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윤고은 작가님이 진행하는 EBS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서 도우리 작가의 『불편한 유행』을 소개했습니다. 목요일 똑똑 인문학 코너에서 박태근 편집자가 함께 했는데요. 유행, 트렌드를 두고 우리 사회가 왜 그렇게 휩쓸렸을까. 왜 그렇게 선호했을까를 고민하며 조금 불편하고 더디더라도 지금 유행하는 시점에서 놓치지 말고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아래 방송 일부를 옮겨 실었습니다.
윤고은 작가님과 박태근 편집자가 나는 『불편한 유행』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까요?
윤고은의 EBS 북 카페
<책 읽어주는 라디오 - EBS FM>의 대표적인 책 ‘소개’프로그램인 북카페는, 커피향이 진하게 나는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5easy.ebs.co.kr

윤고은 : 오늘 가지고 오신 책이 유행에 대한 책인데, 유행이라는 말도 조금 옛날 말인 건가요?
박태근 : 뉘앙스가 조금 달라요. 유행은 내가 따라가는 느낌이 들어요. 트렌드는 내가 앞서서 주도하는 느낌이 듭니다. 유행, 트렌드가 갖는 힘은 누가 이유를 묻는 순간 그 사람은 재미 없는 사람이 돼요. 유행이 사실 이유라는 게 분명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들이 즐겨서 쓰니까 따라하는 거죠. 우리는 결과나 판단에 동의하지 않아도 근거, 이유가 있다면 이해하죠. 반대로 이유나 맥락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 결과에 주어진 유행하는 상황이 중요하다는 경향도 있는 거죠. 오늘 가져온 책은 도우리 작가의 [불편한 유행]입니다.
유행 자체가 불편함을 주지는 않지만 유행하는 현상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보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왜 그랬지? 무슨 광기에 휩쓸려서 이유도 묻고 따지지 않았는데 뒤늦게 보니까 그런거죠. 우리 사회가 왜 그렇게 휩쓸렸을까. 왜 그렇게 선호했을까. 생각하게 되죠. 이 책은 조금 불편하고 더디더라도 지금 유행하는 지금 시점에서 놓치지 말고 들여다보자라는 기획이에요.
윤고은 : 이 책 전면에 유행하는 말들이 나열되어 있어요. 이런 말을 보자마자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그럴 수 있죠.
박태근 : 유행이 재밌는 게 돌고 돈다는 게 있죠. 제가 중학교 때는 힙합이 굉장히 유행하면서 청바지로 바닥을 끌고 다니면서 빗자루처럼 입었어요. 그래서 운동화 뒤에 청바지를 압정으로 고정하면 라인이 딱 알맞게 떨어졌어요. 그리고 9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캔버스백 같은 브랜드 백이 최근에 다시 돌아왔어요. 이런 걸 보면 집에 있는 옛날 물건과 옷을 가지고 있어야 되나 싶더라고요.
윤고은 : 여성분들이 검정색 레깅스 위에 청치마를 입는 게 유행인 시기가 있었어요. 모두가 그랬는데, 저는 당시 그게 입기 싫은 거죠. 오늘 이 책에서 어떤 말을 만나볼까요?
박태근 : 저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말은 ‘나락’입니다. 나락이 지금처럼 쓰이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안 되었대요. 2020년에 '나락도 락이다.'라는 말이 인기를 끌면서 커뮤니티에서 실수, 실패를 강조할 때 쓰이기 시작했대요. 또 유튜브 채널에서 나락퀴즈쇼라는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대세가 되었는데, 나락퀴즈쇼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선택지를 둘만 주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쪽을 골라도 사회적으로 지탄받거나 누군가에게 비판받을 여지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답이 정해져 있어요. 그러니까 질문을 받은 사람이 문제에 닥쳤을 때 굉장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그걸 즐기는 거죠.
윤고은 : 이런 부분, 이거 좀 상황도 이게 유행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 하겠죠.
