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7일, 부산외국어대학교와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가 함께하는 2026 전북대 동남아언어여름캠프 지역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세 번째 지역설명회는 최근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동남아시아 초국경 사이버 범죄 ‘스캠’을 주제로 잡았는데요. 동남아시아 지역을 연구하고 있는 이반 프란체스키니(Ivan Franceschini), 링 리(Ling Li), 마크 보(Mark Bo)가 쓴 『스캠』을 한국어로 옮긴 이정우 역자께서 특별 강연을 하셨는데요. 스캠 산업 이면을 상세하고 흥미롭게 설명하시는 모습에 청중의 집중도가 높았습니다. 다양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던 현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태국 정치를 연구하는 이정우입니다. 제가 번역한 책이고 최근에 이슈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스캠 산업에 관련해서 여러분들께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번역을 하게 됐고 혹시 번역가로서 시작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제가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책 제목은 『스캠 - 초국경 사이버 범죄의 메커니즘을 펼치다』입니다. 영어 원제는 Scam: Inside Southeast Asia’s Cybercrime Compounds입니다. 저자들이 2차 자료는 물론이거니와 스캠 단지에 납치되고, 탈출한 사람들을 추적해서 대략 97명 정도를 인터뷰한 책입니다.

이 책은 학술 서적과 르포르타주 그 사이에 있는 책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스캠 산업이 정말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될지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점을 숙지하고 오늘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번역 과정부터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데요. 25년 12월 23일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듣자마자 이 책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판사마다 사실 교정하는 방법이 다 다른데 편집자님께서 하나하나 보면서 예컨대 해석을 어떻게 할지, 번역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제안을 많이 해 주시거든요. 그렇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략 1교 2교까지 진행을 하고, 3교는 대부분 편집자분들께서 마지막으로 오탈자 확인하시고 나옵니다.
책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안 그래도 스캠 산업이 처음에 우리나라에 알려진 건 우리나라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죽임을 당하면서부터입니다. 고문 이후 마약도 강요받다가 죽임을 당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면서 조금 더 집중되었어요. 한국에서 사실 그런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학자들 논의로 서강대학교 김종호 선생님이 스캠 산업의 기원을 대략 중국 남부 복건성 갱으로부터 왔다고 보세요. 이 책도 역시 복건성 갱단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데가 안시현이에요. 안시현에 대해서 우리 한국 언론들이 관심 없었던 게 아닙니다. 지금 안시현에 대해서 구글링을 하시면 2015년도 기사들이 나와요. 경향신문에서 거의 모든 주민들이 스캠 산업에 뛰어들어서 그 스캠 산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기사들을 막 내보냈어요. 우리는 그냥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들 이메일 받아 보셨나 모르겠어요. 본인을 아프리카 어느 부족 추장이거나 귀족이라고 해요. 그러면서 자기가 유산을 받았는데 그 유산 일부를 당신한테 떼어주고 싶다. 돈을 얼마를 보내주면 내가 너한테 송금하겠다는 식의 이메일입니다. 이따가 설명해 드릴 가장 유명한 예시가 돼지 도살이라고 하는 수법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가 중국의 대학 교수인데요. 복권에 당첨돼서 당첨금을 보내드려야 되는데 당첨금 세금을 먼저 내면 그 돈을 보내주겠다 얘기를 해요. 교수는 그 말을 믿었던 거죠. 돈을 보내줬는데 다음부터 너는 2등이 아니라 1등에 당첨됐다며 계속 유도를 하는 거죠. 중국 당국의 개입을 이끌어낸 첫 사건이 베이징대 교수가 이렇게 돈을 뜯긴 것부터고 2006년도부터 2011년도까지 중국과 대만이 같이 협력 조사를 합니다.

결국 대만 갱단이 거기서 버틸 수가 없게 된 거죠. 그래서 갱단이 선택한 곳이 바로 동남아시아입니다. 이 책은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납치가 되고, 어떻게 해서 탈출을 하고, 범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느슨한 법 집행은 지역 엘리트와의 유착과도 연계가 되는데요. 지역 엘리트들의 입김으로 법 집행이 굉장히 느슨해집니다. 사실 초기에는 도박과 스캠이 결합되어 있었어요. 중국은 애초에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하고 도박을 전면으로 금지했으니까 스캠 산업이 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도박에 관한 법을 만들어서 통제를 해요.

