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도서전 2일차!
『살짜쿵 낭독』의 난다유 저자가 산지니 부스를 찾았습니다.
가볍게 시작했던 낭독이 나를 설명하고, 타인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N 개의 직업으로 뻗어나가기까지의 여정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북토크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 실었습니다.
『살짜쿵 낭독』 유영숙(난다유) 저자 북토크
낭독이 만들어준 N개의 가능성

『살짜쿵 낭독』은 작가님께서 낭독 봉사 활동으로 낭독을 처음 시작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요. 그 이후로 오디오북을 녹음하는 북 내레이터로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지금 어떤 책을 녹음하고 계신가요?
지금 무협지를 녹음하고 있어요. 무협지 하면 남성들의 세계에서 건무가 오락가락하는 그런 곳인데 재미있더라고요. 무협지 녹음을 해보니까, 오디오북에서는 성별을 떠나서 어떤 장르든 다양하게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제일 큰 것 같고요. 지금 밀리의 서재에 난다유라고 검색하시면 제가 녹음한 오디오북이 나옵니다.
다양한 책을 녹음하셨는데, 책의 장르마다 성격이 굉장히 다를 것 같아요. 그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무협지하면 일반적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녹음을 할 때는 혼자서 등장인물을 다 표현해야 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무협지 녹음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어보니까 은근히 매력이 있어요. 이야기 속에서 검무가 왔다 갔다 하고, 젊은 사람들이 나이 먹어서까지 계속 그 능력을 지킨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며 가졌던 마음을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가진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무협지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무협지에 등장하는 정의로운 남자들의 세계를 제 입말로 표현을 하는 일이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는데, 점점 갈수록 거기에 빠져들게 되니까 어떨 때는 녹음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화가 날 때도 있고, 나쁜 놈이 죽을 때 ‘으악’ 하고 직접 소리를 내다보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어요. 저도 모르게 푹 빠져서 녹음을 했습니다.

