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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칼 한번 안 잡아보고 200인분 요리를?_『살짜쿵 군대요리』 국방일보 저자 인터뷰

by _Sun__ 2023. 7. 14.

국방일보에 『살짜쿵 군대요리』 김지우 작가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군대요리'와 '국방일보' 듣기만 해도 찰떡이지 않나요?ㅎㅎ)

물가도 오르고, 배달비도 오르고, 뭐 하나 시켜 먹기 손 떨리는 요즘. 저는 요즘 요리에 재미를 붙여 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반응은 '맛있다!' 보다 '응원한다!'이지만요.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요리를 해준 사람은 김지우 작가의 이 말에 매우 공감할 겁니다. 

"한 번이라도 밥을 차려 본 사람은 어머니가 왜 반찬이 다 식기 전 밥상에 오라고 하는지, 그리고 왜 남은 반찬을 본인이 다 드셨는지 알 겁니다. 직접 차린 밥은 요리 이상의 가치를 요리사에게 안겨 주는 것 같아요."

'요리'라는 단어 안에는 장보기, 재료손질, 조리, 플레이팅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뭐 하나 대충해도 되는 게 없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에는 애정이 생깁니다.  200여 명의 밥을 준비하는 취사병도 그랬습니다. 그 애정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책이 바로 『살짜쿵 군대요리』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는 <살짜쿵 군대요리>. 김지우 작가 인터뷰는 <국방일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부엌칼 한번 안 잡아봤는데 200인분 요리를? 
요리 보고 조리 보고…세상도 보았죠

“조리병 삽이 일의 상징이라면
병장의 국자는 권력 상징이죠”
일과·대량요리 특이점 등 담아
요리방법 외 생활의 지혜도 배워
조직생활 경험이 사회서 큰 도움

 

 

“밥은 잘 나오니?” 아마 입대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면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이 아닐까? ‘밥에 진심’인 민족이고 ‘맛집 대기’는 일상이 된 세상이라지만 군대에서 뭘 먹는지 만큼 절실하게 궁금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군 702기 급양병 출신의 저자는 그래서 『살짜쿵 군대요리』를 썼다.

“모든 군인은 삼시 세끼 조리병이 만든 요리를 먹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음식을 만드는지는 잘 알지 못하죠. 조리병의 일상을 제대로 알려 주고 싶었어요.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는 책이 될 겁니다.”

『살짜쿵 군대요리』는 이병부터 병장까지 계급에 맞춰 4장으로 구성됐다. 훈련소에서 종교 활동 중 영접하게 된 ‘초코과자’를 성모 마리아에 비유하며 입안에서 ‘혁명’이 일어났다고 표현한 글은 프롤로그로 실었다.

“부엌칼 한번 잡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군대 재수 안 하려고 조리병에 지원했어요. 하루아침에 200인분의 요리를 만들게 되면서 책의 1장 ‘이등병: 군대도 처음, 요리도 처음’이 시작됐습니다.”

1장에 등장하는 정보와 팁 한 가지씩을 소개하자면 조리병은 ‘밥→무침→조림→구이·튀김→국’ 순으로 요리를 배운다는 사실과 초보들이 요리할 때는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둬야 허둥지둥하지 않고 실패할 확률이 작다는 것.

“전우들을 위해 요리하면서 알게 됐죠. 한 번이라도 밥을 차려 본 사람은 어머니가 왜 반찬이 다 식기 전 밥상에 오라고 하는지, 그리고 왜 남은 반찬을 본인이 다 드셨는지요. 직접 차린 밥은 요리 이상의 가치를 요리사에게 안겨 주는 것 같아요.”

군대요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조리병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삽’이다. 김지우 작가는 대형 삽을 한 달 이상 휘두르면 어깨부터 팔목까지 연결된 강력한 근육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2장의 타이틀이 ‘일병: 대형 삽과 하나 되기’인 이유다.

“조리병의 근육통을 유발하는 최악의 요리는 냉면이에요. 대형 솥에 면을 삶으면 잘 들러붙기 때문에 계속 솥을 저어 줘야 해요. 물속에서 덩어리진 면발을 젓다 보면 엄청난 저항이 느껴지는데 4번, 5번 척추가 분리되는 고통이 찾아와요. 냉면이 나오면 병사들은 특식이라고 좋아하는데 저희는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3장은 ‘상병: 요리에 자신감이 생기다’이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대량급식에 한정된 특기다. 조리병들 가운데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 놓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복무 중 이 시험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육볶음 200인분’이 아닌 구절판 요리 같은 과제를 성공하고 합격증을 손에 넣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병장: 최선임은 국자만 든다’가 책의 마지막 장. 어려워서가 아니라 간만 맞추면 되는 일이라 만만하고 쉬워 그런 것 같다는 게 김 작가의 분석이다. 대형 삽이 일의 상징이라면 국자는 모든 걸 다 누릴 수 있는 권력의 상징이라는 것.

『살짜쿵 군대요리』에는 조리병의 일과와 대량요리의 특이점 등이 상세히 담겨 있지만 가볍게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서로 일하면서 좀 더 진지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전작(『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사서가 바코디언이라뇨』)을 발표했던 김 작가는 군의 미래에 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조리병의 업무가 과중되고 저출산으로 입대 인원이 줄면서 민간 조리원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분들이 전투현장을 대체할 수 없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장병들의 기호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던 ‘쌀케이크’가 퇴출된 사례는 아쉽기도 합니다. 시간을 두고 식감이나 형태를 개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저 잘 먹기만 하던 청년이 결혼을 앞둔 현재, 앞으로 요리는 자신이 전담하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군대는 김 작가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군대요리’를 타이틀로 내세운 이야기를 썼지만 조리병을 하면서 요리 외에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기름 설거지는 꼭 바로바로 해야 하고 냉장고 벽면에 얼음도 주기적으로 제거해 줘야 하는 것처럼 세상 많은 일이 때를 놓치면 큰일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리고 무엇보다 군대만큼 조직생활을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평직원부터 대리, 주임이랑 과장까지 역할을 다 해 볼 수 있잖아요. 저는 이 점이 군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출처: 국방일보(7월 12일, 박지숙 기자)

 

[작가와의 만남] 김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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