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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우리의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나요_『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by _Sun__ 2022. 7. 12.

여러분들은 꿈을 많이 꾸시나요?

어떤 꿈은 너무나도 끔찍해서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반면, 어떤 꿈은 이어서 꾸길 간절히 바랄 만큼 황홀하기도 합니다. 내가 꿈을 꾸긴 했는데.. 하고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꿈도 있지요. 

그런데 꿈을 우리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꿈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고, 또 이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의 핵심소재는 깨어있는 꿈, 자각몽입니다. 

 

 

“꿈의 유토피아에선 뭐든 해도 되는 건가요?” 무득이 묻자 탁우는 호탕하게 웃었다. “뭘 하고 싶어?” 무득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떠올려보았다. 하늘을 날고 싶은 바람과 언젠가 장난처럼 범죄자를 총으로 쏜다는 빈말 외에는 평소에 꿔 온 허황된 소원 하나 없었다. 대통령이 된다거나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나가거나 유명 배우가 되는 꿈은 애초에 꾸지 않았다. 그런 환상에 가까운 행동이 꿈의 유토피아에서는 몽땅 가능할 터였다. 

 

깨어있는 꿈에서는 상상만 했던 일을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나는 출근과 퇴근의 사이클을 도는 직장인에 불과하지만 깨어있는 꿈의 나는 대통령, 가수, 건물주 하다못해 외계인도 될 수 있습니다. 그곳은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곳은 정말 유토피아, 이상향이 될 수 있을까요? 이쯤에서 우리는 유토피아의 뜻을 톺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에서 "아니다, 없다"를 뜻하는 '우 (οὐ-)'와 "장소"를 뜻하는 '토포스 (τόπος)'가 합쳐진 단어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꿈은 깨어나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니 깨어있는 꿈은 유토피아입니다. 하지만 이상향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잠만 잘 수는 없으니까요.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깨어있는 꿈을 활용합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성적 욕망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중 무득의 깨어있는 꿈 활용 방식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피난처를 만들어 그곳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작고 소박한 위안만을 얻고 그 위로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를 살아갑니다. 그는 꿈과 현실에서는 에너지 보전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꿈이 거창하면 현실이 쪼그라든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깨어있는 꿈은 현실을 개척해나갈 용기를 주는 작은 둥지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무득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깨어있는 꿈 세계에 취한 이들은 현실 세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청년은 꿈에서 수영장과 운동장이 딸린 대저택에서 살았다. 마음이 답답하면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돈 다음, 옷을 벗고 물이 맑아 파란 바닥이 훤히 보이는 수영장에 풍덩 몸을 던졌다. 찰랑찰랑 물에 몸을 적시다가 꿈에서 깨어 현실의 고시원 단칸방으로 돌아오자 분노했다. 어떤 이는 꿈에서 조종사로 비행기를 몰고 붉은 노을이 지는 시베리아 평원을 가로지르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다녀왔지만 현실에서는 만원 지하철에서 옷이 구겨지고 신발을 밟히며 출근했다. 어떤 이는 열광하며 흠모했던 남자 아이돌과 손을 잡고 몸을 기대며 데이트를 즐기다 꿈에서 깨어나자 일상의 삶에 저주를 퍼부었다.

 

이들은 꿈과 현실의 괴리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현실에서 멀어지고 싶어 했고, 꿈속에서 살고 싶어 했죠. 깨어있는 꿈은 그들에게 해방감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일상을 벗어났다는 해방감, 내가 꿈꾸던 것을 이뤄냈다는 성취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잠시간의 여행에 불과한 꿈으로의 도망은 오히려 현실을 더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여행은 영원할 수 없으니까요. 여행이 끝나면 반드시 우리의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습니다. 이는 소설의 이 구절에서 집약되어 나타납니다. 

 

그래서 유토피아란 말이 슬프게 들려. 그 말에 열정보다는 진한 체념이 배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유토피아는 결국 무에 가까운 인간이 무에 가까운 공간을 그려낸 거야.

 

쾌락을 찾아가기보다는, 천국을 만들기보다는 우리를 채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의 여행에 취하기 보다 평생의 현실을 탄탄하게 쌓아가는 거죠. 현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냉정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거 아시나요? 주식도 중독이라는 것을. 한번 주식으로 돈을 벌어본다면 그때의 쾌감에 중독되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합니다. 손해를 봐도 그만두지 않고 이를 메꾸기 위해 점점 더 위험한 선물, 옵션 등으로 빠져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을 넘으면 도박중독과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합니다. 일상이 무너지고, 문제가 생기고,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더욱더 쾌락을 준 것에 매달리게 됩니다. 

쾌락만 찾아간다면 평범한 중독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과 일상을 살아야 합니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소재는 판타지이지만 구조는 느와르입니다. 각자의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과 이를 추적하는 형사, 자기합리화와 이에 대한 반발. 이러한 이원론적 구성은 작가의 상상력을 허구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게 합니다. 현실로 끊임없이 흘러나와 책에서 현실을, 현실에서 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려간 다양한 인물과 이들이 만들어 낸 사건이 궁금하다면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어떠세요? 

 

알라딘: [전자책]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aladin.co.kr)

 

[전자책]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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