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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당신의 도시는 안녕한가요? ::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편집후기

by 에디터날개 2026. 8. 6.

얼마 전 제가 사는 동네에 멋진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공사하는 동안 도대체 무얼 짓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요. 최근 개관식도 꽤나 크게 열렸습니다. 이 건물은 바로 복합문화공간 새모라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이 건물 안에 ‘들락날락’이 있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분들이라면 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들락날락’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거예요.
들락날락에 가면 작은도서관도 있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과 디지털콘텐츠, 미디어아트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기존의 건물에 들락날락 공간이 마련되기도 하고, 저희 동네처럼 아예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부산 곳곳에 생기고 있는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은 ‘부산형 15분 도시 정책’의 주요 사례로 꼽힙니다.

영도에는 자원순환센터(재활용품 선별장) 안에도 들락날락이 있어요. 재활용을 주제로 한 공간인데 꽤나 참신했어요. ⓒ부산시


“15분 도시”
15분 도시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부산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입니다. 15분 도시는 2021년 보궐선거에서 당시 박형준 후보자의 1호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소개되었습니다. 사실 그때만 해도 15분 도시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대중교통을 타고 15분이면 부산의 모든 곳을 품도록 하겠다.”라는 공약과 함께 15분 도시가 소개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시속이 1,280km에 달하는 초고속 열차 ‘어반 루프(urban loop)’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15분 도시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1대학 교수는 15분 도시를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찾을 수 있는 근접성의 도시’라고 정의했습니다. ‘필요한 모든 서비스’의 예로는 일터, 시장, 병원, 학교 등이 있습니다. ‘걸어서 15분 안에’ 이 모든 곳에 닿을 수 있는 도시가 이들이 지향하는 15분 도시였습니다. 이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추구해야 할 도시의 방향과도 닿아 있었습니다.
이 개념에 비추어본다면, 부산시에서 처음에 제시되었던 ‘어반 루프’로 부산 전체를 가로지르는 것이나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올리는 등의 방식은 15분 도시의 본래 취지에는 다소 어긋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각자의 입맛에 맞게 이 15분 도시를 이해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15분 도시에 대한 혼란을 초래했던 부산시의 초고속 철도망 구축 계획. ⓒ부산시


그래서 산지니는 이 15분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과연, 15분 도시란 무엇일까? 부산의 모든 곳을 더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아니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이 이야기를 다뤄줄 적합한 필자를 찾던 중, 건축, 도시, 부동산 등에 대한 글을 쓰는 <경향신문> 허남설 기자님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건축을 전공한 허남설 기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글들을 많이 써오셨는데요. 이분이라면 ‘진짜 15분 도시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죠.
기자님이 원고를 집필하는 사이, 부산에서 15분 도시는 (다행히도) 어반루프가 아닌, ‘부산형 15분 도시’로 변모하며 앞서 소개한 들락날락이나 시니어를 위한 하하센터와 같은 생활시설 건립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이런 시설 자체가 나쁘진 않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데리고 비싼 돈 내고 키즈카페에 꼭 가지 않아도 집 가까운 곳에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15분 도시의 취지와 일치하느냐는 약간 모호하긴 합니다.


허남설 기자는 이번 책에서 15분 도시 그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는 어떤 곳인가. 그런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있으며 그 소중한 공간을 지키고 있는가.”를 말합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집값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좋은 동네, 안 좋은 동네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책에서는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내가 좋아하는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라고 말합니다. 이번 책에는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자신의 소중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차로 가득했던 거리를 어린이 놀이터로, 도서관으로, 공원으로 만드는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작업.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1963년 개관한 강원도 원주의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모임인 ‘아카데미의 친구들’, 도심 속에서 자동차가 점령했던 길을 다시 보행자에게 되돌리는 이벤트를 벌이는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오래된 다가구주택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1유로 프로젝트, 군산을 텍스트힙의 도시로 만든 군산문화회관 재생사업 등. 오래된 것을 부수고 없애는 것 대신, 한때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공간들에 숨결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작업들이 소개됩니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의 귀환을 알리고 젊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 군산북페어. ⓒ허남설


여러분은 살고 있는 공간을 사랑하나요?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나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더 빠른 도시가 아니라, 우리가 더 좋아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닐까 합니다. 허남설 기자가 들려주는 ‘15분 도시 너머의 도시 이야기’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가 지금 여러분이 발 딛고 있는 공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15분 도시가 진짜 말하는 것들

허남설 지음

‘n분 도시’의 시대! 도시의 진짜 주인을 묻다. 15분 도시에 대한 '설명서'가 아닌 '이야기'를 찾아나선, 경향신문 허남설 기자가 만난 소중한 공간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좋은 도시는 효율적으로 설계된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애착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개발 논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기록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도시의 모습에 대한 영감을 줄 것이다.

✍️허남설

1985년생. 신도시 아파트촌에서 자랐다. 한양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건축사사무소를 잠깐 다녔고, 2013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정당정치·도시행정 등을 취재했다. 2023년부터 시사 뉴스레터 『점선면』을 제작했다. 도시 재개발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 2023)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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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 허남설

15분 도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쓴 허남설 기자는 건축학을 공부하고 경향신문에서 도시행정과 정치?사회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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