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 이루어낸 기적

<해오리 바다의 비밀>

 

최근 코로나 19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본래의 에메랄드빛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관광지지만, 수상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실제 수질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착잡했다. 그저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을 뿐인데 물 자체가 바뀌다니… 인간의 손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해오리 바다의 비밀>은 이러한 문제를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쉽게 풀어준 책이다. 나는 동화책 특유의 순수한 그림을 보면서, 내심 ‘바다를 지켜줘야 해!’ 뭐 이런 내용이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동화에 대한 통상적인 인식 말이다. 단순하고, 어쩌면 유치할 거라고까지 생각하는 고정관념. 하지만 늘 그랬듯 실상은 달랐다. 세상에는 복잡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단순함이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동화다. 다르게 말하면, 이토록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걸 동화가 해낸다.

이 작품은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니오와 신지, 두 아이의 모험 그리고 있다. 어느 날 항구로 잡혀 들어온 아기고래, 피를 흘리고 있는 고래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그것을 바라보는 니오의 모습은 내 기분까지 이상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보면 인간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위 ‘꿈도 희망도 없는’ 광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동화의 진가는 드러나는 법이다.

 

연필이 미끄러져 나갔다. 둥그런 고래 등, 부드럽게 웃고 있는 주둥이, 날렵한 꼬리도 그렸다. 니오는 지느러미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아기고래를 살려주세요.”

 

…(중략)…

 

니오는 고동을 후 불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아기고래 때문이었다. 니오는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휘이비비비 고동소리가 바람을 타고 바다로 날아갔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바다에 희끔희끔 일렁이는 물결이 보였다. 니오는 고동을 꼭 쥐었다가 손을 펼쳤다. 목공풀로 아기고래 입에 분홍 고동을 붙였다.

“아기고래야, 내가 주는 선물이야. 힘차게 후 불면 가족들이 널 찾으러 올 거야.”

 

- 본문 21~22쪽

 

 

 

 

선어가 니오를 보았다.

 

“인간 아이, 고동소리를 들었단다.”

 

선어의 말에 니오는 울컥했다.

 

…(중략)…

 

‘고래 가족을 도와주겠니?’

선어는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니오를 보았다.

니오는 입술을 깨물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본문 70쪽


니오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저 고래와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신지의 낚싯바늘에 찔린 산갈치 알라차와 만나 모험을 떠나면서, 니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그마치 백 년이 지나야 썩는다는 스티로폼 알갱이와 같은 수많은 쓰레기들로 오염된 바다, 폐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 이 쓰레기들을 먹고 괴물이 되어버린 알라차의 친구 가오리…. 이러한 요소들은 작품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우리의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나는 생명은 없단다.’

 

알라차의 친구였던 가오리는 어쩌다 괴물가오리가 된 걸까? 니오는 깊은 바다에 떠다니던 쓰레기가 생각났다. 가오리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먹었거나, 쓰레기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로 인해 병든 것 같았다.

 

- 본문 126쪽

 

 

우리의 삶에 녹아있는 바다도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오염되진 않았을 것이다. 한순간에 하수구마냥 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다를 이렇게 만든 건 인간들의 무심함이다. 불법 포획된 고래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으며 과시하기 바쁘고,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수많은 쓰레기가 투척되는 바다. <해오리 바다의 비밀>은 이러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니오의 단순함, 정확히는 순수함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단짝 친구 신지를 구하고자 하는 니오의 서사는 결국 바다를 치유하기에 이른다.

 

 

“모든 생명은 지켜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켜야지.”

 

- 본문 68쪽

 

 

때로는 단순함이 본질적인 정답이기도 하지만, 익숙함에 무뎌져 곧잘 잊어버리고는 한다. 해오리 바다에서 기억을 되살려보는 건 어떨까.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dpwl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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