낭독하셨던 책 중에서 기억에 남거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낭독 독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낭독을 하다 보면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녹음 봉사나 오디오북 녹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마르크 로제의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입니다. 제목 그대로 그레구아르라는 소년과 책방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이야기인데요. 그레구아르라는 소년은 책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런데 책방 할아버지는 어떨까요? 할아버지는 책을 좋아하니 두 사람은 완전히 상극이죠. 그런데 이 책방 할아버지가 소년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낭독입니다. 그레구아르는 요양원에서 책을 낭독하면서, 요양원이 죽음의 공기가 맴도는 공간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낭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지만, 소설의 스토리가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책이라 제가 정말 많이 추천하는 책이에요.
“사람들 앞에서 책을 읽는 기술은 문장들이 그 자리에 갑자기 처음 나타난 것처럼 들리게 하는 데 있단다. 물론 네가 책을 들고 있으니 문장들은 이미 네 눈앞에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 마치 작가가 새하얀 벽지 위에 첫 문장을 쓰는 것처럼 말이야.”
“마치 처음인 것처럼 그럼 제가 사람들을 속여 넘겨야 한다는 건가요? 제가 그 문장들을 처음 보는 척하면서 완벽하고 훌륭하게 읽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 셈이지.”
나는 배운다. 그리고 내 방식으로 표현한다. 학교에 다닐 때 나의 받아쓰기 성적은 정말 형편없었다. 철자와 문법 빵점, 동사변화 빵점, 시 낭송 빵점. 그런데 지금 여기서 나는 빛나고 있다. 듣는 이들의 마음을 녹이려면 어떤 식으로 문장을 읽어 내려가야 하는지 나는 본능적으로 안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중에서 발췌 낭독.
감사합니다. 확실히 마음이 좀 따뜻해지는 대목이라 저도 몰입하면서 들었던 것 같아요.
낭독 봉사하셨을 때 됐던 첫 책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라고 쓰셨습니다. 저는 『자유론』을 대학교 독서 수업 시간에 읽었었는데요. 그때 책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없고, 어려워서 수업이 아니었으면 안 읽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낭독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을 것 같아요. 고전 철학을 좀 잘 읽기 위해서는 어떤 팁이 있을까요? 또 작가님이 낭독을 하실 때의 루틴이나 준비 과정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에 낭독 봉사를 시작했을 때 10주간의 낭독 봉사 교육을 받았는데요. 교육을 수료한 후 처음으로 저한테 배정된 책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었어요. 사실 저도 그 전에 읽으려 시도했다가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거든요.
저는 낭독 교육을 이제 막 끝낸 사람인데 그런 어려운 책을 맡게 되니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시각장애인 신청자분이 꼭 듣고 싶다고 부탁한 책이라 못하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처음에 집에서 한 번 대충 읽고 녹음을 하러 들어갔는데, 네 시간 예약을 잡았는데 두 페이지를 읽고 나왔습니다.
왜 녹음이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을 해봤더니 오래된 고전 철학책이다 보니까, 문장이 긴 만연체 형식이라 어느 부분에서 끊어야 할지, 또 어디를 강조해서 읽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책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하니까 어려웠던 거였어요.
낭독을 할 때 루틴이 있는지 물으셨는데, 낭독할 책을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사실 낭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어떻게 해야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았고,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에게 계속 말을 거는 거죠. “왜 이런 문장을 쓰셨나요?”하고요. 그렇게 질문을 거듭하며 조금씩 읽다 보니 녹음 시간이 빨라져서 완성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녹음을 마치는 데 6개월이 걸렸는데, 책을 신청하셨던 시각장애인 분이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분 덕분에 첫 책을 완독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저는 낭독이라고 하면 텍스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살짜쿵 낭독』을 편집하면서 책이 탄생한 배경이나 작가가 그 문장을 쓴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지금도 새벽 5시에 온라인으로 낭독 모임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책에는 『오만과 편견』을 읽으며 참가자들과 서로 배역을 나눠서 낭독극을 하시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독서 모임에서 읽으신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책이 있으셨다면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모여서 읽은 책이 60권 정도 됩니다. 장르별로 구분한다면 소설이 가장 많을 거예요. 기억에 남는 책은 박경리 소설가의 『김약국의 딸들』입니다. 이 책은 역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다섯 자매가 불행과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라, 이런 슬픈 내용을 우리가 어떻게 낭독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책을 돌아가면서 읽는 걸 윤독이라고 하는데, 뜻밖에도 이 책을 윤독하기 시작하며 새벽 다섯 시부터 저희가 엄청 웃은 거예요. 왜냐하면 책의 배경이 통영이라, 지문이 거의 다 질펀한, 완전히 원어에 가까운 사투리였어요. 참가자들은 대부분 서울, 경기 쪽 사람들이어서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새벽에 대사를 낭독하며 다들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저희는 온라인 모임이다 보니 전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참여가 가능해서, 울산에 사는 참가자께서 사투리 코칭을 해주셨어요. 어디에 음가를 둬야 하는지, 어디에서 끝을 늘여야 하는지 배워가며 낭독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마냥 웃었던 시간이 어느새 조용해지면서 정말 등장인물에게 깊이 빠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책을 완독하고 나니 이 책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히 슬프고 절절한 대목을 낭독극으로 바꿔 읽게 되었습니다.