그리고 시아누크빌이 등장합니다. 이 도시는 원래 조그마한 해안 마을이라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시아누크빌이 가장 커진 게 중국의 일대일로 중 하나였던 시아누크빌 관광단지 개발 착수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도박 도시로 부상을 했는데 이때 중국 기업들이 들어가면서 화교 화인들도 들어가요. 책에서도 정확하게 얘기하지만 중국인들의 유입이 무조건 치안의 불안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말씀드린 대로 어쨌든 복건성 갱들도 다 같이 이동합니다. 이후 2017년에서 2019년도 사이 치안이 급격히 나빠지는데 2019년에 중국인 1명이 살해를 당해요. 이후 8.28 사건이라고 불리는 도박 금지령이 내려지고 코로나19가 나타나면서 중국에서 들어간 개발 계획들이 모두 백지화 돼요.
그때 일자리를 잃은 건설 노동자들과 도박을 못 하게 된 이들을 중심으로 스캠 도시가 형성됩니다. 결국 도시에 남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캄보디아 당국도 그걸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대략적으로 돼지도살을 하기 위한 납치 과정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구인 광고를 내요. 링크드인, 라인, 왓츠앱, 텔레그램으로 당신을 고용하고 싶다고 연락을 계속 해요. 그런데 여기 책에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 납치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브로커를 쓰는데 지인에 의한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 또한 심각합니다. 어쨌든 납치를 하면 강제 계약을 맺어요. 그런데 그 계약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이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납치를 당하고 멍청한 척을 하면서 그냥 다른 허드렛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문제는 범죄 단지 간에 거래를 한다는 점입니다. 나도 모르게 다른 단지로 또 팔려가요. 저자들의 질문은 '납치되는 사람은 누구인가?'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소득이 낮은 사람들 아니면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가게 되지 않을까라고 얘기하는데 우선 학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박사 학위자 납치 비율도 꽤 높아요. 문제는 소득이 낮을수록 그렇긴 한데 특히 남성이 납치될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이 저자들 전체 인터뷰 대상자가 97명인데 이 중에서 80%가 남성이었습니다.

스캠 단지 안은 대략 이렇게 구성됩니다. 일단 부서장이 있고 핵심 매니저가 있습니다. 핵심 매니저들이 돈을 뜯어내요. 이런 프로그램 디자인은 이 두 위계에서 만든다고 보시면 되고요. 그 밑에 스캠 노동자들을 조종하고 고문하는 사람들이 팀리더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들은 화장실 쓰는 데도 돈을 매기고, 앉는 의자에도 돈을 매기고, 컴퓨터 키보드에도 돈을 매기고, 쓰고 있는 바닥 면적에도 돈을 매겨요. 그리고 심지어는 바깥 공기에 대해서부터 돈을 매깁니다. 그러니까 이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결국 악순환의 악순환입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포획된 시장, 컴파운드 캐피탈리즘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포획된 이가 여기 잡혀서 평생 나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자들이 제시하는 개념 중 하나가 가시적이면서 비가시적이라는 모순입니다. 스캠 노동자들이 여러분에게 언제든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가시적이지만 스캠 단지 안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 비가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시적이면서 비가시적이라는 모순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피해자를 구출하는 시민사회는 탈출한 사람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이 국제 구호 네트워크는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고 중국의 지원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문제가 된 게 혈액 노예 사건입니다. 혈액 노예 사건은 스캠 단지에 납치가 되고 난 다음 혈액을 뜯겼다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어떤 의사도 그 주장을 뒷받침했는데 알고 보니 이 사건은 조작이었어요. 이 사건은 탈출자들이 만든 국제 구호 네트워크에 대해 불신을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고 사실 지금도 동력이 줄어든 이유에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논조는 캄보디아에 대한 단순한 공포입니다. 우리는 그 나라에 여행만 안 가면 된다. 가지 마라.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캄보디아에 단순한 공포와 혐오를 갖는 것보다 상이한 법 체계를 뛰어넘어 국가들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이 책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상이한 법 체계를 뛰어넘는 협조를 통해서 피해자를 어떻게 구출을 하고, 산업의 뿌리를 어떻게 제거할 건가, 이 지점을 고민해야합니다. 작년에 말레이시아에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스캠을 비롯한 국경을 뛰어넘는 범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결의안을 꼭 지키는 의무를 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아세안의 불간섭 원칙을 앞으로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과제로 남습니다.
★ 『스캠』구매하기
스캠 | 이반 프란체스키니 - 교보문고
스캠 | 이런 일은 정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어요. 무관심이 초래한 악순환 도시 한가운데 뒤섞인 피해자와 가해자들▶ 초국경 사이버범죄 스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간 이유 2025년 여름, 캄보
product.kyobobook.co.kr
'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0년 만에 다시 제주로 돌아가다! _제10회 제주한국지역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0) | 2026.07.07 |
|---|---|
| 2026 서울국제도서전 5일차 북토크 후기::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허남설 저자와의 만남 (0) | 2026.07.03 |
| 2026 서울국제도서전 4일차 북토크 후기 :: <불편한 유행> 도우리 저자와의 만남 (0) | 2026.07.03 |
| 2026 서울국제도서전 4일차 북토크 후기 :: <살짜쿵 활쏘기> 김경준 저자와의 만남 (0) | 2026.07.03 |
| 2026 서울국제도서전 4일차 북토크 후기 :: <한 권으로 이해하는 프로파간다> 부디만 저자와의 만남 (1) | 2026.07.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