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2026 서울국제도서전!
25일 목요일에는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의 이정우 저자가 도서전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태국의 정치 현실 속에서 평범한 이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살아갈 권리를 위해 싸워온 이들을 직접 만난 경험에 대해, 저자는 북토크에서 독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이정우 저자 북토크 내용의 일부를 아래에 옮깁니다.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이정우 저자 북토크
화려한 관광지 이면의 태국 정치 현실


현재 태국의 정치적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현 총리인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의 출신 정당인 보수 정당 품짜이타이당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태국은 형식상으로는 의원 내각제 국가이고, 또 선거도 열리기 때문에 애초에 개혁 정당이 여당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 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 왕실이나 고위층의 입맛에 맞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당이 해산이 되기도 하는 등의 정치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국가라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태국은 이제 더 이상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국가라고 언급을 하셨는데요. 지금까지 몇 번의 쿠데타가 있었던 건가요?
1932년 이후로 지금까지 총 열아홉 번의 쿠데타가 있었고, 그중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열세 번 입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사태의 반복을 들어 태국 정치의 악순환이라고 설명합니다.
선거를 하고 헌법 개정을 한 다음, 다시 선거가 반복되죠. 그런데 선거를 하게 되면 군부나 왕실에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정치인이 집권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고, 또 헌법 개정을 한 다음 선거를 하고, 원하지 않는 선거 결과가 나오면 이전의 결과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1957년에 일어난 쿠데타부터 마지막 쿠데타가 일어난 2014년까지 그러한 과정이 반복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쿠데타가 일어나는 배경 중에서 이 책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왕실 모독죄인데요.. 왕실 모독제는 왕실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경우 심하면 투옥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법인데요. 실제로 이 책에서 인터뷰에 응한 분들의 주변인들도 왕실모독죄로 수감되어 있거나 소송을 당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 문제를 많은 정당들이 개혁이 필요한 의제로 들고 나왔지만 아직까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왕실 모독제를 개정하거나, 왕실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정당이 2023년 총선에서 1위를 한 바가 있어요. 그게 까오클라이당(현재의 People's Party)이고요. 그런데 이런 진보적 공약이 등장하면, 보수주의 진영에서는 이것을 헌법재판소에 가져가서 심의를 요청합니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이런 공약은 헌정을 위배한다고 판단을 내리고, 관련 공약을 내세운 진보 정당에 해신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태국의 헌정 질서라는 것은 결국 왕실을 수반하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왕실의 개혁은 국왕을 수반하는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따라서 이 정당은 해산당해 마땅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왕실이나 국왕에 관해 비판하는 사람들과 반대파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이 바로 태국 형법 112조에 속하는 왕실모독죄입니다. 제가 태국에 가서 주로 했던 일이 그 형법 112조에 의해서 기소된 사람들 또는 조사받는 사람들의 법정을 모니터링하는 일이었습니다. 형법 112조가 법정에서 적용되는 과정에서의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형법 112조나 116조, 혹은 컴퓨터 범죄법으로 법정에 선 사람들은 태국 헌정을 침해한 사람들이라는 거잖아요. 그래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판사를 비롯한 법정 관련자들도 피의자들의 신문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고, 대부분 유죄로 판단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태국에서도 여러 단체에서 형법 112조에 의해 기소된 사람들의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수감 중 인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4년에 태국 내에서 일어났던 시위에 차이가 있었던 것도, 왕실모독죄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위대의 힘이 약해지고 와해된 결과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입헌군주제가 아닌 국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왕실의 권력이 과연 그 정도로 클까?’, ‘젊은 세대는 왕실을 크게 지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책에서도 2030 세대와 5060 이상 세대에서 왕실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다고 언급하셨어요. 그 차이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 50대에서 60대가 가지고 있는 왕실에 대한 관념은 공포에 의해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민주화가 거의 이뤄질 법한 시위가 대략 네 번 정도 있었어요. 1973년 10월 14일의 시위, 1992년, 2010년, 2020년에도 큰 시위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2020년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위들은 학살로 마무리됐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민주화 이후에, 88년의 광주 청문회가 없었다면 피해자분들은 침묵하며 살아가서야 했을 겁니다. 피해에 대해 말했을 때 군부 독재 정권이 어떻게 해코지를 할지 두려우니까요. 태국 역시 세대 전체가 학살 경험으로 인한 공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976년 10월 6일에 태국 탐마삿에서 일어났던 학살은 제대로 된 추모 이벤트가 열리는 1996년까지 공개적으로 이야기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학살 당시 탐마삿 대학교 학생회장이셨던 통차이 위니차쿨 교수님께서 쓰신 회고록을 보면, 1996년에 추모 이벤트를 열려고 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왜 이런 무서운 기억을 꺼내려고 하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해요.
