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낭만주의 정치인 이창우 작가가 집필한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한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로 출간된 책이다. 전태일이 분신한 지도 벌써 50년이 지나갔다는 것도,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여러 출판사가 모였다는 것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쥐꼬리 같은 임금을 받으며 풀빵조차 제대로 사 먹지 못하던 어린 시다들, 실밥 풀풀 날리는 숨 막히는 작업환경에서 폐병에 걸려 각혈하며 쓰러지던 어린 시다들에게 한없는 연민을 품었던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한자로 때려 적은 '근로기준법'과 함께 자신을 불사른다. 햇빛 한 줌 허용되지 않았던 평화시장 시다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신을 던져 어둠을 사르는 불꽃이 되지.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p. 15~16.

노 의원에 의해 명단이 공개된 전·현직 고위 검찰 간부들은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다윗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안강민 서울지검장을 앞세워 노 의원을 고소했다. 노 의원은 "나를 기소려면 그렇게 하라. 나의 행동이 공익에 반한다면,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을 공개하고 사리를 추구했다면 스스로 면책특권을 포기할 것이다. 나 스스로 나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것이다. 옳다면 해야 한다. 다시 또 이런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나의 행동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p.141. 

  전태일은 열악했던 노동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근로기준법을 두르고 분신했다. 부조리한 노동환경 속에서 자신은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어린 시다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지 못했던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간부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그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자격정지와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되었다. 전태일과 노회찬 의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것도 내려놓을 줄 아는 이들이 있었다. '앎과 함의 일치'라는 측면에서 제목에 등장하는 전태일과 노회찬 의원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작가 또한 이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가슴에 새겨져 그 속에서 살아갈 만큼. 작가가 20대를 이 문제를 두고 고민했듯, 나 또한 앞으로 그 영향 속에서 고뇌하게 될 것 같다. '앎과 함의 일치'라는 말에 무거움이 느껴졌다.

 

  책은 1부 전태일 분신에서 민주노총 창립까지, 2부 민주노동당 시대, 3부 분당과 통합 그리고 분당, 4부 정의당이 바꾸고 싶었던 세상 등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태일을 기억하며 펴낸 책이니 투쟁이나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내용이겠거니 짐작했다. 노동기본권을 위한 운동의 역사도 담겨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정치사까지 다루고 있어 새로웠다. 이외에도 특이하게 1부는 구어체로 독자에게 말을 건네듯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활동가들의 치열한 '일상활동'과 사업장 울타리를 넘는 조합원들 간의 연대투쟁으로 다져진 '노동자는 하나'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하루 3천 원도 안 되는 저임금, 월 평균 100시간 잔업이라는 극심한 장시간노동, 관리직 사원들과의 심한 차별대우 등등 가혹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다 노동조합을 통해 '단결, 투쟁'의 맛을 본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임금노예가 아니었어.

p. 42.

 

   1부 전태일 분신에서 민주노총 창립까지를 통해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전에 비해서 나아지긴 했지만, 그리 많이 변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예전처럼 먼지 구덩이에서 밥을 먹거나,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다. 그런데도 아직 바뀌지 않은 부분 역시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긴 작업 시간보다 임금을 적게 주는 곳도 있으며, 안전하지 않는 작업장에서 일하다 다치게 되는 경우를 더러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아마존이라는 쇼핑몰에는 에어컨이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비용보다, 직원이 쓰러져 병원에 가게 되는 경우가 더 저렴하다는 이유였다. 다행히 현재는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건 노동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태일 말처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말을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5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남아있다. 노동자가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도 필요하다는 게 슬프게 다가왔다. '노동자는 하나의 존엄한 인간이다'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로 변할 수 있길 바란다.

   진보정치사를 다루고 있는 2부 민주노동당 시대, 3부 분당과 통합 그리고 분당, 4부 정의당이 바꾸고 싶었던 세상에서는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다. 무상급식, 부동산, 성소수자, 갑질, 세금 등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작가의 심경을 풀어놓았다. 정치사는 아무래도 알고 있는 역사가 많지 않아서 이전의 내용은 어렵게 다가왔지만 그림과 함께 나와서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2번 읽었지만, 부족해서 부분적으로 더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평상시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례들을 다르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머리는 아팠지만, 여러 가지 현상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사실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유를 동굴 우화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었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는 이론으로 들어본 적 있었다. 그때는 듣고 별다른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한 번 가정해 보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껏 믿어왔던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라도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환경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더 할 것 같았다. 자유의 의미와 진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 계속 생각났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앎과 함의 일치', 노동자의 존엄성, 다양한 정치적 이슈, 자유 등. 가볍게 봤다가 된통 당했다. 덕분에 읽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긴 했지만, 새로운 측면들을 많이 인식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는 모두 인격을 가지고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상기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전태일, 노회찬, 노동자, 시민들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이 바로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였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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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승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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