박태근 : 책에서 나락 관련된 밈이 유행을 하게 된 여러 맥락과 상황을 분석하는데 재미가 있습니다. 예전에도 사람들이 실수나 실패하는 걸 보여주는 영상이 많았어요. 제가 어릴 때는 방송 NG장면 보여주는 방송도 있었어요. 이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닌데, 지금은 나락이 소위 말해서 박제된다고 하죠. 예전에는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졌어요. 그런데 이제는 온라인에 고정이 돼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기록도 남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예전에 나락과 요즘의 나락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르다는 거예요. 예전의 나락, 90년대 세기말 정서에는 모두가 같이 겪는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대라 자기 일인 거예요. 그런 곤경에 빠진 누군가를 볼 때 웃을 수 있는 거예요. 일종의 연습이에요. 그 사람이 실제로 나락을 간 게 아니잖아요. 가짜 상황이라는 걸 아니까 저자는 우리가 놀이기구 즐기듯이 그런 상황을 보며, 이입하고 공감하고 연습하는 기능을 한다고 얘기합니다. 자기 스스로도 '나락'을 말하는 상황이 있어요. 일종의 방어인거죠. 그러한 현상이 있고 나는 이걸 인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거죠.
윤고은 : 스스로 막기 위해서 그렇다는 거죠.
박태근 : 그렇죠. 나락 다음 살펴 볼 단어는 에겐, 테토입니다. 이게 학창시절에 외우기 곤혹스러웠는데, 유행하니까 너무 쉽게 써요. 이게 에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잖아요. 외모 말투 취향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거죠. 요즘은 크로스로 네 가지가 다 있어요. 테토녀는 솔직하고 주도적인 성격이고 예전 말로는 보이쉬한 여성, 에겐녀는 앞에 나서기보다는 상황과 분위기에 맞추는 수줍고 조심한 성격, 테토남은 옛날 방식의 단순하고 리더십이 있는 남성, 마지막 에겐남은 조금 다정하고 섬세하고 민감한 사람들을 뜻해요.
윤고은 : 너무 극단적이네요. 사실 이런 구분은 부족해요.
박태근 : 이런 말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이 뭐냐면 테토녀와 에겐남이에요. 이 말 자체는 성 호르몬에서 빌려왔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전통적인 성역할이 반영됐을 거 같잖아요? 그런데 이 조합은 반대입니다. 여성에게 테토, 남성에게 에겐을 붙인 거죠. 예전에는 부정적인 표현이었어요. 그런데 이 말이 어디서 유행하기 시작했는지 찾아보니 연애상담 콘텐츠에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소위 정상 연애라는 결혼 문법이 있죠. 그런 것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존에 없던 역할과 기대를 반영한 말이 만들어진 거죠.
그런데 한편 이게 가지고 있는 한계도 볼 수 있는데, 저자가 사회학 연구를 인용해서 말합니다. 이런 유행과 연관된 것으로 발렌타이, 빼빼로데이 같은 데이 마케팅을 말해요. 데이 마케팅은 우리가 사랑이라는 것, 연애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마음을 표현하게 만들어요. 그런 것들을 누가 정의해주고, 표현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의례가 돼요. 에겐, 테토 같은 것들도 우리가 상대에 대한 필요, 기대를 정돈해서 하나로 개념화하는 흐름을 설명해요.
윤고은 : 시장이 주도한다는 거죠?
박태근 : 그렇죠. 우리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는 있는데, 언어화하진 않아요. 누군가가 그런 마음을 읽고, 이런 말을 만들거나 마케팅으로 활용할 때 굉장히 강력하게 우리가 반응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거예요.
디저트를 다루는 장에서 두쫀쿠를 이야기해요.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하는데 이것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담이 화제였어요. 이거 먹으려고 어디까지 가봤다. 이런 곳에서도 이걸 판다. 동네 국밥집에서도 판다고 했죠.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디저트엔터테인먼트라고 표현해요.
저자는 MBTI가 과몰입을 넘어서 정말 전통문화처럼 토착화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해요. 그런데 그중에서 T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너 T야?'라는 말을 들으셨다면 대부분 기분이 좋지는 않으셨을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너 T야?'라는 말이 너 왜 공감 못하냐는 뉘앙스로 저격을 하는 말로 쓰인다는 거에요. 왜 T가 이렇게 이해되기 시작했는가.
윤고은 : 왜 그 중 하필 티만 콕 집어서 이야기하냐는 거죠.
