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저녁 7시 부산 카톨릭센터에서 열린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원자력과 원폭을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중앙동의 매서운 바닷바람을 뚫고 많은 사람들이 와 있더군요. 곧 나올 신간 표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가느라 20분쯤 지각했더니 빈자리를 찾기 힘들정도였습니다.
강연에 앞서 김종철 대표의 간단한 인사와 <녹색평론> 소개 그리고 구독자 점검(^^)이 있었습니다. 역시 정기구독회원 5천명이라는 숫자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건 아니더군요. 잡지 발행인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열정적으로 강연을 하고 책을 소개하고 또 구독자 확인도 하구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이겠요. 그런 20여년의 시간이 5천이라는 꿈의 숫자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희도 <오늘의문예비평>이라는 비평 전문지를 내고 있지만 아니 내고 있기에 더 잘 압니다. 1명의 구독자를 얻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요.
강연 내용을 소개합니다.
해운대가 고리원전과 30km 거리인 걸 아세요? 라는 질문으로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대도시중 원전과 이렇게 가까운 곳이 없는데 부산 사람들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오늘 밤 10시 기차 예매했습니다. 하룻밤 자고 갈 수도 있지만 무서워서 부산에서 어떻게 잡니까? 못잡니다. (모두 웃음)
여론조사 결과 해운대 거주민 중 다수가 원전의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고리원전의 이슈화는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험한 건 알지만 그냥 놔두라는 거지요. 이유가 뭘까요?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랍니다. 에휴~ 그노무 집값이 머길래. 상상하기도 싫지만 (지진같은 자연재해때문이든 노후화된 원자로 때문이든) 후쿠시마같은 사고가 만약 고리에서 일어난다면 어찌될까요. 그때는 집값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목숨 부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할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종종 상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원전 고밀도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도 상상력을 발휘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했을 때 일본 정부가 반경 30km 이내 주민들에게 피난을 권고했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거리입니다. 그럼 30은 안돼고 31km 지점에 사는 사람은 괜찮단 말인가요. 방사능이 바람에 실려 30km만 가다가 딱 멈춘답니까. 30은 정부가 배상 책임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 이유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원전과 관련한 정부의 발표는 일본이든 국내든 세계 어느 나라든 원전의 폐해를 은폐하고 속이기 위해 거짓말합니다. 설마 정부가 거짓말 하겠나 하는 순진한 사람들 있는데 정부이기때문에 거짓말합니다. 심지어 UN기구도 반세기 이상 거짓을 말해왔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출판계에는 원자력 관련 책이 쏟아지고 있으며 과거의 책이 복간되기도 합니다. 그중 70년대 원전 노동자의 일기를 다룬 책을 보면 원전의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원자로는 수억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입니다. 그래서 원자로에 관한한 '하느님도 실수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가전제품이나 공장에서 돌리는 기계를 상상하면 됩니다. 왠만큼 쓰면 고장이 나고 끊임없는 수리와 보수가 필요합니다. 한데 이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수리를 위해 원자로 안에 들어가면 당연히 고밀도 방사능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이 일은 일본의 하층민 중에서도 최하층민이 담당합니다. 동경대 정규직 사원은 원자로 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원전이라도 미량의 방사능이 끊임없이 방출됩니다. 국내 한 연구소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원전 3km이내 거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일반인의 2.5배라고 합니다. 미국의 실상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원전 주변 30~50마일 이내 카운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 주민에 비해 예외 없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 건줄 압니까.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한 때는 히로시마 원폭 이후의 일입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미 점령 하의 나가사키 원폭 현장에 들어가 조사하려 했으나 미국의 통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나마 조사되었던 자료들도 모두 압수당했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해 왔던 핵강국 미국은 세계에 방사능의 가공할 위력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던 거지요.
다행히 윌프레드 버체트라는 한 서양 기자가 몰래 원폭 현장에 들어가 취재에 성공하여 그 참상을 영국 신문에 송고했는데 세계가 경악했다고 합니다. 그 기록은 <히로시마>라는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원자력에 관하여 여러분이 명심할 것은
속지 말자
정부 발표는 거꾸로 보자
독립과학자들 얘기는 믿어도 된다
원전은 너무 위험하니 장기적으로 폐기하면 좋겠는데,
원자력 에너지가 없으면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우리가 쓰는 이 모든 전기는 어떻게 만드나.
지금처럼 펑펑 써대다가는 원자력 아니라 원자력할아버지라도 모자랍니다.
밤이 돼도 꺼질줄 모르는 전광판들...
겨울만 되면 나무에 전구옷을 입혀 잠도 못자게 나무를 괴롭히고...
에너지를 아끼는 삶을 실천해야 됩니다.
몇몇 질문과 답이 오갔고,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전임강사로도 활동하고 계신 김종철 대표의 '녹색당에 가입하세요'를 끝으로 2시간의 열강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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