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 안미선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우리 주변 다양한 이웃의 목소리를 들으며, 작가 자신이 여성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우리 사회 속 차별과 배제의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에도 여전히 우리를 살게 하는 다정함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는 안미선 작가의 따뜻한 이야기를 『다정한 연결』에서 만나보세요 😊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에게는 겨울을 이겨내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다. 황제펭귄들은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극복하기 위해 한 곳에 모여 동그랗게 진형을 만든다. 이후 몸과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으로 추운 겨울을 녹인다. 안쪽에 있던 펭귄들은 자신의 몸이 어느 정도 따뜻해지면 바깥으로 나가고, 추위에 떨던 펭귄들을 안으로 들인다. 배려가 만든 온기가 황제펭귄들이 겨울을 나는 비법인 셈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허들링’(Huddling)이라고 부른다.
안미선 작가가 쓴 <다정한 연결>을 읽으면 머릿속에서 황제펭귄이 허들링을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펭귄은 이내 사람으로 바뀌고, 옹기종기 모인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온기를 나눈다. 이주여성, 장애인,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노인 등 모습은 다양하지만 우리 사회를 함께 산다는 점에서 모두 같은 사람들이다.
그동안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해 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 끝에는 자신이 읽은 책을 추천하며 함께 고민할 만한 문제의 화두를 던진다. 책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지향점은 서로의 연대로 따뜻해지는 사회다.
저자가 그의 어머니와 나눈 대화가 인상 깊다. 저자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어머니에게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 그의 어머니는 질문에 담담히 대답한다. “존중하면 돼. 사람들은 대부분 존중을 받지 못하고 살고 있거든. 상대의 좋은 점을 보고 존중하면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 그동안 남들과 잘 지내는 법을 몰랐던 게 아니라 실천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다시 깨닫는다. 차별과 혐오, 배제가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동그랗게 모여 서로의 어깨를 감싸는 일이다. 다정함은 거창한 능력이 아니다. 안미선/산지니/256쪽/1만 8000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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