그런데 제트 세대는 정말 다릅니다. 이전 세대와 다르게 공포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만으로도, 예컨대 시위를 하다가 경찰이 폭력적으로 나온다면 제트 세대는 대응을 어떻게 할지 준비를 하는 거지, 공포심에 움츠러들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 점이 세대 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했을 때도 밀레니얼 세대 같은 경우에는 제트 세대와 다르게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쿠데타가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제트 세대는 일단 시위에 나가서 계속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차이 때문에 제트 세대가 다른 세대와는 다르게 조금 더 직접적으로 왕실 개혁이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2·3 계엄이 있었을 때 젊은 세대, 특히 젊은 여성들이 앞장서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죠. 어떻게 보면, 한국 같은 경우에는 계엄 이후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섰습니다. 이것은 성공한 민주화의 경험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후의 방향에 대해 고민이나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민주화가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쏟아져 나왔던 거죠.
그런데 태국 같은 경우에는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경험이 학살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바탕이 된 자기 검열이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밀레니얼 이전의 세대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 공포로 인해서 아무래도 적극적인 참여를 저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에 제트 세대는 그런 공포가 없다 보니 조금 더 자유롭게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거죠.

책에 나오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서도 방금 말씀하신 태국의 세대별 인식이 잘 드러내는데요.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 중 한 분은 고등학생이셨는데, 언급하신 젊은 세대의 특징 그대로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자기가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잊히지 않았던 인터뷰가 있으셨나요?
언급하신 고등학생 인터뷰이도 기억에 남는 분들 중 한 명입니다. 아직 10대이니만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은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시간이 있어야 할 텐데, 시위에 나가서 활동하다 보니 여유를 가지고 고민할 시간 없이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사실 조금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학생들까지 나서서 시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을 마주하게 되어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며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는 제가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 수감자였던 카논 시라홉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를 만나려고 제가 그 태국 교도소에 면회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전문가 집단이나 아니면 인권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 가서 그분들이 사식도 넣어주고, 책도 넣어주면서 어떻게 해서든 수감 중인 사람을 지지해 주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연구도 논문을 위해서 인터뷰를 시작을 하셨는데, 그 내용을 이렇게 교양서로 먼저 내게 되신 것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게 더 중요하겠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방금 이제 말씀해 주신 것처럼, 태국이 어떤 정치적 현실을 겪고 있는지 책을 읽으며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태국 시민분들께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이정우 지음
화려한 관광지 이미지 뒤에 가려진 태국의 정치 현실을 청년 세대의 목소리로 조명한다. 2020년과 2024년, 진보정당 연속 해산에도 서로 다른 시민 반응이 나타난 배경을 깊이 탐구하며 태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갈등 구조를 생생히 드러낸다. 저자가 직접 만난 청년들의 슬픔과 분노, 희망의 기록은 관광국가의 이면을 넘어 동아시아 민주주의의 공통 과제를 비춘다.
왕실과 군부 권력이 지속되어온 구조 속에서 제112조 왕실모독죄가 청년 정치 참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인터뷰 중심으로 분석하며,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는 시위의 변화, 운동가들의 현실,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짚으며 태국 민주주의의 성숙이 향하는 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태국을 통해 한국 사회가 말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비추는 중요한 성찰의 기록을 되돌아보는 경험이 될 것이다.
☆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를 인터넷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 아시아 총서 51 | 이정우
태국 청년들의 인터뷰로 민주주의의 현재를 기록한 책이다. 진보정당 해산 이후 2020년과 2024년의 다른 반응, 왕실모독죄가 만든 정치 현실, 청년들의 슬픔과 희망,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짚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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