낭독뿐 아니라 여러 가지 직업을 갖고 계신데 그중에 하나가 현장 영상 해설사라고 들었습니다. 책에는 이 직업에 도전하시게 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오는데요. 사실 현장 영상 해설사가 어떤 직업인지 모르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으실 것 같아요. 현장 영상 해설사가 무엇인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 통역사가 있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에게는 현상 영상 해설사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장애인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잘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때 현장의 상황이나 풍경, 느낌 같은 것을 라이브로 설명해 주는 사람을 현장 영상 해설사라고 합니다. 저는 낭독 봉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에 대해 궁금해져서 이 분야를 알게 되어 직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 현장 영상 해설사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았던 이야기가 책에 나오는데 정말 재미있으니 꼭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에는 현장 영상 해설사로서 1박 2일로 영주 산림치유원을 다녀왔어요. 저는 영주까지 가는 고속버스에서 풍경을 설명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차를 탈 때 무의식 중에 주변 풍경을 보지, 창밖에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은 차를 타고 가며 주변 풍경이 어떤지 한 번도 듣지를 못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이 이제 협회의 회장님께서 저희 협회 쪽으로 부탁을 하나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 부탁을 받았습니다.
요즘 AI도 잘 발달이 돼 있으니까 노선이 어떻게 되고 그 주변 풍경은 어떤지 미리 준비를 해놨어요. 그런데 막상 버스에 타니 준비한 경부고속도로가 아니라 중부고속도로를 타는 거예요. 예상했던 경로와 다르다는 걸 알고 나니 준비한 자료를 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바깥 풍경을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지금 4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해서 2차선 도로로 왔고요.
다시 4차선 도로로 갑니다. 앞에 하얀색 승용차가 달리고 있네요.
차 뒤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이제 터널을 지나갑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분들은 터널을 지나가는 감각을 잘 모르실 거 아니에요? 그래서 ‘소백산 중앙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밑에서 내려다보면 엄청나게 높은 교각 위를 지나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산의 심장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야 해요. 그뿐만 아니라 날씨와 바깥 풍경도 중간중간 설명을 해드렸어요.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마지막 멘트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안도현 시인의 「여행의 끝에서」라는 시를 낭독했습니다.

의림지에서는 천 년이 넘는 저수지 위 탱크를 걸으며 호수의 바람과 용추폭포의 물소리를 느끼셨고 영주 산림치유원에서는 소백산 소나무 숲의 피톤치드 향기와 나무의 질감을 온몸으로 경험하셨습니다. 소수서원에서는 수백 년 된 기둥을 손으로 만지며 조선 선비들의 숨결이 담긴 돌길을 걸으셨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느끼신 것들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현장 영상 해설사 유영숙이었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이렇게 멘트를 하고 마무리를 했어요. 가시는 곳마다 굉장히 고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고, 생전 처음으로 고속도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았다면서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현장 영상 해설을 하며 낭독이 도움이 됐어요. 소설 책을 읽으면 배경이나 인물 묘사가 자세히 나오잖아요.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며 현장 영상 해설을 하면서도 배우의 표정이나 옷차림을 설명할 때 낭독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내가 말을 할 때 표현을 풍부하게,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독서의 이점이기도 하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선생님의 경우에는 그것이 낭독에도, 나아가 현장 영상 해설사와 같은 다양한 직업을 찾으시는 데에도 도움이 되셨던 것 같습니다.


살짜쿵 낭독
난다유(유영숙) 지음
책 속에 오래 머물고, 글을 세밀하게 느끼는 행위인 낭독. 빠르고 즉각적인 그러나 쉽게 휘발되는 콘텐츠 대신 느림의 미학을 찾는 이들에게 낭독은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되어 가고 있다. 『살짜쿵 낭독』에서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혹독했던 시기에 만난 낭독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펼쳐 보인다.
‘난다유’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영숙 작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봉사를 계기로 낭독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낭독은 어둠에 빠진 그를 구원했고, 닫혀 있던 세계를 열어젖혔다. 지금 그는 현장영상해설사, 북 내레이터, 낭독독서모임 운영자, 낭독 강사, 블로거로 활발히 활동하며 낭독의 가능성을 여러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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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짜쿵 낭독 | 살짜쿵 시리즈 7 | 난다유(유영숙)
책 속에 오래 머물고, 글을 세밀하게 느끼는 행위인 낭독. 빠르고 즉각적인 그러나 쉽게 휘발되는 콘텐츠 대신 느림의 미학을 찾는 이들에게 낭독은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되어 가고 있다. 『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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