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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한다 ―한국작가회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9. 1.

지난 7월 갑자기 폭탄처럼 떨어진 도서정가제(이하 도정제) 재검토 결정에 여러 출판문화계 단체가 목소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어제는 한국작가회의에서 도정제를 지키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도정제는 건강한 출판생태계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또, 출판사나 서점 뿐만 아닌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보호장치이기도 합니다. 한국작가회의에서 발표한 성명서 전문을 옮깁니다.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하는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돌연 통보한 도서정가제 재검토 방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2003년 처음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개정되어 오는 동안 단순화된 시장경제 논리로부터 출판계 전체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되어 왔다. 세상에 완벽한 법과 제도는 없다. 가장 최근인 2014년 개정된 현행 도서정가제 역시 만족스러운 제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가 중소형 출판사와 서점 등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임을 증명하는 결과는 적지 않다. 도서정가제는 서점과 출판계에 만연했던 가격 경쟁을 완화하는 데 일조했으며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개성 있는 출판사와 독립 서점 등이 늘어나고 있다.


독서의 본질은 우리를 망설이고 고민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책이 그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이유는 책 속의 작은 목소리들이 우리를 돌아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한때 동네 골목에는 작고 개성적인 서점들이 있었다. 구독하던 잡지를 사러 발매일에 뛰어가던 서점이 있었다. 서점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물끄러미 보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손쉽고 값싸게 책을 살 수 있게 된 대신에 직접 책을 만져보고 책을 살까말까 망설이던 시간을 잃었다. 순위표에 오른 인기 있는 책을 손쉽게 살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은, 작은 서점 주인이 고민 끝에 진열해 놓은 작고 개성 있고 의미 있는 책들을 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우리의 노동력을 서로 착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정가제가 무엇을 방지하고자 시행되고 있는지 역시 자명해진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이제 간신히 작은 서점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도전적인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이 다시 펜을 쥐려 힘을 얻고 있으며, 다양한 내용과 판형을 실험해 보려는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작가들의 권익 신장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작가들의 기본적인 인권이자 재산권인 저작권을 시장경제의 폭압 속에서 보호해주는 것이다. 정말 좋은 문학작품은 시장 가치가 아니라 정신 가치를 통해 자리 잡는다. 도서정가제를 포기하는 것은 그나마 되찾은 작가들의 권리를 빼앗기는 셈이 된다. 한국작가회의가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처럼 명확하다. 


우리는 문체부가 도서정가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분명히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의 다양성뿐 아니라 독자와 작가의 권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만일 건강한 출판문화를 훼손하는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즉각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2020. 8. 31.


(사)한국작가회의 


도서정가제는 3년 주기의 일몰법입니다. 현행 도정제의 시한은 오는 11월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난 3년간 어떤 변화를 체감하셨나요? 

저는 도정제 시행 이후 책을 더 많이 구입하게 된 것 같아요. 동네 책방이 늘어난 후로 심심할 때마다 책방에 갔거든요. 궁금했던 신간을 직접 구경하기도 하고, 책방 사장님께 추천을 받기도 하고, 책방 행사에 참여해 책을 사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구매 빈도가 높아졌어요. 

책의 경쟁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가격'이 된다면, 품이 많이드는(=제작비용이 높아지는)책들은 출간되지 못할 거예요. 시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책은 어느 정도 공공성을 띠는 상품입니다. 팔리는 책만 만들어지고, 그리하여 팔리는 책만 남게 된다면 우리의 독서문화수준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우리와 우리 다음에 오는 세대가 다양한 책을 다양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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