박태근 : 왜 특정한 하나를 꼬집냐는 거죠. 그런데 저자는 MBTI에서 T와 F의 의미를 짚어요. 이 두 가지는 의사결정방식을 기준으로 분류되는 내용이래요. T는 결과를 중시하는 것, F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 그러다보면 과정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죠. 그래서 공감도가 조금 높고, 티는 과정이 어쨌든지 결과가 있으니 그래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공감을 못 느낀다고 생각하는 거죠. T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MBTI가 가진 효용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거에요. 스몰토크의 기능이 사라지는 거죠. 나이, 결혼, 부모님 직장을 대신하던 스몰토크의 기능이 사라지는 거죠. 엠비티아이가 잘 채워줬는데, 이런 저격문화가 생겨서 힘들다고 해요.
윤고은 : 예전에 엠비티아이 엔솔로지가 있었어요. 어떤 소설은 소개팅을 받는데 어떤 특정 MBTI 유형만 아니면 된다고 말하죠.
박태근 : 소설이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T가 하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대요. 기대치를 낮춰줍니다. F는 굉장히 뭔가 잘 될 것처럼 과도한 기대치를 가져서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 했을 때 격차가 큰데, 혹시 모를 사고와 우려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T성향을 이야기할 때 프로불편러, 팩폭러라는 이야기를 써요. 그런데 이런 역할은 필요한 역할인 거죠. 책은 T에 대한 공격으로 흘러가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묻는 거죠.
윤고은 : 유행인데 내가 납득할 수 없으면 따르기 싫은 마음도 있죠.
박태근 : 레트로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복고, 리메이크가 유행인데요. 레트로를 뜻하는 말이 많아요. 뉴트로, 영트로처럼 새로운 유행어가 추가되고 있고, 그런 레트로가 많이 쌓여서 영문자 N을 써서 엔트로라고도 한대요. 서로 섞이는 장면을 뜻하는 신조어도 많아요. 할매니얼, 지금 밀레니얼 세대가 지금 할머니가 좋아했던 간식을 선호하는 입맛을 말하고요, 요즘 마케팅영역에서 레저렉션이라고 사라진 제품을 재출시하는 게 유행이래요.
윤고은 : 정말 레트로가 계속 유행이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폭발적이네요.
박태근 : 그런 이면에 숨은 논지는 현재가 너무 넘쳐나는 시대라는 거예요. 실시간으로 너무 많은 게 쏟아져 나와서 따라가기 벅차다는 거예요. 오히려 익숙하고 알 거 같은 느낌을 주는 옛날 것이 좋은 거예요. 이런 정서를 과거 중독이라고 부르기도 한대요. 내가 결말과 상황을 아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없는 걸 좋아하는 거예요
윤고은 : 현재랑 미래는 유동적인데 과거는 단호한 편안함이 있죠.

박태근 편집자의 꼼꼼한 설명과 윤고은 작가님의 진행으로 『불편한 유행』 을 더욱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행'이라는 말 자체도 이제는 조금 유행이 지난 표현인 오늘, 『불편한 유행』 을 통해 도우리 작가님이 흥미롭게 엮은 밈과 이면의 이야기를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불편한 유행』 구매하기
불편한 유행 | 도우리 - 교보문고
불편한 유행 | 모두가 웃을 때 어딘가 불편했던 당신을 위한 한국 최신 유행 비평서▶ 나는 왜 유행 앞에서 찜찜할까? 일상을 지배한 문화 현상들의 은밀한 속내를 들추다 MBTI, 두바이 쫀득쿠키,
product.kyobobook.co.kr
'출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래로부터의 거버넌스를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SBS 라디오 <김선재의 책하고 놀자>에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저자 허남설 기자님이 출연했습니다. (1) | 2026.07.22 |
|---|---|
| 가네코 후미코 100년의 기억…문경서 항일투쟁 정신 기린다:: (1) | 2026.07.20 |
|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리는 산지니 북토크를 소개합니다! (0) | 2026.06.18 |
| 약자와 함께한 50년 여정을 함께 합니다. 조옥화 ‘길 위의 간호사’ 출판기념 북토크를 11일 주안영상미디어센터 개최합니다. (1) | 2026.06.12 |
| 영도다리 아래에서 피난민들의 위로와 희망이 되었던 점바치들의 이야기 :: 연극 <영도다리 점바치> 관람 후기 (0) | 2026.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