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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한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아이를 키운다면? 『베를린 육아 1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 11.

일상의 스펙트럼 04






  한국의 출생률은 2019년 기준 0.9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며 충격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한국이라는 사회가 점점 더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아기와 어린이들에게 포용적인 분위기였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아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잣대를 들이밀며 엄격하게 통제하려 하는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 아기가 운다고 엄마에게 무언의 눈치를 주는 것, 아이들이 조금만 시끄럽게 굴면 득달같이 한 소리 하는 것, 여기저기 수도 없이 노키즈 존을 만들며 아이들을 차별하는 것 등의 모습을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다 보니 아이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아이 낳을 생각이 없어진다.



 아기들은 원래 울면서 크는 것이고, 아이들은 원래 시끄럽다. 우리 모두 그런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사회 속에서 시끄럽게 울며 자라난 사람들이다.



 저출생이 걱정되면 아이를 낳고 살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지, 계속해서 어린이와 그 부모를 눈치 주고 배제하면 누가 출산을 하려 할까. 출산을 장려하는 것보다 사회적 인식을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일 듯 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독일의 모습을 보면 독일의 출산율이 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어딜 가든 환영받고, 모르는 사람들이 유모차를 들어주겠다고 나서주고, 기저귀를 가는 곳이 편의점보다 많은 나라. 가족들과의 시간을 위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근무시간을 보장하는 나라.



 제도적으로도 사회 분위기도 잘 갖춰져 있어서 저 정도면 애 낳을 만하겠다 싶다. 선진국은 저런 게 선진국이구나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내가 임신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좀 더 나은 환경이 되길 바란다.







 육아기를 읽고 있으니 엄마 생각이 절로 났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나는 좀 독일식으로 자란 것 같다. 



 엄마는 어딜 굴러도 괜찮을 노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옷을 입혀서 어린이집으로 날 보냈고, 엄마가 선택했던 그 어린이집은 창의력을 키우는 장난감만 취급했다. 



 공주 옷은 입어본 적도, 관심도 없었다. 어릴 때 엄마한테 TV에서 광고하는 한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더니 “그건 새로운 생각을 끌어낼 수 없는 장난감이라서 안 돼.” 하고 퇴짜맞은 기억도 난다.



 나무와 풀만 잔뜩 있는 공터로 매일같이 놀러 나갔지만 나는 매번 다른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놀이를 하며 놀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원 없이 모래 놀이를 하고 친구들과 뛰어놀며 컸다. 



 그렇게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아주 소중하게 내 안에 들어있다. 가끔 이렇게 기회가 되어 그 기억을 꺼내 볼 때마다 "우리 엄마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며 날 키웠구나, 나는 정말 사랑받으며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에 받은 사랑이 지금도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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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육아 1년 - 10점
남정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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