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햇살 좋은 날>
<추억을 만나다>
<의사놀이>
<기억사냥꾼>
<방귀트기>
<오후의 인사>
<서로 다른>


하루에 본 영화 8편의 제목이다.
총 상영 시간은 1시간 30분.

정말 새로운 그리고 어지러운 경험이었다.
한편당 3분에서 15분 짜리의 말그대로 단편영화들이었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20명의 일반인.
시네마테크부산에서 운영하는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작강습을 3개월(일주일 2번) 듣고 만들어낸 영화들이었다.

20대 초반부터 40대 직장인까지 직업도 다양한 20인의 초보들이 모여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촬영, 녹음, 조명, 감독, 편집, 연기까지 해냈다고 한다.

영화 상영 전 그간 교육을 맡은 전인룡 교육담당자가 앞에 나와 인사를 했다. "원래 교육과정은 3개월이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헛된 희망이었는지...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8편의 시나리오를 뽑아 영화를 제작하는데 꼬박 7개월이 걸렸고 그나마 한편은 오늘 낮에야 부랴부랴 끝냈습니다." 서툴고 어색하겠지만 재밌게 봐달라고 관객들에게 주문했다.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영화의 평균 등장인물은 2명~5명.
배우 섭외는 직장동료나 지인의 소개로 해결했다고 한다.
신혼부부의 방귀 트기를 소재로 한 영화 <방귀트기>는 짧지만 줄거리가 명쾌했고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었냐는 질문에, 시나리오를 수차례 냈으나 모두 빠꾸당하고 괴로워하던 차에, 결혼한지 얼마 안된 한창 신혼인 직장후배가 "부인이 드디어 내 앞에서 방귀를 뀌었어요." 하며 기뻐하던 모습이 불현듯 생각나  소재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출연을 흔쾌히 허락해준 두 직장 후배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난생 처음 영화배우 해보신 할아버지

<오후의 인사>에 뻥튀기 파는 할아버지로 출연한 배우는 "내가 이 나이에 이런거 해보게 될 줄 몰랐어요. 젊은이들과 같이 일하니 너무 즐거웠고 배우로 써줘서 감독님께 고마워요." 라고 가슴뭉클한 소감을 남겼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동의대 영화과 김이석 교수님의 사회로 연출감독들 7명의 소개가 이어졌다. 여감독이 5명, 남감독이 2명. 다들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들을 얘기했는데 소개하자면

"감개무량하네요"
"떨리지만 참 기쁩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차마 작품을 못쳐다보겠네요.ㅎㅎ"
"지루해서 죄송합니다.(관객 웃음)" 등등.

사회를 본 김이석 교수님과 7인의 감독들


사실 조금 지루하긴 했다. 그간 현란한 상업영화들로 눈이 너무 높아진 탓이리라. 너무 많은 영화를 한꺼번에 보니 나중엔 마구 헷갈리기도 했고. 하지만 애정을 갖고 보니 아마추어 감독들의 순수함이 오히려 신선해 보이기도 했다. 좀 서툴게 표현되긴 했지만 영화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느낄 수 있었고. 온천천이나 송정네거리 등 영화에 나오는 낯익은 거리풍경도 반가웠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한 사람들 대부분에게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도전하고 이루어낸 사람들의 표정은 다들 만족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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