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으로 유명한 홍콩. 가게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뒤로 영화 OST인 <California Dreamin'>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오묘함을 느낍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공간, 누구도 누구에게 사상이나 이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며 선택하라고 강요받지 않는 공간 즉, 홍콩의 정체성이 느껴진달까요. 홍콩 특유의 '애매함'과 '남다름'은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홍콩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주권 반환을 기점으로 홍콩인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애매한 공간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점점 강해졌습니다.
중국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의식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중국인, 영국식 자유를 맛보고 스스로 ‘영국인’이라고 생각한 홍콩인의 갈등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모습은 탄핵찬반을 두고 생각이 반으로 나뉜 지금의 한국과 닮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까요? 또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혜안은 무엇일까요? 1840년 아편전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가 정리되어 있는『사라진 홍콩』이 월간 조선 뉴스룸에 소개되었습니다.
“말과 글의 전쟁이 오래가면 폭력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영국 식민 지배 150여 년간 홍콩의 정체성(正體性)이 형성되어 자라나다가 중국으로 반환된 후 ‘중국 정체성’과의 갈등 끝에 일련의 홍콩민주화운동을 거쳐 강압적으로 소멸 내지 재편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집단의 정체성 형성 및 다른 정체성과 갈등 양상에 대한 것이다.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지금 계엄-탄핵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내홍(內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건 결국 ‘보수’와 ‘진보’라는 두 정체성 간의 갈등이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지금 유지되고 있는 체제나 질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의 두뇌는 무엇인가를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로부터 늘 도발당하고 있다. 가라타니 고진은 지금 이렇게라도 유지되고 있는 현상은 혁명보다 더 혁명적인 노력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문제는 혁명보다 더 큰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는 평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에는 사람들의 기억력과 인내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던 날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한쪽에서는 태극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윤석열 대통령 만세!”를 외쳤지만, 그 반대편은 격분하여 “극우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며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책에 나오는 “말과 글의 전쟁이 오래가면 폭력으로 끝을 맺는다”는 에라스무스의 말이 떠올랐다.
이소룡·성룡·주윤발의 홍콩에 노스탤지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 ‘홍콩’이라는 창을 통해 중국(중공)을 들여다보려는 사람이 보면 좋을 책이다. ‘호남 문제’나 ‘젠더 갈등’ 같은 우리 사회의 ‘정체성 정치’, 특히 계엄-탄핵 사태 이후 비등점(沸騰點)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민하고 있을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출처: 2025년 4월 7일, 배진영 기자, 월간 조선 뉴스룸
사라진 홍콩 (류영하 지음 | 산지니 펴냄)
“말과 글의 전쟁이 오래가면 폭력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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