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판일기

시를 선물하는 시간_히망찬 새해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23.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어제 퇴근길,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사고 

계산할 때 점원분에게 혹시 포장되냐고 물었더니

계산대 바로 옆에 셀프 포장 코너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라 그 현장(?)에 가 보니, 포장지가 크기별로 잘라져 있었어요.

테이프와 가위까지 완벽했답니다.


저도 셀프 포장대에서 이렇게 후다닥 포장했어요. 

사실 옆에 계신 두 분이 열심히 포장하고 계셔서 

저는 구석해서 이렇게 포장을 했답니다.


포장지가 좀 진지(?)했지만 저는 조금 감동이었어요ㅎㅎ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옆에서 살짝 무슨 책인지 봤더니, 시집 여러 권을 사서 포장하고 계셨어요!!!!

 시집을 선물하는 연말이라니, 근사한 것 같아요.


연말과 어울리는 시를 골라봤어요.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서화성 시집

약간은 더 솔직했을 때

지금에서 약간 더 솔직했을 때
예를 들어 스물한 살 때
이야기하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까
그때 남겨 둔 꿈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에서 조금은 열일곱 살 때
잃어버린 사하라 사막을 만날 수 있을까
언덕 너머 하숙집을 찾을 수 있을까
그녀와 가슴앓이를 그곳에 두고 왔을까
지금에서 조금 더 어렸을 때
조금은 아마 서른한 살 때
흔들리는 갈대를 찾을 수 있을까
지금에서 조금 더 착했을 때
지금에서 조금 더 외로울 때
트럭 밑에 검은 고양이는 웅크리고 있을까





『새로운 인생, 송태웅 시집

터널, 길고 어두운

저 길고 어두운 터널 지날 수 없어 자동차는 매복한 암사자 앞에 선 톰슨 가젤처럼 수없이 주저하고 망설였다 돌아가는 길은 없을까 들어가야 나올 수 있을 텐데 어쩌자고 뱀 아가리의 입구에서 멈칫거리는가 호주머니에서 딸랑거리는 두려움은 네 탓이 아니야 누구나의 시초는 어두운 동굴에서부터였지 동굴에 아로새겨진 채찍 자국 같은 균열이며 수많은 돌기들은 내가 병원 침상에 누워 위장내시경을 받으면서 보았던 내 식도와 위장 안에 있었던 것과 같았지 그러니 침을 꿀꺽 삼키고 길게 숨 쉬면서 춤을 추듯 지나가면 돼 테오 앙겔로폴로스의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에서처럼 길고 어두운 터널도 파도 넘실대는 해변도 쫓기다 맞닥뜨린 도시의 막다른 골목도 다 우리가 살아내야 할 공간일 뿐이지 들어가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면 거기에 정들이며 머무르면 돼두려움은 네 탓이 아니야 춤을 추듯 지나가면 돼



『그냥 가라 했다, 강남옥 시집

 즐거운 답장

 선생님 안녕하새(세)요?
 즐거운 성탄절 보내새(세)요. 그리구(그리고) 히망찬(희망찬) 갑신년 마지하시구(맞이하시고,) 솔날(설날)도 즐겁게 보내새(세)요. 저는 New York City(에) 있어요. 매내튼(맨해튼은) 엄총(엄청) 조와요(좋아요). 작년에 조롭해구(졸업하고) 여기루(여기로) 왔어요. 맨날(늘, 항상, 언제나) 일 마니(많이) 해요. 한국어로 편지 쓰는 거 노무(너무) 힘들어요. 개단(계단)에(서) 널쩌서(떨어져서, fortunately my parents from 경상도like your parents ^^) 팔 뿔라서요.(팔이 부러졌어요? sorry forthat) 지금 다 나아서요(나았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새해 봉(복) 마니(많이) 받으새(세)요.

위처럼 답장했다



조금 이르지만, 히망찬 새해 마지하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