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러 해운대에 갔습니다. 시간은 저녁 7시 30분. 장소는 노보텔 앰버서더 5층. 노보텔? 강연 장소가 조금은 의아했지요. 해운대 해수욕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으리번쩍한 호텔들 중 하나였거든요. 알고보니 호텔 노동조합에서 힘을 써주셨다고 하네요. 해운대 우리동네 작은도서관 '봄'과 부산생활협동조합 해운대 마을 모임이 주최했습니다.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에게 듣는다'


짧은 인사와 청중들의 환호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연에 앞서 프랑스에 사실 때 식당에서 만난 한 루마니아 인과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셨습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국적을 묻기에 한국인이라고 하니 남한이냐 북한이냐 묻더랍니다. 그냥 한국인이다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그렇다면 우리는 이웃이다."  엥? 한 대륙 안에 있으니 한국과 루마니아는 이웃이라는 겁니다. 정말 통큰 대륙적 사고방식이지요.

홍세화 선생님은 한국에서 30년, 프랑스에서 20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10년째 살고 계십니다. 한국에서 대학 입학 당시만 해도 KS표(K고, S대)로 주위에서 촉망받는 인재였는데 대학때 선배를 잘못 맛나는 바람에 인생이 꼬였다며 넋두리를 하시네요. 프랑스에서 산 20년은 철저한 이주노동자, 서민의 삶이었다구요.

3살, 6살이었던 두 아이는 유치학교(3년), 초등(5년), 중등(4년), 고등(3년)과 대학까지 전 교육과정을 프랑스에서 받았는데,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보편적 복지가 잘 이루어 지고 있는 나라다 보니 부모는 이주노동자였지만 아이들은 차별 없는 교육 환경에서 잘 자란 거지요.

프랑스는 6세~16세까지 완전 무상교육이며 학기초에는 학용품비(1년에 40만원 정도)도 나온다네요.
프랑스 대학들도 과거엔 우리처럼 서열화 되어 있어 그 병폐가 심했는데 68혁명을 계기로 파리의 모든 대학이 국립대로 개편되고 명칭도 파리 1대학~13대학으로 평준화되어 전공에 따라서 나뉠뿐 좋은 대학, 안좋은 대학의 개념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대학 학비는 연 60만원(건강보험료 포함) 정도라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푹푹 한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엄청난 복지 혜택을 프랑스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선진국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가 넘을 만큼 잘 사는 나라라서? 재밌는 건 프랑스에서 이만큼 복지제도가 실현된 것은 거의 반세기 전부터이며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만달러가 채 안됐을 때랍니다. 

복지를 얘기하면 지배층과 보수들은 재원 마련을 문제로 삼으며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하게 되면 나라가 거덜이라도 날 것처럼 국민들을 협박하는데,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사회보장제도와 공공복지의 실천이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둘 다 공화국(Republic)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하지만 공익과 공공성을 실체로 하는 공화국의 이념이 프랑스에서는 잘 실현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무늬만 공화국인 현실입니다.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을 계기로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을 이루었습니다. 시민들이 각성하여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룬 것이지요. 국은 해방 이후 1948년부터 공화국이 되었으나 지배층의 의지였으므로 이념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다른점 중에서 꼽을만한 것은 아이들 교육입니다.
글쓰기 -  암기
프랑스는 역사, 지리, 사회, 도덕, 철학 등 거의모든 과목을 글쓰기 위주로 가르친다고 합니다. 글쓰기의 기본은 '생각'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과정이 글쓰기니까요.
한국은 암기 위주 교육입니다. 그것은 결국 입시라는 브랙홀로 연결되구요.
'생각하는 존재'로 키우는 교육과 '생각없는 존재'로 키우는 교육.
그냥 다른점이 아니라 정말 무서운 차이점입니다.

한 청중이 "학교에서도 해주지 않는 글쓰기 교육, 생각하는 교육을 가정에서 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막막합니다." 라고 묻자

"그래도 해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홍세화 선생님께서 제시한 '생각'을 키우는 4단계 방법입니다.

1. 폭넓은 독서
2. 열린 토론
3. 직접 견문(여행, 탐방)
4. 성찰

첫번째부터 난관이죠.
독서가 좋은 건 알지만 어떻게 아이들에게 읽힐까.
숙제를 내주심과 동시에 살짝 답도 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면 부모가 먼저 책을 봐라'
 

프랑스가 좋다고 이민가서 살 수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좀 낫고 덜 낫고의 차이지 프랑스라고 완벽한 나라는 아니니까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우리 옆에 있는 사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입니다.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저당잡히지 맙시다.



오늘 강연은 여기까지.
한국과 프랑스는 한 대륙 안에 있고 철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 나라지만 통큰 사고로 보면 이웃 나라입니다.
언젠가는 기차 타고 프랑스 여행갈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러려면 먼저 통일이 돼야하는데^^;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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