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의 '저자가 말하다' 코너에 김정하 교수의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가 소개되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다'는 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인데요,
책에서는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삶과 작업을 엿볼 수 있었다면,
이번 기사에서는 저자로부터 인터뷰이들의 삶과 활동, 그리고 오늘날 그 활동이 가지는 의미를 들을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업적과 성취에 특히 놀라움을 느끼셨다고 하는데요,
저자가 생각하는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인지 독자 분들도 기사를 통해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로장부터 수산물 경매사까지…위안을 안겨주다
해녀·선장·과학자 등 해양인 25인의 일대기
해양인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극복 위한 이해
‘신(新) 해양시대’란 말이 무색하게 21세기에 들어와서도 해양인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듯싶다. 특히 해양산업의 기층을 떠받치는 현장 근로자에 대한 고질적 편견은 여전해 보인다. 30여 년 간 한국해양대에서 해양문화를 가르치며 늘 그 까닭이 궁금했기에 자주 현장을 찾아 해양 실무자와 전문가·기층민·애호가 등을 만났다. 2022년 1년간 「국제신문」에 연재한 해양인 25인의 일대기를 다듬어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란 책을 펴냈다.
필자가 만난 해녀·선장·과학자 등 해양인들의 일대기는 한결같이 저마다의 기량으로 고난을 이겨낸 역전의 드라마였다. 물빛만 보고도 숭어 떼의 접근을 알아차리는 어로장은 45년간 전통 어법(漁法)을 지켜왔다. 자맥질로 해산물을 잡는 해녀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십여 미터 바닷속을 내 집 안마당처럼 드나들었다. 30년간 항만에서 일해온 크레인 기사는 무인자동화 설비를 능가하는 빠르고 정확한 일솜씨를 자랑했다. 길이 300미터 독(dock)에서 325미터의 컨테이너선을 만든 기술자는 세계 조선업계에 널리 알려진 전설의 주인공이었다.
나아가 그들은 바다의 생명력을 체득한 자신의 삶을 바쳐 ‘공공의 선’을 구현하고자 애쓰는 인물들이었다. ‘등대지기’라 불리는 항로표지원은 열악한 근무조건을 무릅써가며 밤바다에 불을 밝혀 선원들로부터 ‘생명의 은인’으로 떠받들어졌다. 분진과 소음, 낙상의 위험을 감내하며 중고선을 수리한 ‘깡깡이 아지매’는 그늘에서 조선업을 떠받쳐왔다. 1970년대 ‘1백억 불 수출액’ 중 5억 불을 임금으로 벌어들인 ‘수출 선원’의 후예는 오늘도 묵묵히 수출물량의 99.7%를 운송 중이었다.
적조로 절망에 빠진 어민을 구하고자 나선 과학자는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을 위험과 싸우며 양식장을 지켜냈다. 이순신 연구에 나선 전 헌법재판관은 ‘이순신 학교’를 세워 나라와 사회를 위해 신명을 바칠 ‘작은 이순신’들을 길러냈다. 어민들을 위해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던 남해안 별신굿 예능보유자는 사회통합의 전통을 굿으로 되살리고자 애썼다.
연구와 레저 분야의 해양인들이 한계를 뛰어넘어 이룩한 성취도 놀라웠다. 후발주자의 난관을 극복한 해저로봇 개발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해저 6천 미터를 탐사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사명감으로 연구에 뛰어든 극지 연구과학자는 열강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남극과 북극에 과학기지를 건설했으며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남극연구과학위원회 의장이 됐다. 해양건축 불모지에서마리나복합시설 등을 설계한 해양건축사는 수중·해상도시 건설의 꿈을 앞당겨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었다. 서핑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여성체육인은 ‘서핑의 성지’와 100만 명의 동호인을 탄생시켰고 일기예보에 ‘서핑지수’가 포함되게 만들었다. 생사를 넘나들며 34년간 2천300회 바다로 뛰어든 수중사진가는 해양생물 전문가가 되어 아열대성 해양생물의 한국 바다 서식을 사실로 확인했다.
수산물 경매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들은 말이 있다. “살기 싫다던 사람도 이곳에 와서 땀내와 생선 비린내 뒤섞인 새벽 어시장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그처럼 ‘실존적 운명애’를 보여준 해양인들의 인내와 극복·성공·성취의 일대기는 글을 쓰는 내내 필자에게 공감과 함께 위안을 안겨주었다. 그들로부터 받은 위안의 보답 삼아 글을 쓰면서 후에 그걸 읽을 독자들도 해양인들의 삶에서 극복과 치유의 동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행간에 끼워 넣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해양인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을 사라지게 하려면 더 많은 주위로부터의 관심과 격려, 응원이 필요하다. 현대민속을 연구한 리처드 M. 도슨(1916∼1981)은 산업혁명기의 영국에서 철강산업을 지탱시킨 힘의 원천을 동요에서 찾았다. 출근길에 어린 자녀가 부르는 “우리 아빠는 세상을 움직이는 자랑스러운 철강 노동자"란 노랫말에 어느 근로자인들 힘이 나지 않았으랴.
출처: 1월 8일 자 교수신문
25명의 해양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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