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해변도서전에서 산지니를 찾아주셨던 독자분들, 도서전 즐겁게 즐기셨나요? 🥰 9월인데도 굉장히 더워서 한여름 못지않은 날씨였는데요! 더위 속에서도 산지니 부스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 (특히 산지니 블로그를 보고 오셨다던 독자분!! 이 글도 보고 계실까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
온몸이 땀으로 찐득찐득했지만,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해수욕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 또한 아름다운 한 폭의 추억으로 남겠구나 싶었습니다.
일요일에는 어린이 독자들이 저희 부스에 많이 방문해 주었어요. A4용지에 직접 글을 써서 책으로 만들어 손에 들고 다니던 남자 아이가 유독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더웠을 텐데 부스 앞에 서서 동화책 한 권을 다 읽고 가더군요! 왠지 모르게 흐뭇해서 책갈피 4개를 선물로 주었더니, 자기가 만든 책 사이사이에 잘 끼우고 멋쩍게 웃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 친구는 앞으로 많은 책을 읽으며 성장하겠죠? 더 좋은 책들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어야겠습니다 🤔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일요일의 산지니는 특별한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바로 <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 박경자 저자북토크입니다!
<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어머니와 함께 했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울릉도를 찾아 가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자연, 사람, 음식에 깃들어있는 어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지난날 울릉도에서 자유로이 지내던 자신을 회상하는 저자의 기록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족과의 시간을 한 번 더 되새겨 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이번 해변도서전 북토크에서는 저자가 울릉도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한 계기, 큰오빠 밥만 챙기는 어머니에게 숨겨져 있던 사연, 어머니의 요리실력, 울릉도의 주거 환경과 저자의 꿈인 책방 운영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이번 후기에서는 감동적이었던 부분을 골라 공유하려고 해요 😊
그럼, 제가 전달하는 북토크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 !
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
박경자 저자 북토크
| 이선화 편집자
책에서는 어린 시절 울릉도를 떠나고 싶어 했지만, 크고 나서는 다시 울릉도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마음이 바뀌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박경자 저자
예전에는 울릉도에서 육지로 나가려면 하루 종일 배를 타야 했고, 파도가 세면 나올 수 없었습니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뿐이라 어렸을 때는 고립을 느꼈어요. 자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자극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또 그 시절 바라본 엄마의 삶은 가사와 육아의 끝없는 노동이었어요. 농촌 여성이자, 살림을 하는 어머니이자, 시부모를 모시는 며느리로서의 삶이 너무 강퍅해 보였고, 휴식 없는 그 삶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섬을 벗어나 어쩌다 보니 부산에 눌러앉게 되었는데, 섬에서 간섭 없이 살다가 직장에 들어오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일은 즐거웠지만 조직 문화, 인간관계, 학연과 지연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도시와 직장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고, 친척도 없으니 애를 돌봐줄 사람도 없었어요. 섬에서 자유롭게 지냈던 환경들이 그리웠죠. 비록 가난하고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곳에선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고, 도시에서와 다르게 한 번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치매로 가족을 모두 다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김순남 씨’하고 부르면 꼭 대답을 했고, 이름을 물어보면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잊었는데 자신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렇게 엄마를 한 명의 인간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나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2020년부터 3년 동안 계속 울릉도에 갔습니다. 울릉도와 내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곳에서 살았던 예전의 나를 만나고 싶어서 지금 울릉도에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엄마처럼 밭에서 풀을 뽑고 나물을 하며, 자연이 대화의 상대가 되는 아주 단조롭고 단순한,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글로 쓰게 된 거죠.
| 이선화 편집자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큰 아들 밥 차리러 울릉도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굉장히 속상함을 느끼신 것 같아요. 선생님에게 당시 어머니는 어떤 의미였나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박경자 저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밥을 해 드시는 게 안타까워 시댁은 설날에만 가고 추석엔 엄마를 보러 울릉도에 갔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항상 큰오빠 밥만 걱정만 했습니다. 엄마를 위해 군것질 거리를 사간다고 해도 큰오빠 먹일 멸치를 찾아서 속이 터지고 속상했습니다. 작은 오빠는 3년 동안 엄마를 모셨어요. 엄마는 치매가 심해져 작은 오빠네는 하나도 못 알아보면서 큰아들 밥 해야 한다고 자꾸 울릉도에 데려다 달라고 하더라고요. 현관문과 중문을 잠가 뒀는데, 울릉도 가야 한다고 중문을 흔들어서 떼어 버린 적도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작은 오빠네가 느꼈을 섭섭함이 마음 아팠고, 큰오빠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큰오빠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울릉도를 떠나 육지로 전학을 갔었습니다. 부모 없이 낯선 환경에서 보내는 삶이 고단했는지 큰오빠는 사고를 많이 쳤었죠. 그렇게 큰오빠는 울릉도 밖에서 떠돌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흰머리가 난 중년의 모습으로 다시 울릉도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인 자식을 떼어놓고 얼마나 가슴 아팠겠어요. 그래서 밥 해주는 게 그렇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그걸로 소원을 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또 글을 쓰면서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 이선화 편집자
울릉도에 책방을 짓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책방은 어떤 모습으로 꾸미고 싶으신가요?
| 박경자 저자
울릉도에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직 꿈만 꾸고 있습니다. 만약 책방을 짓는다면, 저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도 싫고, 가게에 매달리는 것도 싫어서 입장료를 받으며 운영하고 싶습니다. 울릉도에서는 버찌를 먹는데, 버찌를 삶아 만드는 주스를 개발했어요. 가게에 커피 머신과 그런 음료수를 두고서 독서회를 운영하며 동네 할머니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고 싶습니다. 또 책을 쓴다면 할머니들 이야기를 쓰며 그렇게 몇 년 살고 싶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북토크가 끝나고, 책을 사러 오신 분들도 계셨는데요, 아마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의 삶과 그와 교차하는 스스로의 삶이 떠올라서이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 봅니다 ✌🏻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시골에 대한 그리움은 느껴본 적 없지만, 타지방에서 온 친구들은 항상 고향을 안식처로 생각하고 늘 그리워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이 책을 더욱 깊게 공감할 것 같습니다 😄
사진만 봐도 아시겠지만 바다에서 듣는 북토크는 정말 낭만적이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내용은 북토크의 일부분이고, 그마저도 많이 요약한 거니까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앞으로 있을 저자 북토크에 참석해 보시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 도서구매링크
마지막으로 도서전의 묘미! 생각지 못한 책과의 만남! 저는 영어중고책을 판매하던 부스에서 사피엔스 원서를 무려 4,000원에 구입했답니다 🥰 한국어판도 아직 못 읽어봤는데요, 영어 공부도 할 겸 원서부터 읽어보겠어요 😤🔥
여러분은 도서전에서 어떤 책과 만남을 가졌나요? 혹 책을 사지 않으셨더라도, 저희는 책에 여러분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것만으로 충분히 기쁘니까요, 앞으로도 여러 도서전에서 만남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그럼 다음 도서전에서 만나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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