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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오감을 넘어선 종합 예술로서의 요리를 위해_『요리의 정신』 북토크

by ellelitunlivre 2023. 5. 26.

안녕하세요, 편집자 초록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저는 식욕이 돋기 시작합니다(🚨)
열무국수 같은 시원한 음식도 당기고 얼마 전엔 오랜만에 베이킹도 했는데요,
요즘 날씨에 독자 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음식을 즐기는 기준이 맛 하나뿐인 것은 아닙니다.
식당의 분위기, 음식을 같이 먹는 사람 등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식기' 또한 맛있는 식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요리의 정신』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뿐 아니라 요리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해 말하는 책입니다.

요리의 정신이란 무엇일까요?
『요리의 정신』의 박영봉 작가와의 북토크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와 작가의 음식 철학을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박영봉 작가가 요리에 관심 갖게 된 계기를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의 도예 연구가 아사카와 다쿠미가 남긴 조선의 소반과 도자기에 관한 기록을 보고 흥미를 느껴 일본을 방문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일본 음식을 접하다 보니 한국과 그릇이 참 다르다는 걸 느꼈지요. 자연스럽게 도자기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타오지 로산진도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요리의 정신』을 읽으면 일본 현대 요리의 혁명을 이끈 도예가이자 요리인인 로산진이 박영봉 작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작가는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 미식이다"라는 로산진의 말을 소개하며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박영봉 작가는 한국의 그릇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국 식당에서 흔히 사용하는 멜라민수지 식기도 충분히 좋은 그릇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리를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이야기할 때 그릇을 따질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요리가 내용이라면 그릇은 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릇뿐 아니라 한국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주 박스나 테이블 위의 소스통 등이 다 식기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산진은 더 넓게 화장실의 중요성까지 말했는데, 요리를 먹는 사람의 기분을 섬세하게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로산진의 모든 것을 따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본받을 점을 본받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책을 요리하는 사람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네요."

 

'요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박영봉 작가(왼쪽)와 편집자(오른쪽)

 

그렇다면 요리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박영봉 작가는 식당의 거북한 면을 봤을 때 완곡하게라도 의견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답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안 가고 말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식당에 가는 것 자체를 종합 예술의 하나라고 생각해 보라고 제안하며 작가는 직접 예쁜 그릇에 요리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박영봉 작가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는데요, 한국의 식당이나 음식을 소개할 때 '요리의 정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원조'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에 대한 박영봉 작가의 철학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음식의 원조가 한 지역에 있다면 그 지역만의 것일까요? 우리의 음식이라고 해서 우리의 것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문화는 물처럼 길이 있는 곳으로 흐르고 다른 것과 만나기도 하는 것이기에 논쟁적으로 우리가 원조임을 외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세를 가지는 게 원조로서의 품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라면도 원조는 일본이지만 우리나라가 우리식으로 변형하고 발전시켜서 세계 수출 시장을 장악하는 것처럼요."

박영봉 작가는 직접 도자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 몇 년간 도예가 밑에서 도예를 배우기도 했는데요, 직접 도자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를 물었습니다.

"그릇에 빠지면서 그동안 사 놓았던 기성 제품들을 다 갖다 버렸습니다. 아는 도예가로부터 그릇을 얻기도 하고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그곳에서 가져온 그릇도 있습니다. 아사카와 다쿠미를 알게 되면 우리 도자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저도 그랬는데, 도예를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 제가 사는 지역 주변에 도예가가 계시기도 했고, 마침 시간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운명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최현대 도예가와 박영봉 작가(왼쪽), 최현대 도예가의 작품 '우주유'(오른쪽)

북토크 말미에는 박영봉 작가의 초대로 최현대 도예가와 짧게 대화를 나누고 도예가의 작품인 '우주유'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최현대 도예가는 도자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기능을 꼽으면서도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도자기를 빚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낯선 경험에서 오는 영감이 분명히 존재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가까이하는 태도도 중요하지요. 영감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잔을 집고 입으로 가져가기까지의 선도 고려해야 하고요. 꾸준한 공부와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 바로 도예입니다. 그릇은 한 생명을 다른 생명으로 옮기는 배와 같다고 늘 생각합니다. 밥을 먹는 것은 생명을 먹는 것이니까요. 늘 생명의 거룩함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듭니다."

 

 

음식은 모든 사람이 관심 가지는 주제인 만큼 방문해 주신 독자들과 박영봉 작가 사이에도 활발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요리 이야기로 시작한 북토크가 그릇과 도예 이야기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요리는 종합예술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음식을 먹어 치우기 바빴던 최근의 식사들을 떠올리며 저는 반성도 많이 했답니다. 음식에 맞는 그릇에 담아 먹는 정성스러운 한 끼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휴, 맛있는 음식을 가장 아끼는 그릇에 담아 먹어 보는 건 어떨까요? 음식이 두 배로 맛있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박영봉 작가와의 북토크 전체 영상은 아래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 단지 맛보는 것을 넘어 우리 요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요리의 정신

우리 요리가 가야 할 길을 찾는 <요리의 정신>이 나왔다. 한국 요리에 대한 세계의 높아진 관심을 배경으로 책의 저자 박영봉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 음식과 요리 문화가 가야 할 길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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