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 3성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관동군, 만철, 독립운동, 푸이, 만주국 등 아무래도 역사와 관련된 키워드가 먼저 떠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중국 동북지방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근 중국 동북지방은 수익 창출에 관심이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 주도형 개발사업으로 번화가를 중심으로 노후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지역의 정체성, 이야기를 보존하기보다 건폐율은 낮추고 용적률은 높인 거대 빌딩을 세워서 강하고 발전된 현대 중국의 색채를 덧칠하고 있죠.
사진 출처: <澎湃新闻>, http://bitly.kr/35xGdHUIXGW
<新浪网新闻中心>, http://bitly.kr/HbPrmRg4sFq
그로 인해서 동북지방이 가지고 있던 특색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켜켜이 쌓인 공간의 이야기는 삭제되어 버린, 도시의 섬망을 좇는 어설픈 도시가 됐죠. 더는 우리가 상상하던 동북 3성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여기에 SOC(Social Over Capital, 사회간접자본)의 현대화로 공간이동이 유리해지자 동북지방의 거주 인구는 휴일에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찾아서 동북지방을 떠났죠. 지역의 특색이 없는 개발과 SOC 구축은 지역 공동화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개발중심이 아니라 공간의 이야기를 발굴·보존하는 도시재생이 지역의 자생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논의에 산지니가 2010년 출간한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 혁명』은 참고할 만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독재 대신 시장독재다. 어떤 의미에선 이게 더 위험하다. 차라리 개발독재 시대엔 잘 사는 농촌을 만든답시고 여러 시도도 했고 그린밸트를 두어 자연도 보존했다. 그러나 시장독재 시대엔 농촌 죽이기와 동시에 그린벨트를 체계적으로 죽인다. 147쪽
‘건설’사업은 권력 재생산과 잉여의 배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토건국가란 한마디로, 마피아에 필적할 만한 집단들이 주도하는 일종의 ‘나눠먹기 체계’다. … 토건국가의 3자동맹 외곽에는 당연히도 학계와 언론이 자리잡고 있다. 3자동맹이 간혹 흘리는, 그러나 엄청 뭉치가 큰‘떡고물’을 주워 먹고 사는 존재들이 바로 친자본, 친권력을 특성으로 하는 일부 학계와 언론이다. 153쪽~154쪽
이런 모순을 극복하려면 토건국가의 동맹 고리를 해제하고 개발공사를 친환경적, 친민주적, 친지역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예컨대, 자료 및 진행 과정의 철저한 공개, 주민 의견의 진실한 수렴, 시민사회에서의 심층 토론 등을 거쳐 민주적, 생태적 방식으로 각 지역의 개발이나 변화를 조심스레 추구해야 한다. 155쪽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이 담긴 공간경영이 필요합니다. 마을의 부가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도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에 목적을 두고 진행되고 있는 이유지요. 도시재생, 사람이 모여드는 매력적인 공간경영이란 무엇일까요?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 혁명』을 통해서 함께 고민해봅시다.
▶『강수돌교수의 나부터 마을 혁명』
2005년 5월부터 강수돌 교수가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하며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던 기록이다. 저자는 개발이나 성장이 진정한 삶의 가치일 수는 없다는 신념으로 마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결심한다.마을과 자연을 지키는 일에 마을 주민들이 혼신을 다해 함께 나서고 지키려고 했던 그 ‘과정’은 비록 참담한 결과로 끝났지만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다.
![]() |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 ![]() 강수돌 지음/산지니 |
'출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경과 기후를 생각하다... (0) | 2020.08.07 |
---|---|
도서정가제 폐지를 우려하는 출판·문화단체 대표자 긴급대책회의 개최 (0) | 2020.08.06 |
편집자는 물고기가 알고 싶어서_물고기 책을 교정 중입니다 (1) | 2020.07.31 |
<작은 책>에 『윤리적 잡년』이 소개되었습니다. (0) | 2020.07.30 |
<학교도서관저널>에 『지옥 만세』가 소개되었습니다 (0) | 2020.07.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