 겹조사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

'접하다'는 말도 마찬가지. 신문도 접하고 사람도 접하고, 소문도 접하고, 많이 접합니다.^^ '신문을 본다'  '사람을 만난다'  '소문을 듣는다'고 해야겠죠. '착용한다'도 우리말법이 아니랍니다. 모자도 양말도 혁대도 다 착용한다고 쓰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말은 모자는 쓰고, 양말은 신고, 혁대는 찬다고 해야 맞습니다.정말 우리말 풍부합니다.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일본말을 직역한 것인데 겉멋든 지식인들이 걸핏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젠 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적'이라는 말도 많이 쓰죠. '실질적으로, 항상적으로, 계속적으로, 일차적으로, 부수적으로' 등등. 이오덕 선생님은 절대로 쓰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안건모 샘은 조금 양보를 하셨네요. 가능한 쓰지 말자. 특히 위에 예를 든 말은 정말로 어거지라며 실질적으로는 실제, 항상적으로는 늘 또는 언제나, 계속적으로는 끊임없이, 일차적으로는 우선 또는 첫째, 부수적으로는 덧붙이자면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하십니다.

영어에서 온 말도 너무 많이 쓰는데 미국에서 들어온 물건 이름이야 영어로 쓸 수밖에 없지만 우리 말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굳이 영어를 쓰는 것은 좀 아니죠. 예를 들면  '노하우를 축적하여'라는 말은 '경험을 쌓아'라는 말로, '타이트하게'라는 말은 '짜임새 있게'라고 하면 되겠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도 문제지만 우리말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흔히 쓰는 '먹거리'라는 말. 토속적인 느낌이 나 좋은 이미지였는데 틀린 말이라고 하네요.  '먹거리'는 '먹다'라는 동사에 '거리'를 붙인 건데 문법에 맞지 않다고 합니다(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먹거리'는 '먹을거리'를 잘못 쓴 말이네요).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어려운 말을 많이 쓰는데 아까 나의 눈을 끈 제목이 뭔 말인지 알았습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 생활을 하고 나온 아들이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 줬는데 아들이 밥상을 보더니 "어머니, 밥상에 수저가 상정돼 있지 않습니다" 했답니다. ㅎㅎ

지배자들이 퍼뜨린 말도 있는데 그 가운데 '노사분규'란 말은 노동자가 정권과 자본을 상대로 싸울 때 쓰는 말인데, 이것도 잘못된 말이라고 합니다. 사전에는 '분규'라는 말이 '의견이나 주장이 맞서 일이 어지럽게 뒤얽히는 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결국 '노사분규'란 노사 간에 분쟁이 일어났는데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 되니 틀린 말이죠. 노동자들이 괜히 자본을 상대로 싸우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노동법에서 보장한 '노동쟁의'가 맞는 말이 되겠죠.

이 외에도 군홧발과 방패로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짓밟으면서 불법을 저지른 사용자들을 지켜주는 폭력 경찰을 '공권력'이라 부르는 것도, 산업재해를 노동자들이 안전을 무시해서 일어난 사고쯤으로 몰아버리는 '안전사고'라는 용어도 틀린 말이라고 하네요.

글을 쓸 때는 무심코 쓰는 말들을 가려서 바른 우리말로, 이왕이면 쉽게 쓰면 글을 읽는 사람 머리가 안 아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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