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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표 보고 뜨끔했던 날, 누군가의 노동을 생각하다 :: <오마이뉴스>에 『밥 짓는 여자들』 서평이 실렸습니다

by jh5169455 2026. 5. 11.

선선한 날씨가 줄어드는 요즘입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여름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매해 여름 더위는 지독했지만, 더욱 지독한 건 해결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산재 판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이 있습니다. 

정다정 작가는 급식 노동자인 엄마의 네트워크를 통해 급식 노동자 16명의 인터뷰를 담은 『밥 짓는 여자들』을 출간했습니다. 더운 여름 뜨거운 기름 앞에서 고무장갑과 장화를 착용하고 촉박한 시간을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책에 내재하는 암울한 인식을 담은 『밥 짓는 여자들』을 오마이뉴스에서 리뷰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급식표 보고 뜨끔했던 날, 누군가의 노동을 생각하다

[리뷰]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룬 <밥 짓는 여자들>

 

한 십여 년 전이다. 딸이 다니는 중학교 급식실로 모니터링을 나간 적이 있다. 음식 재료가 들어오는 것부터 조리와 배식 과정까지 관찰하는 일로,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긴 하지만 다분히 형식적이었다. 내가 간 때는 6월 무렵이었는데 조리실 내부를 관찰 하자니 생각보다 너무 더웠다. 조리사 분들은 더운 와중에도 앞치마는 물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고무장갑과 장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옆에서 흘깃 보니 귀밑머리나 목덜미로 땀이 송골송골 했다.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보고 할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폐만 되는 것 같아 간다는 인사도 못 하고 조용히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잊고 있던 학교 급식 노동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건 2021년 급식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산재 판정을 보면서다. 딸애가 받아오는 한 달짜리 급식표에도 튀긴 음식이 꽤 있었던 생각이 나 뜨끔 했다. 아이들 입맛을 맞추기 위한 메뉴일 텐데, 어떤 노동자의 목숨값이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하다 못해 처참했다. 살아가기 위한 누군가의 노동을 결국 죽음을 통해 만나야 한다면 그 사회는 어떤 지경일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다룬 정다정의 <밥 짓는 여자들>(2026년 2월 출간)은 이들의 노동이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재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엄마의 네트워크를 통해 16명의 급식 노동자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엄마 역시 급식 노동자였기에 가능했는데, 책을 쓰기 전까지 저자 스스로도 엄마의 일에 대해 그다지 전문적이거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던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암울했던 여성 노동 정책

흔히 '여자들의 일'이라 불리는 노동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 음식을 하는 조리 노동자, 청소를 하는 청소 노동자, 아이를 돌보거나 아픈 이를 돌보는 돌봄 노동 등은 그저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쯤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누구나 할 수 있다 여겨지니 임금은 박하고 대우는 험하다. 돌이켜보면 이들의 노동 없이 사회든 가정이든 하루도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데 어째서 이 일들이 이다지도 사소한 일이 되었을까.

책은 학교 급식 노동이 1990년대 들어서 '여성의 가사 부담 완화를 통한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를 기한 정책적 목표와 함께 도입되었다고 한다. 딱 들어도 이상하다. 어떤 여성의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결국 조력 해야 하는 이가 여자라는 말이지 않은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 여자들이 급식실에서 밥을 지어야 한다는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을 괴상하게 포장한 정책이었다.

학교 급식 노동은 주로 오전 7~8시 출근해 오후 4시 퇴근하는 루틴으로 기혼 여성들에게 맞는 일자리로 홍보 되었다. 오전 7~8시 출근해 오후 4시 퇴근이면 8~9시간 노동 하는 것이다. 게다가 급식 노동의 노동집약적인 '빡센' 노동 강도를 생각해 보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가정에서 방긋 웃는 미소를 띠고 아이와 가족을 위해 다시 노동 하라는 잔혹한 명령 아닌가. 똑같이 일하고 돌아와서도 남성 가장은 편히 밥상을 받는데 말이다. 급식 노동 정책은 애초부터 잘못 설계되었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1990년대의 암울한 여성 노동정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모순을 내재하고 있었다. 장미현의 <한국 기술노동의 사회사>는 6.25 전쟁 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여성 노동정책을 한 꼭지에 소개하고 있다. 책은 1950년대부터 여성노동정책이라는 것이 애초 전무했으며, 고작 있어 봐야 전쟁 '미망인'을 위한 '보도'(도와서 바르게 이끈다) 차원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각종 직업 훈련소와 공고를 통해 남성들에게 무료로 이루어지던 기술 훈련"이 여성에게는 전무했음을 지적한다.

한 마디로 여성에겐 노동의 장으로 나아가 제대로 된 노동자가 되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던 것이다. 여성은 여성에게만 조금 열려있는 저임금 노동 시장에서만 겨우 생존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국가 정책적으로도 배제 당하고 차별 받던 여성 노동자들이 1970년대의 '민주노조'의 노동운동 기수로 우뚝 선 건 놀라운 역사다. 그 배경으로 우선 그들이 자신들의 노동과 삶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착취 당해왔는지 각성했기 때문이다.

한 끼 급식은 소중한 노동의 결과

이는 비단 기술 노동에만 해당하는 것이어야 할까. 밥 짓는 노동은 작게는 몇백 명에서 많게는 몇천 명이 먹는 밥을 짓는 일로, 숙련된 노하우가 요구된다. 급식 노동자들이 조리 하는 현장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집에서 늘 하던 일'이라느니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 되어야 하느냐'라느니 등의 한심한 발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여성들의 일'로 여겨지는 노동이 사회적으로 매우 하대 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밥 안 먹고 사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건만, 어떻게 그 밥을 짓는 사람들에 대해선 이다지도 야박할까.

사회적 인식이 낮다 보니 노동 환경이나 조건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책을 쓰기 위해 급식실 단기 파트타임을 했던 저자는 급식 노동자들이 매우 자주 다치는 것을 목격한다. 급식실 내 집기가 너무 무겁고 조리 시설이 여성 노동자들의 신체 조건에 맞지 않아 노동자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을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질환의 산재 처리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언급한 폐암 산재 첫 인정이 2021년에 있었지만, 노동자 투쟁을 통해서였지 선선한 인정이 아니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들의 노동자 지위도 불안정하다. 2011년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해 투쟁해 고질적 비정규직에서 벗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교육공무직'이라는 명칭을 부여 받았다. 근속 수당과 상여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방학 중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노동자 한 사람당 급식 대상자 120명을 맞추어달라는 요구도 요원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리 열악하다 보니 급식 노동 신규 유입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여긴다는데, 누구나 할 수 있다는데, 정작 노동 인력은 왜 유입되지 않을까. 결코 쉽지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 급식 노동자가 없어 밥을 못 먹는 날이 오면 그때야 누군가 내 밥을 지어 왔다는 것을 깨달으려나. 한 끼 급식이 소중한 노동의 결과라는 자명한 이치가 언제 쯤 상식이 될까.

 


 

출처 : 윤일희, 2026년 5월 8일, <오마이뉴스>

 

급식표 보고 뜨끔했던 날, 누군가의 노동을 생각하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다룬 정다정의 '밥 짓는 여자들'을 통해 급식 노동의 실상을 조명한다. 95.8%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지만 산재처리율은 10% 미만이며, 2021년에야 조리흄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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