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부산일보에 강수걸 대표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던 국제도서전이 지난해에는 곳곳에서 문을 활짝 열었다. 국제도서전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와 작가, 출판사들이 모여 책에 관한 이슈를 토론하고, 저작권을 거래하는 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잘 알려진 도서전은 10월에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다. 6월에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에서 열리고, 어린이 도서로 특화된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에도 한국 출판사들이 많이 참여한다.
지난해 필자는 네 군데의 국제도서전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해마다 부스를 차려 출판사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고, 스웨덴 예테보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도서전에 가 볼 수 있었다. 그중 마지막으로 참석한 과달라하라도서전은 대한민국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체감한 도서전으로 인상이 깊었다.
국제도서전 세계 곳곳에서 재개
K콘텐츠 바람 타고 한국 부스 인기
한국관에 방문객 끊이지 않아 눈길
지역출판도 세계 시장에 눈 돌려야
해외 출판인 교류 ·독자 소통 필요
과달라하라도서전은 스페인어권에서는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11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80만 명의 독자들이 참여하고, 49개국 2173개 출판사가 참가하여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과달라하라는 멕시코 제2의 도시이자 대학도시인데, 수도가 아닌 도시에서도 대규모 국제도서전이 가능하며, 청소년을 비롯해 지역민들이 적극 참여하여 축제처럼 책을 즐기는 모습이 새로웠다.
한국관을 운영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부스 명칭을 ‘이야기 공장’이라고 붙였다. 전 세계에서 각광 받고 있는 K콘텐츠(한류)의 원천, 즉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한국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산지니, 다락원, 사회평론 등의 출판사 부스와 위탁 도서가 진열된 한국관에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았는데, 한 여고생이 한국관 부스에 앉아 2시간 동안 전시된 한국어 교재를 펼쳐 놓고 공부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10월에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참가하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그런지 이전에 비해 빈 부스가 여기저기 보일 정도로 열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높아, 나이 지긋하신 한 이탈리아 편집자가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 싶다고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예테보리도서전은 스웨덴의 제2 도시에서 열리는데, 북유럽 사람들의 높은 독서율을 반영하듯 일반 독자들의 참여 열기가 높았으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한국관을 만들어 한국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 작가들이 직접 해외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었다.
이렇게 도서전은 갈수록 독서율이 추락하는 현실에서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면서 도서 판매를 통해 출판사와 서점의 수익을 올리고, 저작권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만든다. 미래 출판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를 열어 새로운 출판의 형태를 고민하게 만든다.
종잇값 폭등과 물류비 인상 등 인플레이션으로 나날이 위축되어 가는 출판 환경 속에서 지역의 출판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출판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국제도서전을 다니면서 든 생각은 책을 작은 시장에만 팔려고 하지 말고 국내외 다양한 시장에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연초에 베트남에 5종의 저작권을 수출하였다. 2018년 장편소설 〈쓰엉〉이 베트남여성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된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서 얻은 결과이다. 그 외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의 출판사들과도 꾸준히 교류하면서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생각하는 사람들〉 등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었다.
오는 9월, 부산 수영구와 한국지역출판연대가 함께하는 제7회 한국지역도서전이 부산에서 열린다. 전국의 지역출판인들이 부산에 모여 축제를 열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책 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는 중심과 주변이 해체되고, 새로운 탈구축이 실험되고 있는 탈세계화의 시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어수선하지만 우리는 한반도와 아시아평화를 위해 아시아의 지역 출판인을 초대하여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문화적 동질감과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는 이웃 나라 출판인과 교류하면서 책을 읽고 독자와 소통해 보는 건 어떨까.
강수걸 산지니 출판사 대표
▶출처: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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