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 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대서(大暑)입니다.
보통 이맘때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인데요.
그런데 지금, 밖엔 많은 비가 내리고 있고
덕분에 2020년 대서, 부산에는 무더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이 비가 끝나고 나면
곧 찌는 듯한 무더위가 찾아오겠죠.
그럴 땐 에어컨을 쐬고, 시원한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등골 오싹한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 것도 더위를 달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실 예전엔
공포영화를 보거나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으스스한 느낌을 받곤 했는데
요즘은 팩트, 논픽션... 그저 뉴스 기사만 보고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거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
하는 표현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었던
장기 전염병으로 인한 공과 사의 크고 작은 변화부터
잊을 만하면 화젯거리가 되는 각종 흉악범죄까지.
산지니에는
지난해 여름, 출간된 이후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거나
일명 N번방 사건의 운영자와 공범자들이 줄줄이 검거, 체포, 구속될 때마다
범죄라는 연결 선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 있습니다.
살인사건 사이에 긴 휴식기를 가진 것을 근거로 삼아 붙인 이름으로
잠들었던 살인마라는 뜻의 <그림 슬리퍼>
그 이름과 함께
허구나 상상이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쓴 범죄 르포라는 점이
읽을수록 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어두운 공동체의 느긋한 살인마,
잠들었던 살인마를 파헤친 기자 리포트
범죄와 마약으로 황폐화된 사우스 센트럴의 살인마,
그림 슬러퍼의 연쇄살인 기록집
정의로 가는, 길고 험난한 길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포착해서 담아낸
우리시대의 가장 놀라운 범죄 르포집
15년 동안 범죄 기자로서 그림 슬리퍼의 수사 과정을 추적해온 크리스틴이
수사관을 인터뷰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해자를 탐방한 정보 등을 모아 담은 책
화성연쇄살인 사건처럼 진범을 밝히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N번방 사건처럼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대중에게 알려야만 했던,
바로 그 내용입니다.
요즘은 아무래도 먼 곳으로 떠나는 장기휴가보다
가까운 곳을 찾아 말 그대로 ‘피서’를 계획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올여름 휴가는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고 범죄 논픽션 <그림 슬리퍼>와 함께
시원하게(!) 보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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